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영화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소풍’의 손익분기점은 25~26만 명 정도였다. 12억 정도의 영화 제작비가 들었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렇게 제작비가 비슷한 영화는 또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은 20만 명이 손익분기점인데, 설날인 2월 10일에 이미 24만 명을 돌파했다. 설 연휴 기간만 23만여 명이 관람해 32만 관객을 훌쩍 넘겨 버렸다.
또 하나의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은 이보다 제작비가 더 낮다. 5억 원의 제작비에 12만 명의 손익분기점이기 때문이다. ‘길 위에 김대중’의 흥행은 2023년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작인 ‘문재인입니다’의 누적 관객 수 11만6959명도 넘긴 기록이었다.
이렇게 소소하게 흥행하는 작품은 우리 영화계와 극장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 극장가를 주름잡았던 블록버스터와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들의 특징은 일단 제작비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점만이 눈여겨 야 보아야 할 할 대목은 아니다.
비록 몸집을 줄여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무조건 제작비가 적다고 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게 만든 점이 있다는 매력이 있다.
영화 ‘소풍’에는 임영웅의 노래가 있었다. 그는 ‘모래 알갱이’라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게 했다. 그가 허용한 첫 영화 OST라는 점에서 봤을 때 가치가 있었다. 따라서 팬들에게는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할 포인트가 된다. 영화의 내용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직접 챙겨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물론 관객을 적절하게 타깃 차별화한 측면이 문화적으로 꼽힐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영화 ‘건국 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초창기 활동과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집권 후반기의 부정부패에 가려져 있던 정책 사안들에 대해서도 집중한다. 따라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묻혀 있던 사안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객석을 찾아야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길 위에 김대중’의 경우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창기 모습을 온전히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처음 공개되는 자료도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갖고 있다는 것에 비춰 다른 점이 있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자료는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 있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전반적으로 이 세 작품은 팬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영화에 팬덤일 수 있는가 싶지만, 사실 팬덤은 공연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극장에서도 프랜차이즈 영화가 스노우 볼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팬들이 결집하고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 따라서 결집하는 것은 정치적인 팬덤일 수도 있다. ‘건국 전쟁’, 이나 ‘길 위에 김대중’은 양쪽으로 진영이 나뉘어 극장 관객이 들 수도 있다.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다큐멘터리가 갖고 있는 대중적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관객들은 역사적 사실에 관심이 많다. 이러한 점은 ‘서울의 봄’ 흥행 사례에서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특히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 온전히 알 수 없었던 정치 미디어 환경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주의 진전과 더불어 자료 수집과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보편화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록 다큐가 일반 영화나 드라마처럼 대중적 흥행성이 매우 크지는 않지만, 일정한 수요가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앞서 소개한 영화 ‘소풍’의 사례도 소중하다.
작은 영화들이 많고 다양해야 국민이 문화적 향유를 폭넓게 누릴 수 있다. '소풍'은 문화 예술적 협업의 방향도 생각하게 한다. 소소한 소재의 훈훈한 작품에 임영웅이 콜라보한 것은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대형 블록버스터보다는 팬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 팬은 다름 아닌 국민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관객들이 들고 나갈 수 있는 관람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카페나 식당에는 테이블 회전율이 있다. 일정한 테이블에 손님이 짧은 시간 내에 이용해야 운영자는 수익이 올라간다. 한 테이블을 두고 누군가 독점하고 오래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손님들이 빨리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영화관의 스크린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빨리 제공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대형 제작비의 블록버스터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장기간 스크린을 장악하려 한다. 특정 팬을 위한 독과점이다. 그 때문에 그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은 스크린을 원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이제 영화 관람 문화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남들이 보니 어쩔 수 없이 봤지만, 이제는 그러한 문화 심리는 사라지고 있다. 물론 대형 제작비를 들인 작품을 '빨리빨리 내리라'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응에 따라 관객이 원하는 영화는 그 관객들을 위해 스크린을 할애하고 나머지 스크린은 다른 관객을 위해 끊임없이 할애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작은 영화들의 선전을 통해 우리가 일깨워져야 하는 대목이다. 어차피 극장은 원래 팬을 위한 공간이었다.
팬을 획일화하지 않는 것만이 오래된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