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스승과 제자가 있는 교실이 미담인 희한한 세상 [편집장 칼럼]

의사결정의 다양성과 풍부성이 사라지며, 협동과 공동의 목표 무시

등록일 2023년08월02일 16시1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Generated by Midjourney. 교사의 권위는 바닥을 쳤다.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모든 기회에는 의무가, 소유에는 그에 상응하는 임무가 따른다.” - 존 D. 록펠러

지나친 권한과 권력은 인간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분별하게 축적된 권한은 인간의 본성을 타락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

 

지난 2016년 미국 이민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왔을 때 나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한이 지나칠 정도로 높아져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입시에 찌들려 있기에 그리고 과거 교사의 폭력(신체적, 심리적, 언어적)에 그들도 자신을 지킬 권한과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권한이 지나치다는 게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의 안하무인 행동에서 감지됐다. 요즘은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집단폭행을 당한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너무나 당당하다. 대한민국「형법」제9조에 의하면 만 14세 미만인 자(형사미성년자)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렇게 되자 촉법소년에 대한 규정을 악용하는 사건들이 증가하면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췄다. 세계법제정보센터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10세 미만의 아동은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독일은 우리처럼 14세 미만 규정이 있지만 최근 청소년 범죄의 급증으로 12세 미만으로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학생들은 받은 권한으로 본성이 타락되었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 

 

학교 내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이익만을 증진시키고, 교사들은 불평등과 억압에 시달리게 했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 내 불안정과 갈등을 부추겼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이는 결코 나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차별’이라는 단어의 해석을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의 입장에서만 하게 됨에 따라 교사들은 ‘차별하는 선생’으로 계속 소송을 당하고 징계를 당한다. 

 

‘차별’이란 단어에 권한을 가진 자들이 무분별하게 집중하면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을 학생, 학부모 집단이 통제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의 다양성과 풍부성이 사라지며, 협동과 공동의 목표가 무시됐다. 이는 사회의 발전과 혁신을 억누르며, 성장을 저해한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교는 학생에게 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 등 진술을 강요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나와 있기에 학생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의 기회, 즉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다. 이는 보호가 아니라 지나친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기자는 대안학교에서 가르칠 때 ‘저널’을 의무적으로 쓰게 했는데 기존 학교에 다녔던 학생이나 학부모는 굉장히 힘들어 했고 어떤 교수는 이를 ‘폭력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반대했다. 그때는 도무지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 이해가 된다. 지나친 권한을 학생들에게 주면서 나처럼 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고 학생의 자율 권한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Generated by Midjourney. 바닥을 친 교사의 인권.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의 의무가 있지만 그것은 선언적일뿐이지 실제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학생인권조례가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최근 교권 침해 사례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로인한 권한은 특히 일부 학부모가 남용했다. 학부모님들은 툭하면 교사와 교장선생님을 고소, 고발했고 교사들은 혼자 자신을 방어해야 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권한의 부당한 남용은 사회적 정의와 공정성을 훼손하며 신뢰를 무너뜨린다. 어떤 교사가 “이제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너무 싫고 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분위기에서 ‘스승도 아닌데’ 통과의례처럼 스승의 날을 보내는 것이 그분은 너무 괴로웠을 것이다. 지금은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교사를 존경하기는커녕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지도 않는다.

 

기자는 거의 자원봉사 수준으로 대안학교 학생들을 3-4년 정성껏 돌봤지만 학교를 나갈 때는 문자 한통으로 통보하고 나가버리는 일부 학생, 학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교사는 참으로 슬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엄청난 장학금의 기회를 줬지만 인사하고 나가는 가정이 없었다. 대안학교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것은 교사의 월급이 깎이거나 강의료를 못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만 겪은 게 아니라 다른 대안학교 교사, 교장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대부분 그런 경험을 했다. 어떤 학부모는 입학금으로 낸 것을 떠나면서 받아내 가기도 했다. 그는 SKY에 속하는 대학의 교수였다. 대안학교 교사, 교장은 그렇게 다른 모양으로 슬프다. 
 

 

Generated by Midjourney 교사도 학생도 모두 존중받는 교실이 필요하다.

 

 

물론 매우 드물게 스승과 제자가 있는 교실이 있고 훌륭한 학부모도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매우 드물다. 그런 몇몇 분들이 계셔서 그런 분들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분들이 드문 한국은 참으로 불행한 사회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2023년 행복지수는 전 세계에서 57위이다. 코소보(47위), 카자흐스탄(44위), 우즈베키스탄(54위)보다 낮다. 학교에서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회에서의 불행감도 같을 수밖에 없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인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룩셈부르크 등은 권한의 균형이 잘 되어 있는 나라다. 사회적 지지, 수입, 생명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 건강한 기대수명, 잘못된 것에 대한 인지, 관대함 등이 고려되어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학교에서 사회적 지지를 잘 얻고 있을까? 아니다. 교사들은 잘못됨을 인지하고 있을까? 그렇다. 매일. 교사들은 관대함을 경험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리고 교사들의 수입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와서, 학생인권조례도 고쳐야 하지만 국회의원들과 교육계 리더들은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리고 양쪽 모두 권한의 통제와 감시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권한의 남용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래전에는 교사의 권한이 너무 강해 학생들이 폭력을 참아내야 했지만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의 폭력(신체적, 언어적, 심리적)을 감내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무엇이 됐든 지나친 권한과 권력은 인간을 망치는 무참한 파괴의 원인이 된다. 권한을 가진 자는 이를 현명하게 사용해야 하고 사회는 권한의 남용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유료기사로 기사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 결제 즉시 유료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콘텐츠 특성상 환불되지 않습니다. (단, 미사용시 환불 요청 가능)
- 결제한 내역은 마이페이지 결제내역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 환불 및 변경 문의와 관련해서는 메인페이지 하단 [이용약관 및 고객지원]을 통해
더 자세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정기회원권은 회원가입 후 이용이 가능합니다.
- 정기회원권은 마이페이지 또는 사이트 우측 상단 이용권결제를 이용해주세요.
박병기 편집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2 내려 0
관련뉴스
"세종 킹 받아 글루미하실 것 같아요" [편집장 칼럼]
데이터 분석 후 직감으로 본 의료서비스의 미래 [편집장 칼럼]
행정부가 망하는 공식 [편집장 칼럼]
정치인들은 왜 진실(에우다이모니아)을 외면하는가? [편집장 칼럼]
국회의원들의 탁상공론: 배고픈 국민들 앞에서의 '효율성' 논쟁 [편집장 칼럼]
국민의힘 전당대회 아쉬운 점 3가지 [편집장 칼럼]
책을 버린 정치인들, 국민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 [편집장 칼럼]
[Obituary] 김민기, 채상병, 이태원 희생자, 그리고 윤석열 [편집장 칼럼]
'한국의 희망'이 한국에 희망이다. [편집장 칼럼]
'좌파'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이유 [편집장 칼럼]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난다며 우스갯소리" [현장의 소리]
잠자는 학생 깨웠더니 '아~SB' 욕할 때 각국의 대처법 [교육특집]
공교육 밖의 교권은 괜찮은가? 교육이란 말 무색 [편집장 칼럼]
공교육의 악한 문화, 변화 가능할까? [편집장 칼럼]
[챗GPT에게 묻는다] 미래교육에 대해

가장 많이 본 뉴스

뉴스 인물 교육 시리즈 짘놀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