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위원장이 3일 기자회견에서 의협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Photo by NjT.
‘의사들은 진정성을 원한다.’ & ‘전공의와의 만남에 대해선 긍정적’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여전히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비대위는 3일 의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상황에 대한 의협의 뜻을 전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 1일 대통령의 담화가 실망스러웠고 이후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담화문은 증원 조정 등 유연성을 갖춘 내용이었다는 설명을 추가했으나 그 진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고 의대 정원 역시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5년 의대 증원 배정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오늘 국립의대 교수 증원 신청을 받는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후속 조치가 계속 이뤄지는 것을 보며 정원 조정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어제 오후 대통령께서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시겠다는 입장 발표가 있었다. 지난 주 우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안했던 대통령과 전공의와의 직접 만남을 진행해 주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라며 진정한 유연성이 발휘되지 않은 만남일 경우 전공의들의 반박이 더 거세질 수 있음을 염려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에 의료 분야 예산 지원이 주먹구구식임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4월 2일 국무회의에서 의료 분야에 대한 과감한 예산지원을 내년부터 한다고 말했다.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시가 나오자 4월 2일 복지부는 각 학회에 전공의 수련비용 예산안을 만들어 4월 8일까지 보내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그 예산이 그리 간단히 만들어지는 건가? 졸속으로 추진이 이루어지는 예산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정부가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함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3월 19일 의료위기가 심각단계이기에 (의사들은) 다른 병원에서도 근무가 가능하다는 공문이 복지부를 통해 발송되었다.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께서 사정이 어려운 응급의료센터를 돕기 위해 자원을 했다. 그런데 현지 보건소는 아직 심각단계가 아니라 근무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브리핑을 매일 하고 있지만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구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서도 걱정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의료개혁은 사회적으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기에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은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매년 이루어지는 건강보험 수가계약 과정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료계가 들러리가 되는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라고 의사들의 뜻을 전했다.
현재 의사들은 정부가 내놓는 메시지가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어제까지 신규 인턴으로 들어와야 하는 분들이 대부분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분들이 아직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고 있고 또한 정부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상황을 전환시키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의 변화라고 위원장은 덧붙였다.
김성근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세션에서 ‘전공의들과 의협은 대화를 잘 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전공의들과 대화를 잘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저희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서 대화는 잘 이루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직접 대화는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전공의들과의 만남은 대통령실에서 직접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가 추가로 말씀드릴 내용은 없을 것 같다. 다음 진행 상황은 대통령실에서 어떤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보건소가 아직 심각한 단계가 아니라서 근무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게 복지부에서 현장 점검을 잘 못하고 있는 근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김성근 위원장은 “근무를 하기 위해서 신청을 했더니 해당 보건소에서는 우리는 연락 받은 바가 없어 이중 등록을 해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답했다.
‘정부의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의 사과라든지 아니면 별도의 추가적인 의대 정원수 철회 이런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라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는 ‘저희는 사과를 요청한 적은 없다.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냐, 우리는 일단 멈추고 논의를 하자고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 오늘 발표 내용을 보면 국립대학교 교수 정원 증원에 대한 신청을 4월 8일까지 받겠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 그러면 (정부는) 가던 길을 그대로 간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러면 과연 대화가 잘 이루어질 것일지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의 대화도 대통령이 (직접) 2천 명 숫자 재검토 의지를 밝혀야 가능해지는 것인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에 대해선 “대통령께서도 주제나 내용에 제한이 없이 만나겠다라고 말씀을 줬기 때문에 이쪽에서도 어떤 제안을 걸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어떤 입장으로 만날지는 모르겠다”라고 김성근 위원장은 답했다.
그는 사회적 협의체에 관해선 다양성이 중요하지만 의료계에서 과반 이하로 참여하게 된다면 특수한 분야이기에 제대로된 정책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백브리핑에서 김성근 위원장은 “4월1일 대통령 담화문 발표 후 저희의 반응이 좀 그러니 대통령실에서 열심히 움직였던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 대통령이 전공의 만남과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오늘 기사 보니까 대통령께서 하루 종일 일정 비우고 기다리신다고 하는데 오늘 밤이라도 만나게 될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 만나자고 하는 사람은 편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나러 가는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라는 분을 그렇게 함부로 가서 그냥 만나면 안 되니까 굉장히 신중한 입장일 거다. 하지만 만남이 없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저희는 만남에 대해선 긍정적이다.”라는 말로 기자들과의 대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