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도 결국은 자유민주주의 이슈였다.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6월 17일 이후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에서 중환자실, 응급실을 제외한 모든 진료를 휴진한다고 6일 발표했다.
비대위 측은 성명서를 통해 “진료를 받으시는 환자분들께 부탁드린다. 정부의 저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저희 병원에서의 진료를 미루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휴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정부에게 달렸음을 양해 하여 주시기 바란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의 필수 진료는 이전보다 더 강화하여 유지할 것이나, 병상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중증 환자분들께 진료 기회를 양보하여 주실 것을 아울러 부탁드린다.”라고 발표했다. 비대위 측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백과사전 브리태니커는 자유민주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정부의 권력이 제한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헌법으로 정립된 규범과 기관에 의해 보호되는 민주주의 형태이다.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널리 인정되고 있다: 다원주의와 관용(즉, 다양한 이해관계 그룹 간의 정치적 권력 분산과 그룹 간의 충돌하는 정치적 견해 또는 우선순위의 수용); 헌법적 틀과 법치주의를 통한 정치적 논쟁의 해결; 권력의 분립(독립적인 사법부의 운영 포함); 그리고 시민 권리 보호이다.”
비대위 측은 이번 의료개혁에 있어 정부의 권력이 제한되기는커녕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의료계 질서와 시스템이 무너지는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았다. 비대위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기도 전에 정부가 집단 연가 불허, 진료유지명령 등을 쏟아낸 것은 의료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의료계와 정부 간의 불신, 불통과 맞물렸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즉, 정부가 의료개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과도하게 권력을 사용했고, 기존에 있었던 의정간의 불신, 불통이 합해져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수련을 받던 1만여 명의 젊은 의사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떠났을 때 사직서수리금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도 시민 권리를 보호하지 않은 정부가 자유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으로 비대위 측은 평가했다.
비대위 측은 “사직의 뜻을 밝혔지만 젊은 의사들은 자기결정권을 무시당했으며, 기존 직장의 업무를 지속할 것을 명령받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현행법 위반’에 대한 처벌로 ‘3개월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통지 받았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처사인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이 여전히 적법하다고 판단”한 정부가 “사직 의사를 밝힌 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부과하는 것은 노동의 강제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어지고 정부가 강제 노동을 명령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는가? 강제노동 명령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가 국민에게 행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물었다. 즉, 이 정부에서 자유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비대위 측은 또한 “전공의들은 직업 선택의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하고 강제 노동을 명령 받은 바, 사직서 제출 후 6월 3일까지 업무를 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그들의 ‘범법행위’로 남아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지난 100여일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의 정책과 행정명령의 부당함을 부르짖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도 의사라는 이유 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하며 강제 노동을 거부한 젊은이들을 범법자로 취급한다.”라며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은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수련생들이 병원을 떠난 후 중증, 응급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는 것이 비정상적인 시스템 때문이 아닌, 전공의들이 의사의 책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호도한” 정부의 비판에 항의한 비대위 측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비통한 마음으로 전면 휴진을 결의했다.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지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정부의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된 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환자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비대위는 “저희의 휴진으로 불편을 겪게 되실 환자분들께 진정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환자분들께 피해가 가는 것은 평생 의업에 종사해온 저희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의사로서 책무를 지켜야한다며 개인의 자유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정부의 처사를 용납한다면, 정부가 다음에는 어떤 직역의 자유를 빼앗으려 할지 모른다.”며 자유와 민주주주의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음을 알렸다.
비대위는 마지막으로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의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를 중단하고 이번 의료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저희는 휴진을 할 의사가 없다. 부디 저희가 오늘 결의한 휴진이 실행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성명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