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종일 교육부회장(오른쪽)과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겸 비대위원장이 탄원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4월 30일 열린 심문과 5월16일 작성된 결정문의 내용이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판사 개인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판결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심히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판결의 핵심 쟁점
처분성 문제
재판부는 의대 정원 증원 처분이 정부의 재량인지 귀속적인지에 대해 정부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국무총리가 국립대 의대 정원 증원을 지시하는 것이 법령 위반인지도 물었다. 처분성은 행정 행위가 법적으로 규제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지, 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원고적격 문제
재판부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처분에 대해 원고적격에 대해 질문했다. 만약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으면, 정부의 결정에 대해 사법적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대생, 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 다양한 신청인의 원고적격 여부를 따졌다.
증원 처분의 타당성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려는 결정의 타당성을 심도 있게 따졌으며, 이에 대한 연구결과와 자료를 요청했다. 정부의 증원 처분이 법률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증원의 숫자와 배분의 타당성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배정의 근거와 절차
재판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배정이 대학별로 인적, 물적 시설 요건을 조사하고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의 근거와 절차를 상세히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배정위원회의 회의록과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사법 심사의 필요성
재판부는 증원 처분에 대해 아무도 다투지 않으면 사법적 심사가 불가능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제3자의 신청 적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판결 내용 요약
배상원 판사는 심문 내용과 판결문 내용이 동일한 반면, 구회근 판사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나왔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음은 배상원 판사의 심문 내용이다:
“교육부 장관이 의대 정원을 정하면 총장이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국무총리가 국립대 의대 정원 증원을 지시하는 것이 법령에 위반되는가? 처분성 관련해서는 교육부 장관이 정한 모집 정원에 따라 대학 총장이 결정하는 것이 재량인지 귀속적인지 설명해 달라. 원고적격 관련해서 신청인들이 의대생, 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 네 가지 부류인데, 이들이 모두 원고적격이 없다면 국가의 행위는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가?”
구회근 부장판사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의 질 자체는 우수하지만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기초 내지 전제로서 의대 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상당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했고,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되었다.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재판부는 결심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의 질이 우수하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의사 수급이 어렵다. 의대 정원을 증원할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려우며,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연구와 조사를 지속해왔다. 이 사건 처분은 의대 정원 증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정부는 향후 의사 인력의 수급 상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여 수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회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공공복리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이번 판결은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한 법적 논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이 법률상 적법하다고 판결났지만, 의료계와 법원 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논란은 향후 의료 정책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더욱 철저한 연구와 검토를 통해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의료계 탄원서 제출
한편, 의료계는 20일 서울고등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의 의대 정원에서 50% 또는 66%를 한번에 늘리는 급격한 증원은 현재 및 가까운 미래의 교육여건으로는 의대 재학생들에 미치는 손해가 매우 크다. 의대 정원 증원이 없다 하여도, 정부의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의 개선을 위한 의료개혁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공공의 복리를 저하시킬 우려가 없다. 1. 의과대학 교육의 질 하락: 의학교육의 측면에서는 10% 이상의 증원은 과도한 규모에 해당하고, 현재의 교육여건(교사, 교원, 교육기본시설 및 지원시설 등)상 도저히 수용될 수 없으며, 이는 고등교육법을 명백히 위반한 증원이 된다. 2.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개선을 위한 의료개혁은 의대정원 증원 없이도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 많은 OECD 국가들이 한국에 비해 많은 의사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심각한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의사수가 많다고 해도 그 낙수효과가 없음이 명백하다.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문제는 현재의 시급한 문제인 바, 10년 이상 지나야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의대 증원은 즉각적 대처방안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필수의료 분야의 법적 안전망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비, 수련환경 개선은 즉각 시행 가능하고, 10년 후에나 그 효과가 어떠할지 불투명한 의대 증원 없이도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바로 개선시킬 수 있다. 정부는 의료 공공복리의 재정적 위기를 대비하지 않아, 재정 파탄을 통한 공동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30년 31조의 적자가 예상되며,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시 2035년 14조 이상의 요양급여 증가가 예상된다. 요약하면, 의대정원 증원이 없다 할지라도 정부가 올바른 필수의료, 지역의료 정책을 추진한다면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없을 것이다.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드린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전체 교수는 20일 제 6차 비상 총회를 개최하고 555명의 교수가 참여한 설문조사 내용을 공유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8.4%의 교수가 ‘과학적인 근거 연구를 통해 의료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사태의 장기화로 의료진의 소진이 심각해지고 있어, 진료일정 조정(64.5%), 야간 당직 횟수 조정(36.1%)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대증원과 관련해 어떤 집단행동을 할지는 이 총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