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신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국민께 사과'한다고 했다.
일종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었다.
대다수의 국민은 '왜 사과를 받아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이를 '사과 쇼'라고 받아들였다. 사실 KBS는 꽤 볼만한 채널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시사방송 분야 1위인 ‘더 라이브’는 상당한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인 최경영의 최강 시사도 인기 방송이었다. 이들은 시청자들이 기다리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뉴스도 볼만했다.
박민 사장은 지난해 11월14일 한국방송 아트홀에서 가진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 받을 일 없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국민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더 라이브' '뉴스' 등 친정부적 성향을 띄지 않은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교체하거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박민 사장이 진짜 공정성에 대한 사과를 할 때가 바로 얼마 전에 있었다. KBS 뉴스는 故 이선균 씨의 마약 사건과 관련해 사건의 핵심과 관련 없는 A씨와의 녹취록을 공개해 공정성에서 심한 타격을 받았다.
녹취 내용은 사실일지라도 공정성에서 문제가 있었고 사건을 키웠다.
언론의 주요 3요소는 사실성, 공정성, 독립성인데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 박민 체제 이후 KBS는 독립성도 의심을 받았다. 박민 사장은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문화일보 기자 출신이고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언론인이었기에 대통령이 꽂아내린 사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故 이선균 씨 관련 보도는 시기상 여러 모로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보도였다. 굉장히 무리수를 두는 보도였고 뜬금없는 보도였다. 이에 영화인, 연예인들은 KBS의 공정성에 공개 질문을 던졌지만 KBS는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답했다.
진짜 사과해야 할 시점에 사과를 하지 않고 삼척동자도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정한 보도였다고 우기는 KBS의 현 상황은 심각한 지경이다. 사과 시점이 엇박자인 KBS는 박민 사장 덕분에 국민 앞에 우습게 됐다.
정치와 언론이 사람을 살려야 하는데 사람을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