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NJT
Photo by NJT
지난 8월 어느 날, 서울역에서 미팅을 마치고 서울역사 중앙홀을 잠시 방문했다. 그런데 동물 탈을 쓴 사람들(?)이 눕거나 앉아 있어 눈길을 확 끌었다. 각종 동물의 탈을 쓰고 이들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었다. 필자는 ‘전위예술을 하고 있나’보다 생각했다. 표지판의 설명을 보니 흥미롭다.
Photo by NJT
“토끼탈을 쓰고 있는 이 분은 마사지사입니다. 어떤 미술관 소속의 큐레이터가 이 퍼포먼스를 위해 이 분을 미술가에게 소개했습니다. 이 분은 손재주가 좋아서 정교한 일을 요하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마사지사가 되기 이전에는 바느질과 포장 일을 했습니다. 이 분은 하루 6시간 동안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대가로 미화 이백달러를 현금으로 받습니다. 다른 참여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받는 이유는 이 분이 미술가에게 이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자신이 퍼포먼스에 참여하지 못하는 날에는 그녀의 동료를 이 장소에 보냅니다. 미술가는 이 분이 아닌 동료분들께는 미화 백달러를 은행을 통계 계좌로 송금합니다.”
Photo by NJT
"강아지 탈을 쓴 이 남자분의 전 직업은 대형화물 운전수였습니다. 현재 이 분은 무직이며, 미술가는 인력소개소를 통해 이분을 소개받았습니다. 이 남자분이 이 장소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은 미술가의 요청이며, 이 행위는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1시에서 오후 6시까지 하루 총 7시간 진행됩니다. 이 남자분은 이 행위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에 미술가로부터 미화 팔십달러를 현금으로 받습니다. 이 분은 매일 이 장소에 오지 않으며, 그가 원할 때 이곳에 나타납니다. 이 전시가 끝나면, 그는 다시 그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미술가가 요청한 ‘하루 7시간 앉아 있기’라는 의도에 대해 끝내 관심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7월19일부터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기획전 '나의 잠'에 설치된, 김홍석 작가의 '침묵의 공동체'의 풍경이다. 사람처럼 보인 이들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모형이라고 전시장 관계자는 말했다. 정말로? 모형일까? 기자는 작품 감상에 방해를 받을까봐 사람이 아니라고 관계자가 말했다고 추측한다. 각 모델들의 사연을 읽어보면 분명 현장에 나오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
김홍석 작가는 잠든 것도 아닌 쉬는 것도 아닌 일하는 것도 아닌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모형을 만들 때 모델로 삼은 사람들의 직업과 사연은 다양했다.
연기자, 난민, 마술사, 청소부, 마사지사 등등.
Photo by NJT
김홍석 작가는 <침묵의 공동체>에 대해 기자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직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있지만 각자 자신의 잠을 준비하며 현재에 몰입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잠을 바라보는 모호한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잠드는 것도 쉬는 것도, 깨어있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경계의 영역에 동물의 탈을 쓰고 누워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침묵’이다.”
또 다른 사연을 소개한다.
“북극곰 탈을 쓰고 누워 있는 이 남성은 현대 무용가입니다. 미술가는 이 무용가에게 ‘값싼 잠’이라는 주제의 춤을 요청했습니다. 이 무용수의 꼼짝하지 않고 정지된 동작이 이 주제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에 대한 몸의 표현을 요청한 미술가는 무용가의 해석과 표현에 만족했고, 이 무용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이것은 협업이 아니라 미술가의 작품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미술가는 무용가에게 이 프로젝트에 대한 지적 재산 및 전시참여 비용으로 미화 이천달러를 지급했습니다.
Photo by NJ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