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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3 body problem) 중국의 반발 그리고 우리에게도 자극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과학과 정치 사이 K 콘텐츠의 새로운 모델 필요

등록일 2024년03월29일 20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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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삼체'(3 body problem)를 통해 중국 누리꾼들이 다시 한번 모순에 처했다. 이는 영화 ‘파묘’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이 일으켰던 것과 비슷하다. 중국 누리꾼들은 영화 ‘파묘’에서 봉길(이도현 ) 등이 몸에 축경을 새겨 넣은 장면에 대해 비난을 가한 바가 있는데 중국에서 정식 개봉을 한 적이 없기에 도둑 시청이라는 오명이 내려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최소 6만 명이 도둑 시청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인구 규모를 생각했을 때 이 추정치는 너무 적어 보인다. 그만큼 불법 공유 시청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도둑 시청의 행태는 사실 표현의 자유나 문화예술 창작과 향유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의 경우도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는데, 바로 문화 대혁명에 대한 묘사 때문이었다.

 

1960년대 베이징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 예저타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홍위병에게서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힌다. 그 홍위병들은 모두 제자들이었다. 심지어 아내와 동료들도 홍위병에 동조한다. 오로지 그의 딸 예원제만이 인정하지 않고 아버지가 맞아 죽는 광경에 오열할 뿐이다. 이후 예원제는 강제 노역 현장에 보내져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때 중국 체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인류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된다. 그때 외계와 통신을 정치적 관점에서 시도하던 군사 시설에서 예원제가 마지막 기회를 준다. 예원제가 우주 이론에 밝았기 때문이었다. 외계 생명체와 교신에 성공한 예원제는 그간의 고통과 분노, 회의감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수십년 뒤 큰 위기가 지구에 닥친다.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지구에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자들과 정보 기관원들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문화 대혁명에 대한 묘사지만 문화 대혁명에 대한 묘사는 짧은 순간 이뤄질 뿐이다. 더구나 드라마를 봤을 젊은 세대들은 문화 혁명에 대해서 잘 모를 수가 있다. 공식적으로 그 본질을 교육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모를 때 일단 부정하는 행태가 대체로 먼저 나오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누리꾼 중에는 실제 현실은 더 참혹했다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당시 상황을 온전히 인식하기는 힘들 것이다. 더구나 그 당시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한 기류가 있는 점이 문제일 것인데 이런 점은 누리꾼들은 지적하지 않는다.

 

원작자 류츠신 작가는 원래 문화 대혁명에 관한 책을 쓰려 했지만, 중국 검열 당국을 의식해 중간에 약간 집어넣는 원고가 되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즉,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작품에서 문화 대혁명에 대해서 매우 간략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넷플릭스는 중요한 배경으로 사용하기는 한다. 이에 대해서 중국인들은 불편하게 생각하는데 기성세대와 젊은 소황제들은 다를 것이다. 즉 위대한 중국을 숭앙하는 이들에게는 불쾌감을 표하거나 비판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인정할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경성 크리처’를 둘러싸고 비슷한 일들이 일본에서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이 드라마의 내용이 황당하다, 지나치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일본군이 생체 실험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731부대가 생체 실험을 했던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오히려 박서준 배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봤던 일본의 젊은 세대가 일본의 과거 잘못을 인지하게 되었다. 넷플릭스 플랫폼이 가진 힘은 바로 이것에 있다. 개별 국가들이 감추고 왜곡한 진실을 드러내 주면서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이나 ‘더 글로리’ 같은 작품도 현실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어 주고 있다.

 

하지만, '삼체'(3 body problem)를 통해 K콘텐츠가 분발해야 하는 점이 있다. 우리 콘텐츠는 지나치게 사실주의가 아니면 판타지로 그 양극단을 오간다. 중간 절충의 미학이 미흡하다.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는 SF 소설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류츠신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비록 SF 소설이지만 역사와 미래, 정치와 과학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아우르고 있다. 전우주적이면서 전지구적인 스케일과 화두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서 이런 작품이 제대로 작품이 되지 못하는 현실은 중국의 장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원작들을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의 기업들이 자국의 콘텐츠로 통합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문화 전쟁에서 미국이 이기며, 그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선순환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 비하면 도둑 시청이라는 부분은 조족지혈에 해당할 것이다. 더욱이 도둑 시청을 버려두고, 과거의 모순은 물론 현재의 모순도 마음대로 지적하고 개선하지 못하게 하는 체제의 미래는 그 안 개개인의 미래이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의 K 콘텐츠도 이러한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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