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가 되면 극장가에도 대목이라는 게 있었다. 코로나 19 엔데믹이 되면 이러한 점이 회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었다. 심지어 2024년 설 명절 연휴에는 블록 버스터 영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보통 5~600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을 할 때 대형 블록버스터라고 한다면, 300만 관객 동원을 목표로 해야 하는 영화도 없이 대체로 150만에서 200만 사이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의 국민 사이에서 문화 향유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점을 확인케 한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우선 반려견을 둘러싼 옴니버스 이야기를 담은 ‘도그데이즈’의 경우에는 손익분기점 관객 수가 2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름을 빌려주고 암흑 속에 사는 바지사장 소재를 다룬 ‘데드맨’은 75억 제작비라 170~180만 명의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 물론 약 82억이나 75억 원의 제작비는 보이스 피싱 조직 일망 타진을 다룬 ‘시민덕희’와 비교된다.
영화 '시민덕희'가 개봉 2주 차인데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이 영화의 제작비는 6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150만 명이다. ‘시민덕희’는 손익분기점은 무난히 돌파하며 흥행작이 되었고 설 연휴까지도 지속세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시민 덕희’보다 제작비가 적은 영화도 있는데 김영옥, 나문희 주연의 70대 동창생들의 여행기를 다룬 ‘소풍’은 제작비가 12억 원으로 약 25~2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이렇게 설 명절 연휴 즈음에 개봉한 영화들의 손익분기점이 낮은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작년의 상처를 꼽을 수 있다. 2023년 설 명절 즈음에 137억 원의 제작비로 손익분기점 335만 명이었던 ‘유령’은 66만 명에 그쳤다.
또한, 제작비 150억 원으로 350만 명대의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했던 ‘교섭’은 16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도 흥행에 실패했다. 이런 작품들의 특징은 대체로 흥행 배우에 흥행 코드를 더하고 제작비를 대거 투입한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제작 방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영화에 관객들이 반응을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설 명절 연휴 기간에 개봉할 이유가 없어졌다. 더구나 설 명절 연휴 이후에는 바로 개학을 앞두어야 한다. 즉, 바로 비수기에 접어들기에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이 동력을 받을 수 없다.
더구나 설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좀 달라졌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가족 단위로 멀티플렉스 영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좀 트렌디한 생활 문화였지만, 이제는 다양한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영화관을 가지 않아도 대체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예컨대, 여행을 가기도 하고 공연을 찾기도 한다. 해외여행은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티켓값이 높지만, 흥행 명작들을 찾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늘었다. 고금리 고물가에 경제적 부담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가성비가 맞지 않을 수 있는 영화관이 매력적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꼭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가격보다 얻을 수 있는 효용성이 떨어지면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요즘 공연 티켓 가격이 높은데 그런데도 예매 관객이 증가한 것은 이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대중적인 작품은 꼭 명절 연휴가 아니라도 언제든 주목받는 관람 문화가 형성되었다. 즉 영화 관람을 휴가나 연휴, 방학에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동기가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비수기인 5월과 11월에 개봉해 천만 관객 돌파까지 이루어낸 ‘범죄도시’나 ‘서울의 봄’이 잘 보여주었다.
이전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도그데이즈’나 ‘데드맨’이 상대적으로 손익분기점 관객 수가 적다고는 하나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풍’을 비롯한 상대적으로 이런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명절 연휴에 관한 개봉작 흥행 모델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천만 관객 동원이 아니라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분배와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흥행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이제 한국 영화계의 기본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