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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itics] 머니볼의 빌리 빈과 이준석

다른 기준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두 사람

등록일 2023년12월19일 18시1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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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

 

‘머니볼(Moneyball)’이란 영화가 2011년 상영돼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가장 위대한 스포츠 영화라는 비평가들의 평가가 내려진 바 있다.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야구(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이 저예산의 약팀을 강팀으로 발전시키는 2002년 시즌의 과정을 마이클 루이스가 쓴 책이다. 2003년 출판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머니볼’에는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와 조나 힐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머니볼의 핵심 내용은 구단의 재정이 불안정할 때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를 사용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애슬레틱스를 상위권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세이버메트릭스는 1971년 8월 밥 데이비스가 창시한 SABR(세이버. The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라는 모임에서 만들어진, 야구를 통계학적/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빌 제임스가 창시했고 이 방법론을 빌리 빈이 도입했다. 빌리 빈은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을 따라 영입을 진행했다.

 

세이버메트리션(Sabermetrician)들은 야구 경기장 안에서의 데이터에만 의존해 사생활 문란, 잦은 부상, 최고령 등의 이유로 다른 구단에서 외면받던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키면서 저비용, 고효율 야구를 이끌었다. 

 

여기서 핵심은 몸값이 낮은데 필드에서 좋은 플레이를 할 선수를 야구 데이터로 뽑는 것이다. 이전의 야구 구단들은 키가 크고, 힘이 세고, 발이 빠르고, 사생활이 깨끗해 보이고, 타율이 높고, 홈런이 많은 선수를 중심으로 뽑았다면 빌리 빈은 출루율과 장타율이 좋은 선수를 선발했다. 그리고 단순히 달리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누상에서 발이 빠른 선수, 타석에 들어섰을 때 결정력이 좋은 선수를 중요시했다.

 

선수 시절의 빌리 빈. Photo by Silent Sensei from Santa Cruz, USA

 

빌리 빈은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야구 실력은 부족했지만, 키가 크고(6피트 4인치), 서전트 점프가 높았고, 야구 유니폼을 멋지게 입었는데 그런 것은 좋은 야구 선수가 되는 데 전혀 관련이 없는 것임에도 그런 것을 보유해 메이저리그 구단에 지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조건들은 축구 선수가 되는 데는 적용될 수 있지만, 야구에는 좋은 예측 요인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LB의 모든 팀은 선입견에 기반하여 수백만 달러를 선수들에게 투자하고 있었다. 우리는 야구 선수의 역할에 맞는 것으로 보이는 선수들에게 투자했다”라고 덧붙였다. 빌리 빈은 “150년 동안 야구 선수에 대해 수집된 데이터가 말하는 것을 기존 구단들은 무시했다”라고 했다. 

 

빈은 자신의 선수 시절 경험을 살려 어떤 선수가 좋은 선수인지를 고민했고 세이버메트리션들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출루율과 장타율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출루율의 On-base percentage와 장타율의 Slugging Percentage의 머리 글자를 따와서 요즘은 OPS라고 부른다.

 

출루율은 이전에는 거의 고려하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기록이다. 빌리 빈과 세이버메트리션들은 타자가 일단 누상에 나가야 점수를 낼 수 있고 점수를 내야 이길 수 있는데 승리를 위해 점수를 내는데 기여하는 선수가 좋은 선수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그는 또한 장타율을 중요시했다. 2루타 이상을 많이 때려내야 누상에 있는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점수를 내 승리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과거 타율, 홈런, 체격, 강력한 파워, 단순히 빠른 발을 중요시하던 것과는 큰 차이다. 물론 타율이 높으면 출루율이 높고 홈런이 많으면 장타율이 높지만 좀 더 과학적이고 세밀하게 선수를 평가하는 것이 빌리 빈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 동안 애슬레틱스는 승률. 537 이상을 기록했고 다섯 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001~2002년 두 시즌엔 102승, 103승을 기록했다. 애슬레틱스 구단의 총연봉은 메이저 30개 팀 중 거의 늘 20위권 밖에 있었다. 그는 출루율과 장타율 위주의 OPS형 타선을 만들었고 애슬레틱스는 이후 저비용 고효율 팀의 상징이 되었다. 
 

 

폴 디포데스타. Photo by Bill Sheridan from Saint Louis, United States

 

빌리 빈은 애슬레틱스에서 했던 최고의 비즈니스적인 결정은 하버드대 경제학 졸업생이면서 스포츠를 사랑하는 인물인 폴 디포데스타(Paul DePodesta)를 영입한 것이었다. 세이버메트리션이었던 디포데스타는 ‘머니볼’의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리 빈과 디포데스타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애슬레틱스의 선수 연봉 총액이 뉴욕 양키스의 3분의 1도 안 되었지만, 세이버메트릭스를 도입해 최고의 성적을 내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팀 연봉은 2000년에 3천2백만 달러, 2001년 3천3백만 달러, 2002년 4천만 달러, 2003년 5천만 달러였다. 그러나 팀 성적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디포데스타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모두 컴퓨터에 저장한다. 그리고 현장에 있는 스카우트들과 e-메일로 의견 교환을 하고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분석한다. 컴퓨터는 그러나 우리에게 결과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결과는 사람이 결정한다. 컴퓨터는 우리가 자료를 쌓아두고 찾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컴퓨터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렇게 답한 것이다. 

 

컴퓨터 데이터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데이터를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결정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디포데스타의 설명이었다. 

 

이렇게 ‘머니볼’ ‘빌리 빈’ ‘디포데스타’에 대해 길게 설명한 것은 이준석 국민의 힘 전 대표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머니볼’이 생각난다. 그는 기존의 판단 기준과는 다른 판단을 하고 데이터 분석하고 ‘정치 선수’를 영입하려는 듯하다. 

 

Generated on Midourney

 

그는 당 대표 전당대회 과정에서 3000만원만 지출한 바 있다. 보통 수억 원이 필요한 전당대회를 3천만원만으로 준비하면서 기존의 여의도 공식을 깨뜨렸다. 그는 사무실, 차량, 문자 발송 없는 '3무' 선거운동을 하면서 비용을 절약했다. 1억5천만원을 후원받았던 이 대표 측은 남은 1억 2000만원을 당에 전달했다. 마치 빌리 빈과 디포데스타가 컴퓨터를 잘 활용한 것처럼 하버드에서 컴퓨터 과학을 공부한 이준석 대표도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민의 힘에서 출당을 당한 이 대표는 신당을 만들기로 했고 새 당을 만드는 준비 과정에서 구글폼으로 지지자를 수만 명 모았다. 그리고 신당에서 내년 총선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지원자 1000명 이상을 역시 구글 폼으로 모았다. 그는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다. 자신이 직접 1000명 이상 지원자의 자료를 검토했기에 신당 준비 과정에서 들어간 자금이 사실상 0원에 가깝다. 

 

그는 또한 뇌피셜로 말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극히 주관적이고 구태가 만연하는 한국 정치에 신선함을 제공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총선에 나가려면 재산이 꽤 있어야 하고 네트워크가 좋아야 하는데 이 대표는 자신이 정치하면서 만들어낸 영향력을 통해 인재들을 정치와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원한다고 했고 정치 참여 후보군에는 "정치인이 되고 싶으면 [기본지식]을 갖춰야 하고, 예산심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는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그런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의 빌리 빈이 야구 선수의 실력은 키, 힘, 점프력, 외모가 아니라 출루율+장타율로 파악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이준석 전 대표는 돈, 파워, 네트워크가 아니라 토론하는 능력과 토론을 이끄는 지식, 예산심의 능력, 디지털 툴을 활용해 정치 활동 비용을 줄이는 능력, 데이터 분석 능력,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정치인이 되는데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 듯하다. 

 

빌리 빈과 이준석이 다른 점은 빌리 빈은 플레이오프 진출팀은 만들었지만,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이준석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당의 대표가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먼 미래에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어렵고, 폴 디포데스타와 같은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이 세이버메트리션과 같은 관점을 갖고 있어 혼자서도 잘 해내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누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을 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직관력이 좋은 사람이 그에게 필요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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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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