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 경기 때 취재진 앞에서 울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바뀐 것인지. 감독직 수락하게 된 배경을 말해달라.
A) 일단,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 끝난 후였다. 그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표팀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에 가고 싶지 않았다. 10년이 지났는데 어려운 시점도 있었고 반대로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10년 전에 국가대표, 또는 축구인 홍명보의 삶의 무게를 그때 내려놓을 수 있었 홀가분하기도 했다.
2월부터 제 이름이 제 의도와 상관 없이 나오는 게 괴로웠다. 정말로 괴로웠다.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7월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정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임생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저에게 "MIK(Made in Korea)'라는 기술철학을 이야기했다. 제가 행정 일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많이 있었다.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해 축구 대표팀, 연령별 대회의 연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루지 못했다. 이임생 위원장께서 그 말을 할 때 저는 생각했다. ‘행정은 한계가 있다. 실행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행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누가 과연 실행하는 데 가장 좋은가? 국가대표 A팀 감독이 하는 게 가장 좋다. 위원장께서 외국에 가서 2분을 만나고 오고 MIK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셨을텐데 그 부분이 잘 되지 않았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저에게 그 부분에 있어서 강력하게 말했다. 저에게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얘기를 그렇게 들었고 저도 MIK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했다. 결정내리지 않고 이임생 위원장은 돌아갔다.
밤새도록 고민을 했다. 솔직히 두려워했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날이었다. 제 안에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스로에 질문을 했다. 제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한 편으로는 제가 실패를 했었던 그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며 끔직한 느낌이었다. 반대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승부욕도 생겼다. 팀을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하고 저에게 있어서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제가 대표팀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10년만에 축구를 즐기는 상황인데 저를 지키고자 대표팀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저를 버렸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저를 버리기로 했다.
Q) 축구협회 규정상 대표팀 감독직 제안이 오면 K리그 구단은 거절하지 못하는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지금은 그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바뀌었고, K리그 감독을 구속하는 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감독님이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14년 감독 홍명보와 2024년 감독 홍명보는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현재 대표팀 전력 평가를 어떻게?
A) 지금하고 10년 전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솔직히 경험도 부족했다. 뭔가 축구의 지도자로서 막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10년 전보다는 제가 K리그 경험도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은 시간을 가졌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노력을 더 해야한다. 한국 대표팀에 많은 좋은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팀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재능을 어디 위에 올려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재능을 헌신 희생 위에 올려놓으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으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하지만 얼마나 신뢰관계를 쌓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발표 후 이슈가 있다. 전력강화위원회 박주호 위원의 유튜브 내용, 소신껏 자기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는 이도 있고 충돌하는 의견이 있는데, 그 내용에 대해 아는게 있는지.
A) 영상 내용도 봤고 확인했다.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갖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안에서 어려움도 있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의견이 다 존중 받으면서 그런 것들 속에서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것도 포용해서 나은 한국 축구를 위해 발전되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경기 마치고 그라운드 한 바뀌 돌면서 인사했다. 울산 경기장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안 좋은 구호가 나오는 걸 상상 못했을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울산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죄송했고, 그동안 너무 좋았었는데,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지만 이런 식으로 작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저의 실수로인해서 이렇게 떠나게 되었는데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제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선택했고 팬, 축구만을 위해 보낸 시간이 좋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까지 응원의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나왔는데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울산 팬들에게 사과의 말씀 드린다.
Q) 언제 대표팀에 오게 되는지
A) 아직 협회하고 얘기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