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NjT.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 권은희 의원이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개혁’을 꿈꿨던 권은희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의원직도 놓기로 했다.
 

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김건희 특검법과 50억클럽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고 올해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도 여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행사했던 권은희 의원. 그는 이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말로 탈당 선언문을 읽기 시작했다. 

중도당을 통해 개혁을 꿈꿨던 그는 지난 20대, 21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국회의원이 됐는데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원치 않은 당에 속하게 되었다.

권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2022년 3월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면서 “‘좌우 진영의 이념과 기득권을 극복하고 국민을 바라보라’는 유권자의 뜻이 있었다. 이념에 갇히지 않고 기득권에 눈치 보지 않고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국민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국민의힘과 합당하게 되어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에 “제3당을 선택하신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제명을 요청”했지만 제명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거대한 양당 정치의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법 앞의 평등과 같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도 타협하지 못하는 양당 정치의 적대적 관계에 대해 한없이 답답한 마음이었다. 좌우의 이념이 아닌 국가를 정의롭게 하는 정치, 진영의 기득권이 아닌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위해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고군분투했다”며 “이제 한결 홀가분하게 의정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날 제3당 정치인으로서 다당제 정치 구조에서 국민의 일상과 미래가 이념과 기득권을 이기는 정치를 꿈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당 정치 구조에서 국민은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렸고, 국민은 진영의 이념과 기득권에 번번이 질 수밖에 없기에 다당제 정치 구조로의 변화를 이뤄내려 했지만” 이뤄내지 못했음을 그는 안타까워했다.

그는 “제3지대가 이뤄낸 작은 성과조차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다시 양당 정치 현실로 회귀하는 쓰디쓴 좌절이 반복되었다. 좌절이 반복되는 양당 정치의 높은 벽을 극복하고, 제가 희망하는 국민이 이기는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다시 인사드리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며 “때로는 응원으로, 때로는 비판으로 저와 함께 걸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는 말로 선언문 읽기를 마쳤다.

21대 최연소 3선 국회의원인 그는 백브리핑에서 “제3지대 합류”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개혁신당(이준석 대표)은 예전에 바른미래당 때 함께했던 분들이 많이 있다. 개혁미래당(이낙연+탈당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소통했던 분들이 많이 있다. 양쪽 모두 편하게 소통하고 있다. 제가 국민의당 활동을 하면서 제3지대가 얼마나 힘든가를 잘 알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힘이 되고 응원하고 싶다. 저는 그들이 총선 이후에도 제3지대에 뿌리를 내려 정말 정치의 변화를 이루어낼 강한 의지가 있는지에 관해 묻는 그런 소통을 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즉, 제3지대가 양당 정치로 재합류하는 경우에는 제3지대에 합류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는 “다당제 정치가 우리 사회 변화에 따라서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정치 변화라고 보고 있다. 양당 정치로도 물론 사람이 바뀌고, 능력 있는 사람이 와서 잘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냥 한 때의 성공으로 그칠 수 있는 일이고, 구조적으로 양당 정치의 시선은 국민을 향하지 않고 권력과 기득권을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한계를 다당제 정치로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쌍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 등에 찬성표를 던졌던 권 의원은 “(이 법안들은 당론을 떠나) 법 앞에 평등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서 국민들의 뜻과 상식에 반하는 당론이라는 것은 ‘그걸 따라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국민의힘 내부에서 항의같은 것이 없었냐’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특검법에 찬성하면서 국민의 힘에 있는 이유가 뭐냐’라는 그런 항의의 문자도 받았다. 원내 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됐다는 그런 느낌도 받았다. ‘나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 뭔가 벽이 생기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태원 특별법의 거부권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해결해야한다. 이 사안의 진상과 책임을 지는 고위 공직자들은 어떠한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되는 사안이다”라며 “결단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이어 “제가 국민의당에 있을 때도 세월호 참사 특별법을 제3당이 합의해서 처리했던 사례가 있다. 보수당이라고 해서 이런 문제에 대해 늘 책임을 회피해 왔던 것은 아니다. 원내 지도부가 이 사안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저는 이태원 특검법은 얼마든지 국회 내에서 타협이 가능한 법이고 타협을 할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집권 여당에 자율권을 주지 않는 그런 수직적 관계에 대해서 먼저 반성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로 백브리핑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