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옥하다 씨의 기자회견 장면 갈무리
전공의들의 이탈은 단순히 정부가 의대정원 수를 늘리려고 하려는 것 외에도 여러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16일 ‘사직한 전공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뉴저널리스트 투데이(NjT)가 류옥 씨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해보니 전공의들은 업무가 고되고 난이도가 높은데도 그에 알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군복무 기간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전공의 자리에서 이탈한 2년차 레지던트 P씨는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져야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P씨는 기소당하고 배상을 하는 선배 의사, 교수들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Q씨도 “무분별한 소송을 막아야 전공의 수련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의사들에 대한 기소율은 일본의 265배, 영국의 895배라고 한다.
다른 전공의 T씨는 망언을 일삼는 ‘복지부 차관의 경질’이 복귀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류옥하다 씨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수입한다” “환자는 전세기로 수출하겠다” “특정 직역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등의 망언을 일삼았고 전공의와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하고선 집단행동교사금지명령을 내렸다. 박 차관은 또한 “업무개시 위반 구제 없다”고 선언했고 “의사의 특권의식은 유감이다”라고 말하는 등 전공의들의 자존감을 끌어내리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류옥하다 씨는 “사직한 전공의들은 가혹한 수련환경과 부당한 정부 정책으로부터 ‘병원’을 떠난 것이지 ‘환자’곁을 떠나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환자를 버리고 목숨을 담보로 이런 프레임을 끊임 없이 씌우는데 어떤 의사가 그러는가. 우리 의료 체계에서 환자-의사 관계가 회복 불능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병원 환경 개선과 ‘의대증원을 원점 재논의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한 “전체 의사의 7%인 수련의이자 일반의인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이다. 나머지 93%의 의사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라며 7%의 전공의들이 전체 의료계를 지켜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인턴 G 씨는 “이번 의료개악과 같은 일이 다음 정권에서도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마다 의사를 악마화할 것이고 국민은 함께 돌을 던질 것이기에 전공의 수련을 받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고 인턴 H씨는 “정부와 환자들이 ‘사명감’이라는 말로 전공의들을 ‘가스라이팅’한다. 사명감, 희생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일 때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명과 희생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전공의 수련을 위해 1인당 1만원 정도만 지원되지만 미국은 1인당 1억5000만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국은 전공의 수련을 위해 오직 전공의들의 희생만 강요되어 왔다는 것이다.
2022년 전공의 실태 조사에 의하면 4주 평균 주 80시간 초과 근무를 한 전공의는 52%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에 따르면 대학병원 측은 제모, 이송, 영상촬영 등의 일도 별도 직원이 필요함에도 이런 일을 전공의에게 전가시키고 있고 인쇄, 커피타기, 운전하기 등도 수련의 과정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