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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천명은 하늘에서 공수한 숫자인가? 정부는 민심 따라야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일제히 정부의 유연적 태도 요구

등록일 2024년03월30일 12시0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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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 수를 매년 2천명씩 증원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은 환영했다. 그리고 심지어 윤석열 정부에 늘 비판적인 말을 했던 유시민 작가도 “윤 정부가 처음으로 잘한 일”이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 방향성은 좋았으나 그것을 진행하는 과정 및 방식은 그야말로 엉망이었고 불통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의료계 관계자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진행한 것이라고 했지만 의료계 그 누구도 2천명 증원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참고했다는 논문의 저자도 논문을 잘못 인용한 것 같다고 했다. 

 

아무도 2천명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오직 정부만 바르다고 한다. 그러면 왜 2천명인지 조사 자료나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무한반복이다. “2천명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2천명이라는 숫자는 하늘에서 공수해 온 것인가? 2천명 증원 발표 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국민과 유시민 작가도 정부가 고집스럽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유시민 작가는 “양측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불통 커뮤니티이기에 자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누가 도와줄 수 없다”라고 했다. 국민도 처음에는 의대 증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잘한 일로 손을 들어줬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에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1000명씩 증원하면서 조금씩 늘리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고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영세 의원도 2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처음에는 의사 수 정원에 굉장히 긍정적 지지를 보내주셨고,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의대 증원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의사집단, 의사협회와 갈등을 계속해서 빚고 그걸 풀어내지 못하는 부분, 그래서 국민들이 병원에 갔을 때 실질적으로 불편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이제는 피로감을 느끼고,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 2000명을 가더라도, 조금 미룰 수도 있고 점진적으로 할 수도 있고, 의사 수가 확보됐다고 생각하면 빨리 그만둘 수도 있고 이런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경진 전 의원도 2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식으로 협의를 해서 1000명으로 한다든지, 700명으로 한다든지, 최선보다는 차선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나 한(동훈)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기고 그 해법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같은 당 정운천 전 의원도 "국민들에게 좀 더 소프트한,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한테 힘을 실어주시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온 나라가 2000명은 아니라고 지적하는데도 윤석열 대통령, 정부는 단호하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2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을 이미 완료했다”고 말했다. 2000명은 건드릴 수 없다는 취지였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아예 건드리지 말라고 정부는 계속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민은 이게 답답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대화를 통해 국민의 답답함을 풀어줘야 하는데 화병이 나게 만든다. 총선 유세를 하러 나가서 들어보니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국민이 답답해하고 화나 있음을 피부로 느끼니 정말 오랜만에 정부 시책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 논지를 계속 유지하면 화병의 여파가 투표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주 강력하게.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이종섭 사임 후 재가의 형식을 띠며 일 보 후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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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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