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테르: "책을 읽지 않는 민족은 무지와 편견에 빠져 살게 된다."
볼테르의 말을 빌려서 결론부터 내자면 ‘책을 읽지 않는 민족은 망하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책을 읽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기에 책을 읽을 이유를 못 느끼고 있다. 기자는 최근 다수의 정치인을 잘 아는 A라는 인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 정치인들 대부분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대부분 정치인이 ‘무식하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물론 많은 정치인이 학창 시절에는 똑똑해서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이후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지 않아 무식한 상태가 됐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B라는 정치인을 예로 들며 “그 선배, 대학 시절에는 정말 똑똑했지만 지금 대화하면 단순하고 무식하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정치인이다.
많은 국민이 법조인들은 학창 시절 공부도 잘했고 그 어렵다던 사법고시를 거쳐 법조인이 되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A씨는 “법조인의 대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 무식쟁이”라고 했다.
A씨에 의하면 “특히 검사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아예 책을 읽지 않고 작은 증거에 집중하기에 큰 그림을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라며 “검사 출신들이 이 나라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기자는 A씨에게 “그래서 국민은 불쌍하다”고 했더니 그는 “책을 읽지 않고 큰 그림 없는 무식자들을 뽑은 국민도 비슷한 수준 아니겠냐?”고 했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은 수준 높은 사람을 국민의 대리자로 뽑지 못하고, 그렇게 뽑힌 그들은 나라를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지 못한다는 것이 A씨의 결론이다. 수준 높은 자가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유토피아 세계인 것처럼 A씨는 말했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에게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게 하고 독후감을 써내게 하는 것을 주요한 업무로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로,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유권자로서 투표하기에 역시 책을 읽지 않는 정치인을 중앙 무대에 올려세우는 것이다.
성인들은 책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 그리고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텔레비전/영화/게임 등)를 이용해서(23.4%)’라고 답한 바 있다.
세계 문화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World Culture Score Index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간 독서 시간은 3.06시간으로 아시아에서도 인도(10.42시간), 태국(9.24시간), 중국(8시간), 필리핀(7.36시간), 사우디아라비아(6.48시간), 홍콩(6.42시간), 인도네시아(6시간), 대만(5시간), 일본(4.06시간)에도 크게 뒤진다. 성인들만 본다면 한국의 3.06시간은 현실과 비교할 때 굉장히 긴 편이다. 책을 매주 3시간 읽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유튜브와 SNS에 올려진 내용들은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한 콘텐츠를 쏟아낸다. 물론 개중에는 고급 정보도 있지만 이런 콘텐츠는 조회수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리고 아무리 명사가 나와 콘텐츠를 소개해도 책에 쏟는 열정과 정보의 질에 비하면 크게 낮을 수밖에 없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MBC 방송은 김용만, 유재석을 앞세워 ‘책책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를 마련해 전 국민의 관심을 독서로 이끈 바 있다. 다시 그 방송을 하면 과연 인기를 끌까. 방송이든 뭐든 성인이 책을 읽게 하는 그 무엇이 필요한 지금이다. 국회의원들이 책을 꺼내 읽으면서 국민들을 향해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