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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전쟁 흥행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영웅의 역사를 넘어 협력의 역사관 필요

등록일 2024년02월22일 10시3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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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의 흥행을 두고 많은 사람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단체로 몰려 만들어낸 관람이라고 평가한다. 흥행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는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추천한다. 이를 위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이벤트나 단체관람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 관람객은 그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왜 관심을 두는 이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이 ‘건국 전쟁’이지만 내용은 주로 '이승만 평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전은 대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평전 가운데에서 영웅적인 면모를 더 부각한다. 물론 위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때, 업적이 분명하다면 대체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이순신 장군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면 명확하다. 설령 관람하지 않을지라도 비난은 하지 않을 수 있다. ‘건국 전쟁’은 분명 이와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특정 인물을 다뤘을 때 대개 논란이 되는 요인이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사로 올수록 논란이 뜨겁다는 점이다. 그 인물에 관해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치인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정치인은 특정 정책을 추구하거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들이 많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 가운데 최고 집권자였다면 더욱더 호불호가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그 권력자를 지지하는 세력이 온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면 더욱 논란은 여전할 수 있다. 여기에 권력에서 아름답게 퇴장한 것이 아니라면 더욱 논쟁은 지속한다.

 

‘건국 전쟁’은 이승만 박사는 억울하다는 관점을 담고 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와 교육 미비로 그 업적이 은폐되었다는 태도가 전제된다. 이는 단지 이승만 박사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감독은 마지막 자막을 통해 건국 1세대를 위해 영화를 바친다고 했기 때문이다. 즉 이승만 박사의 영화를 넘어 건국 1세대에 대한 평가를 위한 영화인 것이다.

 

여기에서 관람객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누가 영화를 볼만한지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이승만 박사는 물론 그 건국 세대의 사실에 궁금증을 가질 만한 한 관객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동안 이승만 박사를 둘러싼 논쟁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위대한 선각자의 면모를 부각한다.

 

영화는 한국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승만 박사의 마지막 장면을 바로잡는 데서 서사의 출발점을 잡고 있다.

 

이 작품의 감독은 4·19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던 3.15부정선거는 당시 국회의장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부정선거라는 점을 부각한다. 따라서 이승만은 몰랐다는 점을 부각한다. 물론 모른 것도 무능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을 계속하지 않으려 했지만, 재일교포 북송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으며 4·19 혁명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학생들을 병원으로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빼놓지 않는다. 쉽게 하야한 배경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망명을 위해 하와이에 간 게 아니라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점, 막대한 스위스 계좌의 자금은 없이 곤궁하게 살았던 점은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와 대비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승만 독재 정권이 아니라 장기 집권이라고 교정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다루는 대부분 내용은 이승만 박사의 4·19 이전의 행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한말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한 내용이 배치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와이나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어떤 독립운동을 벌였는지 구체적인 장소와 자료, 현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내 준다.

 

당대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교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학위 과정을 밟는 동시에 독립운동의 투신도 부각한다. 이런 개인적인 투쟁과 노력은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상황이 처연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해방 공간이 열릴 시점을 대비한 것에 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나라를 만들려고 했는지 드러나지는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이승만 주도의 건국과정에서 왜 한국이 분단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지 대한민국은 어떤 가치를 지키려고 했는지 설명한다. 특히 미국이 한반도에 관심도 없고, 굼뜨게 움직이는 현실에서 이승만의 존재 자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려 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어쨌든 반쪽의 나라로 출발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승만 박사가 시행한 정책에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토지 개혁의 중요성이었다. 지주에게 저렴하게 몰수한 토지를 소작농에게 일정한 돈을 받고 배분한 개혁안은 이미 많은 연구자가 평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남로당을 통한 민중 봉기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대체적인 결론이다.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지 않은 북한과 달랐기 때문이다.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당연하며, 이는 한국 경제 개발의 원동력이라는 점은 충분히 영화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토지 개혁을 담당했던 것은 초대 농림부 장관 조봉암이었다는 점은 부각되지 않는다. 또한, 지주들에게 학교재단을 세우도록 유도한 것이 교육에 크게 이바지한 점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때문에 이후 사립 학교 비중이 커서 재단 비리는 물론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진 것도 간과된다.

 

아울러 친일파 내각이라는 점을 반박하며 친일파보다는 반민족 행위에 대한 심판이 중요하며 오히려 북한은 친일행적의 인사가 더 많이 내각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으로 민족주의자이면서 반일주의자였기 때문에 일본조차 그를 싫어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일에 관한 김구 선생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기도 하고, 많은 영상 콘텐츠에서 활용된 한강 다리 폭파의 잘못된 점이나 먼저 도망갔다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세간의 주장과 다른 증거를 댄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을 잡고 한미상호방위 조약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 국방력 강화, 경제지원을 받아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경제 개발 3개년 계획을 이후 정부에 계승해주었다는 점을 통해 한국 경제 개발의 초석을 다진 점을 강조한다. 덧붙여 이승만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는 북한과 좌파의 의도 때문이라는 평가도 덧붙인다. 아쉽게도 경제나 외교 전문가는 없다는 점이 힘이었다.

 

이승만 박사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균형되게 접근하면 좋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온 내용은 논문이나 연구 서적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를 하나의 영상 콘텐츠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반 관객은 일일이 찾아볼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건국 전쟁’이라는 제목과 달리 건국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세밀함이 떨어진다.

 

대한민국의 제도와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플랫폼인지 전문적인 분석이 미흡하다. 또한, 정치적 실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좀 더 객관적인 관점을 구성했다면 좋았을 듯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정책이나 제도의 효과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승만과 함께 일한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역사는 혼자만의 역사가 아니라 집합적 노력과 분투, 협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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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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