[올려놓음] ‘올려놓음’은 교육을 하며 어려움에 있던 학생과 학부모와 연관된 분들을 ‘올려놓았음’을 의미한다. ‘올려놓음’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수렁에서 평지로, 슬픔에서 기쁨과 감사로 올려놓음이다. 미국 미시시피주 소재 벨헤이븐대학(Belhaven University)의 국제 디렉터 인세진 교수의 삶은 타인을 올려놓음의 연속이었다. 그의 지인들은 말한다. "인 교수님은 남을 올려놓다가 계속 이용만 당하셨다." 모두 이용만 한 것은 아니다. 정말 잘 성장해서 인 교수에게 심정적으로 보답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의 올려놓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여민 양과 캐런대학교의 친구들
[1] '믿음'과 '신뢰'로 전액 장학금 받다
여민이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캐런대학에 입학했다. 영어 실력이 이 대학에 입학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원하는 토플 점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나는 그러나 그가 잘해낼 학생임을 알았다. 그래서 캐런대학에 여민이를 강력히 추천했고 그는 이 대학에 입학했다.
나는 캐런대학 측에 ‘정말 괜찮은 학생이 있는데 영어실력은 좀 부족하다. 하지만 그가 입학하면 잘해낼 것’이라고 했고 학교측은 나를 믿고 그 학생을 합격시켜줬다. 나는 심지어 학교 측에 이 학생의 부모님 모두 건강이 좋지 않으니 전액 장학금을 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 측은 전액 장학금을 토플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하는 학생에게 제공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여민이는 캐런대학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영어는 부족했지만 수학실력은 뛰어났다. 그리고 결국에는 토플 점수도 기준점수를 넘어섰다.
전액 장학금으로 학교를 입학해 혼신을 다해 공부했던 여민이는 학교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여민이의 부모님은 형편이 좋지 않았음에도 2천만원을 학교에 보내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보은이었다.
감동의 연속이었다.
여민이의 삶에 대한 태도 그리고 은혜를 베푼 학교를 외면하지 않고 후원하는 그의 부모님을 통해 교육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민이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 캐런대학 수학과의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그러던 어느날 캐런대학 총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이 홍콩에 갈 예정이니 거기서 좀 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총장님 덕에 세계 최고의 교육자가 모인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었다. 총장님은 나에게 "도대체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비결을 생각해보았다. 사랑이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나누는 삶이었다. 내가 대단한 자라기보다는 나는 사랑을 받은 것을 그저 흘러가게(flowing) 했던 것이다.
나에게서 막히게 하지 않고 흘러가게 한다.
여민이도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흘러가게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은 대단한 게 아니라 받은 사랑을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이 마음으로 나는 교육을 해왔고 9월에 개교하는 벨헤이븐 프렙 스쿨에서 펼칠 예정이다. 여민이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잠재력이 있고 성실하고 착한 친구들이 공부할 기회,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많이 얻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독지가들의 후원을 기도하고 있다.
<인세진, 벨헤이븐대학 국제 디렉터>
전남 순천에 있는 국제학교 졸업식 때
[여민 양 인터뷰] "시야가 넓어지는 기회"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여민 양의 음성은 예의 바르고 힘이 있었다. 기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민 양은 원래는 외국에서 공부할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여러 상황 끝에 필라델피아 소재 캐런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이는 자신의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영어가 부족했음에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어를 잘 못했는데, 그래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수업 내용을 녹음해서 듣고 외국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건강 문제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한동대에 합격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있다”
기자는 “당시 미국으로 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냐?”고 물었다. 여민 양은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고 그 여파로 몸이 아파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생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영어가 처음에는 잘 안 되어 “친구들과 교수님들이 자주 하는 말을 수첩에 적고 공부했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영어 튜터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캐런대학 교수님을 자주 찾아가 궁금한 것을 묻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전남 순천에서 대안학교를 다녔던 당시 인세진 교수가 교장 선생님이었는데 그는 인 교수에 대해 “의지할 곳이 없을 때 든든한 후원자셨고 저희 부모님도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 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하나님 나라’를 강조했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나이가 조금 더 들어보니 무슨 말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한동대에서 100%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어도 따라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여민 양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람을 보는 눈을 키웠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