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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코드, 정치인들은 해독할 수 있을까?(17)] "미국에 새로운 리더십 필요" - 보수파 콜린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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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4년10월20일 01시2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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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만여명의 군중이 모인 장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오바마 후보. 사진 - 게티이미지스 코리아

 

[오바마 코드, 정치인들은 해독할 수 있을까?(17)] 

​[들어가는 말 (매회반복)] 

 

버락 오바마. 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지도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 “비탄자들의 총사령관”, “미국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지도자”, “절대 신념을 잃지 않은 대통령”, “모범적이고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 “쿨(Cool)한 지도자”

오바마는 많은 수식어로 전 세계인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는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공감했던 리더로 인상 깊게 기억되고 있다. 

오바마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 미국 최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총 8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퇴임 시 최종 지지율은 59%로 빌 클린턴(66%), 로널드 레이건(63%)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직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34%), 다음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34%)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오바마는 퇴임 후 몇 년이 지난 2022년 NBC 뉴스의 설문조사에서도 공인(public figure) 중 긍정평가 51%를 받아 일론 머스크(31%), 조 바이든(42%), 케빈 매카시(13%), 도널드 트럼프(35%), 낸시 펠로시(31%), 마크 저커버그(8%)를 크게 앞질렀다. 

2018년 퓨 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도 44%의 응답자가 오바마를 최고 또는 두 번째로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아 단연 1위에 올랐고 빌 클린턴(33%), 로널드 레이건(32%), 트럼프(19%)를 제쳤다. 존 F. 케네디는(12%)를 기록했다. 

오바마는 어떤 대통령이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그가 완벽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정책 중에는 필자의 철학과 맞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대통령이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그를 높이 평가했던 이유다.

오늘날 많은 한국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정치인이라면 오바마에게서 배울 게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시리즈로 나눠보기로 한다. 
 

 


 

버락 오바마가 다녔던 교회의 담임 목사였던 제러마이아 A. 라이트는 설교 중에 미국은 신이 축복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 나라에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가난한 자들이 기회를 얻지 못한다며 “빌어먹을 미국(God damn America)”이라는 표현을 썼다.

 

라이트 목사는 오바마 부부의 결혼 주례를 맡았고 오바마 부부의 두 딸인 말리아와 사샤에게 침례를 했던 인물이다. 오바마 가족의 친구이자 버락 오바마의 멘토였던 라이트 목사의 과격한 발언은 동영상 블로그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 올려져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시까지 오바마를 지지했던 백인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백인, 흑인 등 인종과 상관없이 모두를 친구로 대하며 화합을 강조했던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던 상황에서 오바마는 2008년 3월18일 ‘더 완벽한 연합’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오바마는 이 연설에서 “라이트 목사는 흑인이기 때문에 특정 직장을 잡지 못하고 연금을 받을 수 없었고 교육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시대에 살았다. 또한 흑인을 차별하는 짐 크로 법안 등은 수십 년 동안 라이트 목사와 같은 흑인을 괴롭혔다. 이로 말미암아 흑인이 가난하게 살았고 그들에게 분노가 있는 것은 당연하니 이를 이해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이어 “흑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백인이나 이민자들이 과거와 연연해서 살지 않으며 그들도 생계유지를 위해 최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들도 직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문제는 사람들이 직장을 계속 잃는 것인데 이는 고용주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선호하면서 생긴 일이다. 문제는 썩은 정치이고 점점 탐욕스러워지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설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이 연설이 이 시대 최고의 연설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 연설이 알려진 후 뉴멕시코의 주지사였던 빌 리처드슨은 오바마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리처드슨은 미국 내 유일한 히스패닉계 주지사였기에 히스패닉 표심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리처드슨의 지지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 오바마에 더욱 집중하도록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 경선에 오바마의 대결 상대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은 2위로 밀려났다. 클린턴은 선거 전략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그는 백인만 열심히 일하는 인종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으로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의 표가 유지부동이 되도록 했다. 


2008년 6월7일.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클린턴 상원의원은 오바마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클린턴의 오바마 지지는 민주당 내 화합을 주도했고 여성 유권자의 표가 오바마로 쏠리도록 했다. 


이러한 지지에 대한 답례로 오바마 측은 클린턴 캠프의 빚을 갚아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클린턴 캠프는 경선을 위해 무려 1천만 달러를 융자 받은 바 있다. 오바마는 지지자들에게 이 빚을 갚아주기 위해 기부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오바마의 지지자들은 실제 기부를 함으로써 클린턴의 재정 부담을 덜어줬다. 


오바마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를 반대하는 언론은 ‘두려움 전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오바마가 모슬렘이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통치하게 될 것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자극적인 풍자만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오바마 측은 이에 대해 거론할 가치가 없는 풍자라고 애써 논평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도 동의했다. 

 

뉴요커 잡지에 무슬렘으로 묘사된 오바마 당시 후보. 왼쪽의 여성은 테러리스트로 묘사된 그의 아내 미셸 오바마다.

 

오바마의 인기가 점점 높아졌다. 2008년 7월24일 오바마는 독일 베를린에서 연설을 했는데 이 자리에는 20만 명의 독일인, 유럽인들이 몰려들었다. 오바마는 “독일이 다시 분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일인은 테러, 집단 학살, 지구온난화를 힘을 모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매케인은 오바마의 이러한 인기와 행보에 대해 “자신이 록스타인 양 뽐내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오바마는 2008년 8월22일 중대한 결정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을 그의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던 것이다. 언론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반응했다. 바이든은 국외 정책의 전문가였다. 그는 또한 상원의원으로서 무려 36년 동안 재직했다. 그의 경험은 국정 경험이 부족한 오바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08년 8월25일 민주당 전당 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았던 ‘상원의원의 사자’ 에드워드 케네디가 연설자로 나와 새 시대의 새 리더인 오바마를 적극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케네디의 연설은 일부 보수층의 표심을 움직였다. 이 행사에서 미셸 오바마는 남편이 얼마나 가정적이고 나라의 발전에 헌신되어 있는지를 설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아내와 두 딸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으며 미국의 건강보험제도, 실업률 증가, 군인들에 대한 낮은 혜택 등을 거론했다. 


그는 또한 이 연설에서 미국인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이고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서는 미국인이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5년 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연설에서 거론됐던 꿈과 연합에의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연설은 미국 내에서 무려 3,900만 명이 지켜봤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본 연설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자신의 러닝 메이트로 새라 페일린을 지명했다. 

 


 

페일린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것은 여성 유권자를 겨냥한 선택이었다. 페일린은 처음에는 큰 인기를 끌었다. 직설 화법과 말끔한 외모 그리고 독특한 억양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페일린의 등장으로 공화당 전당 대회도 무려 3,700만 명의 시청자를 TV 수상기 앞으로 끌어들였다. 페일린은 10대 청소년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이 임신한 사실이 온천하에 공개되면서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오바마는 페일린이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나서기 전부터 10대 임신의 문제점을 자주 거론한 바 있어 페일린 딸의 임신은 그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오바마는 그러나 언론이 페일린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폭로하는 것을 오히려 비난했다. 페일린의 또 다른 약점은 정치 경력과 지식이 부족한 것이었다. 여성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그를 선택했던 매케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페일린은 오히려 여성들의 필요를 채우지 못하는 정견으로 여성 유권자들을 분노케 했다. 


양당의 공세가 뜨거울 무렵인 2008년 9월15일은 ‘검은 월요일’이 됐다. 리먼 브라더스 사가 파산신청을 하고 메릴 린치가 무너지면서 미국 경제에 큰 파도가 출렁거렸다. 이 소식에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500포인트나 폭락했고 월스트리트는 총체적인 난국을 맞았다. AIG 사가 흔들리자 미국 경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큰 재정 회사와 보험회사가 무너지자 이 여파는 일반 은행들에도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는 깊은 불황에 빠졌다. 미국 주식시장은 계속 하강곡선을 그렸고 이는 전 세계 주식시장과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매케인 후보에게 직격탄이 던져졌다. 매케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고 자신있게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TV 토론이 열렸다. 경제, 전쟁, 환경문제와 관련된 토론에서 매케인은 완패했다. 그는 논리에서 크게 뒤졌을 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유권자의 마음을 잃고 말았다. 


TV 토론에서 대통령 선출이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페일린은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그는 “오바마는 테러리스트의 친구”라는 구시대적인 발언으로 지식층으로부터 더욱 강한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보수층도 그의 무지하고 황당한 발언에 당황해 했다. 


매케인과 페일린의 주장은 오히려 표심을 잃는 원인이 됐던 것이다.  ‘두려움 조장’의 선거전략은 유권자들을 식상하게 했다. 부시 정권에서 고위관료였던 콜린 파월마저 매케인에게 등을 돌렸다. 매케인의 오랜 친구인 파월은 ‘Meet the Press’라는 방송에 출연, “매케인이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매케인이 지금의 경제난국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매케인 캠프가 그로기 상황에 빠지는 결정적인 발언이었다. 


파월은 이어 “공화당이 오바마는 모슬렘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유세를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파월은 “미국의 리더십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오바마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대선은 오바마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오바마는 2008년 11월4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자신을 키워준 친할머니 매들린 덤햄이 세상을 떠난 바로 다음날 오바마는 당선자로 확정됐다. 1960년대 로버트 케네디는 “40년쯤 후에 유색 인종 미국인이 미국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예언을 한 바 있는데 그의 예상이 바로 2008년에 현실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이제 최악의 상황에 있는 미국 행정부를 맡게 됐다. 그에게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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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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