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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죽어야 끝난다며 우스갯소리" [현장의 소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 추모 위해 7월22일 보신각 앞에서 집회

등록일 2023년08월01일 15시4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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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 앞]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어느 여교사의 억울한 호소 녹취록] (민원) 이 정도는 들어줘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한 학기 동안 받은 민원은 글로 다 적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저는 웃음기가 사라진 채 점점 영혼도 썩어가는 느낌으로 교직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을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서 서이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저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 아이를 괴롭힌 아이는 철저히 사회적 매장을 당해야 한다. 현장 체험학습 장소가 이상한 단체와 관련된 것 같다면서 장소를 바꿔달라.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왕따시키는 것 같다면서 교장실로 찾아가는 행위. 더 이상 우리 아이가 참지 못하면 그 애를 때릴 것 같다는 등의 학폭을 예고하는 식의 협박! 그 밖에 자잘한 민원은 셀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민원과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저 이런 직업인가 보다 묵묵히 견디면서 정신 차려보니 정신과 상담을 예약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교과 전담일 때에는 교과서 노래에 나오는 가사를 따라하면서 아침에 한다고? 아침에 뭘 해? 역시 위보단 아래지 제 말이 끝날 때마다 저급한 발언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6학년 아이를 대하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 정색하며 저지하는 것밖에 없다는 현실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한때는 저희 반 남자아이 둘이 여자아이 두 명이 앞을 보고 껴안고 있는 것을 보면서 쟤네 짝짓기 한다 라고 공공연히 성희롱을 하였습니다. 이미 3월 초부터 성희롱 민원에 시달렸던 예민해져있던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그 남자아이 두 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크게 소리질렀습니다. 그리고 그날 바로 학부모 민원을 받았습니다.

 

교사는 소리지르는 것조차 아동학대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들은 별로 놀라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저보다 훨씬 경력있는 선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욕설을 듣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를 당하지만 이 정도가 민원이 없는 축에 속한 학교입니다.

 

대학 동기들을 만나는 모임에서도 이 얘기를 하다보면 정말 믿기지 않는 기상천외한 민원과 사건 사고들을 들으면서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위안을 삼습니다. 교사는 정당한 지도에 손발이 다 잘려있으니 그렇게 서로의 불안을 위안을 삼으면서 버티고 버티는 것입니다. 필터 없는 민원이 바로 교사에게 꽂히는 시스템 그 속에서 각 반의 모든 담임은 각자의 민원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저는 동료들과 좋은 말만 하고 싶어 애써 받은 민원의 10분의 1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수업 연구는 뒷전이고 이미 민원 처리반이 된 지 오랩니다. 교생 때처럼 수업 준비하느라 몸이 지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전히 내가 가진 에너지 100%를 수업 연구에 쏟은지가 언제더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며 버티던 지난 나날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소중한 동료 선생님을 잃었습니다. 내가 발령받았을 수도 있는 학교이고 내년에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세상에 어느 직업이 퇴근 이후에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욕을 먹고 개인 카톡 프사(프로필 사진)까지 검열을 당합니까? 지금과 같은 교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약 7년에서 12년 후면 우리와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교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요구하겠습니다.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악성 민원을 엄벌해 주십시오. 학교는 교육기관이자 사회화 기관입니다. 아이들이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본인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교사의 인간 존엄성을 지켜주세요.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들 오늘도 너무 고생 많으셨고 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며 추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교사들은 순수하게 추모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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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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