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개혁 당사자들이 움직여야 일어날 수 있다.
개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개혁의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개혁은 없다.
기자는 최근 어느 미래교육학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왜 이렇게 좋은 것인데 사람들은 왜 동의하지 않고 따라오지 않는 것일까요?”라고 질문했다. 미래를 대비하며 준비한 교육이지만 사람들은 기존 교육이라는 틀에 갇혀 나오질 않고 오히려 기존 교육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기 때문에 기존 교육의 틀을 바꾸고 좀 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지식을 쌓고 지식을 시험을 통해 증명하면 남은 인생이 보장되는 그런 시스템 안에서 아무도 뛰쳐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답은 뻔히 알고 있지만 교육 개혁을 못하는 이유는 교육 개혁의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개혁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태에서 미래교육으로 개혁을 한다며 억지로 밀어붙인다면 역풍만 거세게 불고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 뻔하다.
교육부가 미래교육을 도입하려면 학생, 학부모, 학교 등에서 상당한 동의가 있어야 하고 그 전에 시범적인 교육을 부분적으로 실시해서 결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개혁도 마찬가지다. 지금 의료개혁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계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변화에 대해 더디 움직였기에 개혁은 일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증원을 들고 개혁을 일으키려고 강제로 이행을 하려고 하니 고칠 개(改) 개혁이 아니라 강아지 개의 개혁이 된다.
지금 정부가 필요한 것은 의료계에서 의대증원이 필요한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 필수의료/지방의료에 대한 연구 등이 시작되었기에 이 연구를 지지하고 협력하며 정부 측의 의견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전면적인 의대증원이 아니라 부분적인 증원을 해보면서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아무 근거 없는 2000명 증원을 내놓고 이대로 지키면 좋은 사람, 안 지키면 범인으로 구분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개혁이다.
그렇게 해서는 개혁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기존의 의료시스템이 망가지게 된다.
의료계에서 처음에는 증원에 반대만 했지만 조금씩 스스로 연구하고 관련 논문을 쓰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정부가 그것을 잡았으면 좀 더 새로운 국면으로 향해 갔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그 어떤 목소리도 듣지 않았다. 무조건 의대증원 2000명을 밀어붙이며 망국의 길로 향해 갔다.
동아일보의 우경임 논설위원은 5일자 칼럼에서 “요란스럽게 대책을 발표하고는 정권이 바뀌면,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없던 일이 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의사를 늘려 놓고 의료 개혁을 실기(때를 놓침)한다면 우리 의료 시스템은 정말 망가진다.”라고 경고했다.
지금의 의료개혁은 고칠 개(改) 개혁이 아니라 강아지 개의 개혁이다. 이유는 의대증원 2천명이 근거가 없고 의료 사태의 책임을 각 병원에 떠넘기고 있기에 전공의들은 무책임한 정부를 믿고 돌아올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경임 논설위원은 “대학병원의 전공의 의존도가 줄어들자 ‘의료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의료 시스템이 비정상이었고, 이를 방치해 왔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는데 전공의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짐을 지게 됐고 도저히 근무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되면서 교수들의 이탈도 불보듯 뻔하게 되었다.
양을 늘리는 개혁이 아니라 질을 향상시키는 개혁을 계획했어야 했는데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하늘에서 공수했는지 2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오면서 강아지 개의 개혁이 되고 말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 정부가 저수가로 왜곡된 필수의료를 실릴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전 회원의 뜻을 모아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막아내고 의료 정상화를 반드시 이루겠다” 라고 밝혔다.
의료개혁은 의사들에게는 의료농단, 교육농단이 되었다. 이런 개혁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