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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왜 보나? 파면 팔수록 나오는 것 [김헌식의 문화 스펙트럼]

-파묘를 통해 본 한국인의 공포와 미래의 꿈

등록일 2024년03월07일 13시0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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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이나 오컬트물의 공통점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토대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점이다. 다만, 두려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좀 다를 뿐이다. 그 원인을 좀 헤아려 보면 악령이나 유령과 같이 영적인 개념도 있고, 초자연적인 현상 때문에 두려움을 갖도록 한다.

 

여기에 괴물이나 바이러스 등도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의 영역으로 온다면 살인마나 정체 모를 인물을 통해 두려움을 갖게도 한다. 상대나 대상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을 때, 더욱 두려움을 갖게 된다.

 

애초에 ‘파묘’는 공포를 자아내는 영화로 생각할 수 있다.

 

묘를 팠는데 그곳에서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왔다고 하니 충분히 공포물로 여길 수 있었다. 그런데 공포물은 요즘 흥행 사례를 찾지 못한다. 그만큼 대중적 관심도 적고 성공사례도 꼽기 힘들다.

 

이 때문에 ‘파묘’의 흥행을 분석하는데, 한계를 보이게 된다. 단순히 공포물이 아니기에 많은 관객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영화 ‘파묘’는 일단 서양의 오컬트물이라고는 해도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에 친근하게 상상할 수 있는 점들이 있었다.

 

풍수, 이장, 무속, 그리고 일제 침략의 역사 등등의 요소들이 한국 관객에게 익숙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한국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관객이 들었을지 의구심이 든다.

 

단번에 봐도 풍수, 이장, 무속, 일제 침략기 쇠말뚝 등은 대중 영화 관객에게는 친숙하다 못해 흔해 터졌다.

 

더구나 그러한 개념이나 코드들은 이제 그렇게 대중적으로 선호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생각할 것은 장면이나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컬트물이나 공포들은 단순히 “이래도 안 무서워”하는 깜짝 놀라주기 방식으로 접근하면 관객은 선택하지 않는다.

 

다른 관점 즉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보여줄 때 관객의 선택을 더 받게 된다. 특히, 우리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전해 줄수록 여운과 공감대가 깊거나 넓어질 수 있다.

 

영화 ‘파묘’가 단순히 서양의 악령의 괴롭힘이나 동양적인 원혼의 한풀이였다면, 상영관을 가야 할만한 차별성이 없었을 것이다. 자칫 종교적이거나 도덕적 윤리적인 세계관만 보여준다면 현대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런 유형의 콘텐츠는 이미 너무나 많다.

 


관객은 무엇보다 주요 인물을 통해서 감정이입을 하고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영화의 주제의식에 공감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주류나 상류층 인생은 아니다.

 

풍수사, 장의사, 무당은 분명 화려하거나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삶과 죽음 사이에서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을 하는 이들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정적일 때 그들은 꼭 찾아야 하지만, 그런데도 이들은 빈곤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그들에게 한몫 잡을 기회가 찾아온다. 부잣집의 의뢰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묘를 파서 옮기는 것은 개인이나 가족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일로 설정된다.

 

여기에서 나중에 아픈 근현대사의 상처도 등장한다. 그들이 처음에 한몫을 잡으려는 속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다른 면모를 갖기에 이른다. 이러한 인물들은 비단 그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현대인들의 심리와 공통분모를 갖는다.

 

그래도 현대인들도 나름에 가치가 있는 존재로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려 하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는 빈곤한 현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개인적인 이익만 챙기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항일 코드도 그렇다. 많이 알려졌듯이 영화의 상덕, 영근, 화림, 봉길 등 주요 인물들은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에서 왔고, 심지어 차량 번호판도 독립과 관련이 깊은 숫자들이다.

 

독립은 뭔가 개인도 가족도 사회 구성원들도 잘사는 길로 보였다. 그런데 거창하게 내세울 수 있을 것 같은 독립운동가들도 당대의 그 삶은 빈곤했다. 당대 절박한 것이 개인이나 사회에 필요했기 때문에 그들은 나섰다. 지금 우리 각자가 위기에 최선을 다해 극복하려 할 때 독립운동가일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개인적인 욕망에서 시작했더라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말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빈곤한 풍수사, 장의사, 무당들이 필사의 노력을 하는데 정작 세상은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다. 그것이 실제였는지 어느새 아득하고, 그렇게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절박하게 필요한 일이었는지 알 수도 없다.

 

단지 그들은 봉착한 문제를 해결했고, 살아남았다. 더구나 조상신이 영향을 미쳐서 행복하게 살고 있거나 악령이 영향을 미쳐 개인과 사회 구성원이 모두 불행해졌는지 알 수가 없다.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위기에 봉착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각자 고군분투했던 흔적이었다. 그 삶이 후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알 수 없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장에 정확하게 계량이 안 된다고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가 있을 때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다만 그것이 다른 구성원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초자연적인 현상은 일어난다.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 태반이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이 안 된다고 하여 의미나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그 함의들을 영화 장르 등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공유할 수 있기에 이것이 오컬트물을 보는 이유가 될 것이다. 영화 ‘파묘’의 성과를 더 확장할 수 있는 계기는 이런 맥락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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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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