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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레드카펫 '알묘조장'하는 사회의 단면?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 사이의 콘텐츠 미래?

등록일 2024년04월05일 09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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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이효리가 KBS ‘레드카펫’을 통해 처음으로 진행자로서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화제성은 단연 최고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화제성에 비해서 시청률은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았다.

 

어쩌면 인터넷에서 화제는 되어도 본방송을 사수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음악 프로그램이 고공의 시청률을 기대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효리의 문화적 코드에는 세대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아이돌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트롯 세대까지 포괄할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효리는 그 길로 들어갈 수 있어야 했다. 적어도 시청률을 기대했다면 말이다.

 

 

다큐 영화 ‘내 친구 정일우’(2017)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활동한 외국인 정일우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인데 오늘날에도 문화적 함의가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바로 정일우 신부가 ‘노란 샤쓰의 사나이(1961)’를 부르는 대목 때문이다.

 

이 곡은 트롯 계열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격의 없이 철거촌 사람들과 같이 노래를 부른다. 왠지 신부님을 생각하면, 품격있고 클래식한 노래를 부를 것 같지만 정일부 신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당대의 사람들이 즐기고 공유하는 그 무엇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롯이라는 장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즐긴다는 점이다.

 


 

TV 조선이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으로 크게 인기를 계속 끌고 있는 데 이어 MBN도 ‘현역가왕’과 같은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시선을 크게 끌어냈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국민이 바라는 바에 집중할 때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트롯오디션 프로그램이 미래 지향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현상적인 측면에서 최선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미디어 콘텐츠는 분화 현상의 중심에 있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 매체는 레거시 미디어의 범주에 있다. 평균 수명의 증가와 고령화 시대의 급진전으로 시청 층의 시니어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시니어 계층이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 구성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만 전 세대를 다 아울러야 하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러한 세대 포괄성은 트롯의 확장성을 생각하면 답이 있어 보인다. 트롯은 미국의 폭스 트롯이 아니며 일제강점기 시대의 트롯도 아니다. 오히려 가요 트롯이라는 장르로 생각해야 한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결합했다.

 

예전의 트롯이 주로 애수와 한, 슬픔의 위안이었다면 요즘은 신나고 경쾌한 댄스음악 유형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차원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트롯 장르에 상당히 진입했다.

 

더구나 아이돌 음악 일색인 음악 환경 속에서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보유하게 되었다. 여기에 아이돌 음악에나 있을 오디션 포맷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왔다. 결국, 융복합을 통해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확장성을 기했다.

 

다만, 트롯 오디션 우승자들의 면모를 보면 점점 더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가용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문화의 결실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에 성과가 좋아야 하는데 그 성과를 채울 수 있는 자원들이 줄어드는 현상은 위기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의 성과를 잊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은 이효리의 레드 카펫을 선보였던 ‘더 시즌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을 꾀한다고는 하지만 진행자를 몇 달 안에 교체한다고 해서 시청률이 확보될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스낵 컬처의 시대에 진중한 콘텐츠의 축적은 물론 코어 팬덤을 확보할 절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요 트롯이 팬덤을 형성한 것이 100여 년에 가까운데 이를 간과하는 것은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도 자주 교체한다고 해서 결과가 당장에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알묘조장(揠苗助長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친다​)하는 일은 오히려 그르치는 일이 될 것이다. 속도가 매우 빠른 스마트모바일 시대를 넘어 생성형 AI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은 절대 시간의 보장을 통해 창조적인 작업에 대해서 항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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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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