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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코드, 정치인들은 해독할 수 있을까?(19)] 대통령 당선 후 승리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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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4년11월03일 21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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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 1월 20일: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 20일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서쪽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연설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에 선출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되었다. (사진: Alex Wong/Getty Images)

[오바마 코드, 정치인들은 해독할 수 있을까?(18)] 

​[들어가는 말 (매회반복)] 

 

버락 오바마. 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지도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 “비탄자들의 총사령관”, “미국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지도자”, “절대 신념을 잃지 않은 대통령”, “모범적이고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 “쿨(Cool)한 지도자”

오바마는 많은 수식어로 전 세계인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는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공감했던 리더로 인상 깊게 기억되고 있다. 

오바마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 미국 최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는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총 8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퇴임 시 최종 지지율은 59%로 빌 클린턴(66%), 로널드 레이건(63%)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직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34%), 다음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34%)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오바마는 퇴임 후 몇 년이 지난 2022년 NBC 뉴스의 설문조사에서도 공인(public figure) 중 긍정평가 51%를 받아 일론 머스크(31%), 조 바이든(42%), 케빈 매카시(13%), 도널드 트럼프(35%), 낸시 펠로시(31%), 마크 저커버그(8%)를 크게 앞질렀다. 

2018년 퓨 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도 44%의 응답자가 오바마를 최고 또는 두 번째로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아 단연 1위에 올랐고 빌 클린턴(33%), 로널드 레이건(32%), 트럼프(19%)를 제쳤다. 존 F. 케네디는(12%)를 기록했다. 

오바마는 어떤 대통령이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그가 완벽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정책 중에는 필자의 철학과 맞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대통령이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그를 높이 평가했던 이유다.

오늘날 많은 한국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정치인이라면 오바마에게서 배울 게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시리즈로 나눠보기로 한다. 

 

미국 제44대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은 2009년 1월20일 워싱턴 D.C.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캐피털에서 열렸다. 이 취임식의 주제는 게티스 버그 연설의 주제였던 ‘자유의 새로운 탄생(A New Birth of Freedom)’이었다.

 

이 행사는 아브라함 링컨의 탄생 200주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날 등과 연결된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이 행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닐슨 TV 시청률 조사 기관에 따르면 미국 내 56개 주요 지역에서 시청률 29.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 취임식을 지켜본 미국 시청자는 총 3,78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온라인 시청을 제외한 수치다.

 

취임식이 열렸던 당일 온라인 트래픽은 역사상 유례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CNN닷컴의 경우 취임식이 열렸을 즈음 약 2,100만건의 접속으로 웹사이트 개설 이후 최고의 동시 접속을 기록했고 당일 페이지뷰는 무려 1억3,600만 건이었다. 영국의 BBC방송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들어 무려 30분 동안 서버 작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인터넷 조사 기관은 1분 동안 540만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뉴스를 보기 위해 접속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 회사가 인터넷 트래픽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1분 최고 접속자 수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오바마의 취임식은 유럽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독일에서는 무려 1,100만 명이 취임식을 TV를 통해 지켜봤고 프랑스에서도 700만 명이 영국에서는 510만 명이 취임식을 생방송으로 시청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취임식의 하일라이트가 방영된 오후 시간에는 영국에서  무려 650만 명이 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식에 관심이 높았던 만큼 그의 취임 연설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취임 연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당선 연설과 겹치는 내용은 제외했음을 밝힌다.

 

 

English:
"We remain a young nation, but in the words of Scripture, the time has come to set aside childish things."


Korean:
"미국은 여전히 젊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성서의 말씀대로 유치함을 버리고 성숙할 때가 되었습니다."


English:
"The time has come to reaffirm our enduring spirit; to choose our better history; to carry forward that precious gift, that noble idea, passed on from generation to generation: the God-given promise that all are equal, all are free, and all deserve a chance to pursue their full measure of happiness."


Korean:
"우리의 끈기 있는 정신을 재확인하고, 더 나은 역사를 선택하며, 세대를 거쳐 이어져 온 소중한 유산과 고귀한 이상을 계승할 때입니다. 이는 모든 이가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행복을 추구할 기회를 보장받는 신의 약속을 이행하는 일입니다."


English:
"For everywhere we look, there is work to be done. The state of the economy calls for action, bold and swift, and we will act - not only to create new jobs, but to lay a new foundation for growth. We will build the roads and bridges, the electric grids and digital lines that feed our commerce and bind us together. We will restore science to its rightful place, and wield technology's wonders to raise health care's quality and lower its cost. We will harness the sun and the winds and the soil to fuel our cars and run our factories. And we will transform our schools and colleges and universities to meet the demands of a new age. All this we can do. And all this we will do."


Korean:
"주위를 둘러보면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대담하고 신속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그치지 않고, 성장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할 것입니다. 상업의 중심을 이루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도로와 교량, 전력망과 디지털 통신망을 건설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학의 가치를 제자리에 되돌리고, 기술의 혁신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것입니다. 또한, 태양과 바람, 땅의 에너지를 이용해 자동차와 공장을 가동하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기관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일은 우리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낼 일입니다."


English:
"This crisis has reminded us that without a watchful eye, the market can spin out of control - and that a nation cannot prosper long when it favors only the prosperous."


Korean:
"이번 위기는 감시의 부재가 시장의 통제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한 국가가 소수만을 위한 번영을 추구할 때 그 번영이 지속될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English:
"We will begin to responsibly leave Iraq to its people, and forge a hard-earned peace in Afghanistan. With old friends and former foes, we will work tirelessly to lessen the nuclear threat, and roll back the specter of a warming planet."


Korean:
"우리는 책임 있는 방식으로 이라크를 그 국민들에게 넘기고, 아프가니스탄에 어렵게 이루어진 평화를 지속적으로 공고히 할 것입니다. 오랜 우방과 전(前) 적국들과 함께 핵 위협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English:
"For we know that our patchwork heritage is a strength, not a weakness. We are a nation of Christians and Muslims, Jews and Hindus - and non-believers. We are shaped by every language and culture, drawn from every end of this Earth; and because we have tasted the bitter swill of civil war and segregation, and emerged from that dark chapter stronger and more united, we cannot help but believe that the old hatreds shall someday pass; that the lines of tribe shall soon dissolve; that as the world grows smaller, our common humanity shall reveal itself; and that America must play its role in ushering in a new era of peace."


Korean:
"우리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임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인, 이슬람교도, 유대교도, 힌두교도, 그리고 무신론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언어와 문화로 형성된 우리 사회는 남북전쟁과 인종차별의 고통을 경험했고, 그 어둠 속에서 더 강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성장해 나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된 증오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 종족적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희망,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기여할 역할이 있음을 믿고 있습니다."


English:
"To the Muslim world, we seek a new way forward, based on mutual interest and mutual respect. To those leaders around the globe who seek to sow conflict, or blame their society's ills on the West - know that your people will judge you on what you can build, not what you destroy. To those who cling to power through corruption and deceit and the silencing of dissent, know that you are on the wrong side of history; but that we will extend a hand if you are willing to unclench your fist."


Korean:
"이슬람 세계에 대해 우리는 상호 이익과 존중에 기반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분쟁을 조장하거나 자국 사회의 문제를 서구의 탓으로 돌리는 지도자들께서는, 국민들이 여러분의 파괴가 아닌 성취로 평가할 것임을 명심하십시오. 부패와 기만, 반대 의견 억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들은 역사에서 비정상적인 길을 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거두고 화해를 원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연설에 대한 다양한 비평이 언론을 통해 쏟아졌다. 뉴욕 타임스의 워싱턴 D.C. 특파원인 데이비드 생어는 “부시 정권에 대한 비난은 지나쳤으며 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미국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던 연설 이후 가장 거친 내용이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의 다른 칼럼니스트는 “오바마는 미국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한 치유책도 잘 알고 있다. 힘을 잃은 이 나라 국민들이 힘을 합해 재건에 힘쓰기를 바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공화당원들은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공화당원들은 “이 연설은 양당의 화합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비평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물론 있었다. 뉴질랜드 매시 대학에서 연설문 작성을 강의하고 있는 헤더 캐번 박사는 뉴질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연설은 케네디 연설과 같은 급에 들어간다고 보아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작가이나 언론인인 맬콤 글래드웰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귀족풍의 첫 대통령이다. 부시가 친구같고, 클린턴이 친절한 삼촌같았다면 오바마는 마치 왕자와 같다”고 취임 연설을 평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노예 제도와 흑인 차별이 존재했던 나라에서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미국인들에게 기쁨이다. 취임 연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연설이었다”고 논평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속좁은 애국심과 과거 동맹국들을 무시하는 조지 부시와는 달리 오바마는 논리가 정확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사람이다. 연설은 아주 좋은 출발의 신호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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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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