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가 싶더니 이혼한 이들의 연애도 주목을 받았는데 이제 아예 이혼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이혼이 과연 예능의 소재가 될 수 있을지 낯설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여러 프로그램이 선을 보이고있다.
어떤 특징들이 있고 그 배경은 물론 주의할 점에 대해서 정리가 필요할 듯싶다.
현재 방송하고 있는 이런 이혼 예능 프로그램은 몇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이혼을 다루는 시간적 관점에서 이혼 사전과 이혼 사후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사전 이혼 예능으로는 가상과 예방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우선 ‘가상’이라는 키워드로 보면 그 대표사례로 JTBC 예능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을 꼽을 수 있다. ‘이혼숙려캠프’는 이혼소송의 과정을 가상으로 체험하면서 이혼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실제 이혼 소성에 들어가게 되면 생각지 못한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혼을 재고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가상으로 이혼할 상황을 설정하고 관찰 예능 방식을 취한다. 비록 가상이지만 평소의 생각과 마음이 드러나는 상황이 흥미를 자아낸다.
다음으로 예방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유형에는 SBS Plus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 사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이 있다.
이혼의 위기에 있는 부부들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는 형식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솔루션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들에게 해결책을 찾아서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이혼 사후 유형이 있는데 이는 대체로 이혼 이후에 관계를 모색하는 유형이다. 대표적으로 시즌 2까지 제작 방영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가 여기에 속한다. 이미 이혼한 커플이 다시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을 하면서 다시금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혼 후에 두 사람이 달라진 상황에서 다시금 재결합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이혼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텔레비전 시청자의 구성 변화 때문일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에 속하는 텔레비전은 연령층이 30대는 젊은 것이고 40대~50대로 이동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연애와 프로그램보다는 이혼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청자가 많아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한국 사회가 이혼에 대해서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혼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실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달라진 현실에 비해서 정작 이혼에 따른 부작용이나 후폭풍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계기는 없다.
방송 프로그램이 이러한 공백을 메워줄 수 있다면 적절한 문화적 기능과 효과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혼은 쉽게 하거나 함부로 할 때 생각하지 못한 고통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혼에 대한 성찰과 숙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전달할 여지가 크다.
다만, 의구심을 표하는 이도 있다.
과연 이혼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예능 포맷으로 풀어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두 사람의 갈등을 희화화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해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분별이 필요한 것은 필요한 점이다.
그런데 이혼 부부의 사례들이 나오면서 그들의 욕설이나 거친 몸짓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언행들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들의 사생활 보호는 담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은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 될 것인데 이에 대해서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장면들에 계속 노출된 시청자들도 피로감에 시달릴 수 있다. 남의 집 싸움을 구경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심리적 효과를 낳을지 알 수가 없다. 아울러 정말 이혼을 고민하고 있거나 이혼 후의 상처가 있는 커플에게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쨌든 이혼 예능은 당분간 유행일 듯한데 다만,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입체적으로 이혼의 숙고와 예방 그리고 재관계 형성의 면에서 나름의 긍정적인 역할과 효과를 끌어낼 수 있으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