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 글로리'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더 글로리의 작가 김은숙은 태양의 후예,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와 같은 히트 드라마의 작가이기도 하다.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딸이 던진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죽도록 맞고 오는 것과 누군가를 죽도록 때리고 오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더 마음이 아파?’
이 질문으로부터 더 글로리가 시작하였고, 이 칼럼이 시작되었다.
자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것을, 피해자라는 것을 과연 부모는 모를까? 작정하고 숨긴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부모에게 학교폭력 사실을 잘 숨기는 아이는 연기자의 재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정서적, 행동적, 그리고 인지적 측면에서 부정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특히,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를 경험한 학생의 경우 부정적 변화의 수준이 심각해질 수 있다. 집단따돌림이 피해청소년의 자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종단연구, 허성호, 박준성, 정태연, 2009
피해자의 경우 이러한 부정적 변화를 보여주게 되는데 자식을 평생 봐온 부모가 이를 모를 수 있을까? 학생들의 경우 대다수가 학교폭력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하고 싶은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았다.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실태 조사 연구, 염선아, 2001
그렇다면 왜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부모에게 말하지 못할까? 대다수가 학교폭력을 경험하게 되면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선택을 했는데,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담희(2019)의 '중학생이 지각한 부정적 부모양육태도와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적 태도 관계에서 또래동조성의 매개효과'라는 석사논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부모의 부정적 양육태도는 또래 동조성의 개인적 과업, 사회적 규범과 정적 상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모의 애정적이지 않은 양육태도, 부의 거부적이고 애정적이지 않은 양육태도는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적 태도의 자기방어, 무관심과 정적 상관을 갖는다."
가정에서의 환경이 아이의 학교 생활과 학교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나와있다. 약간의 사담을 섞어보자면 필자는 2018년 12월생의 남동생이 한 명 있다. 만 5세의 아이인데 어린이집에서나 태권도 학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와의 마찰이 있을 경우 집에 와서 늘 이야기한다. 몇 달 전의 일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는 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자신에게 있던 일을 부모에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동생의 친구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친구들과 마찰이 생길 경우 바로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OO이가 나 밀쳤어!’ 등의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은 부모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하게도 자녀들에게 신경 쓰기 어려운 부모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맞벌이 가정 비율은 2022년 기준 46.3%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소득 격차가 비맞벌이에 비해 두 배가 되었다. 맞벌이 가정은 비맞벌이 가정의 두 배를 벌 수 있게 되었고, 자녀들은 훨씬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일 때문에... 아픈 누구 때문에..’등등의 변명으로 자녀에게 소홀했던 부모는 면죄하게 된다.
자녀가 왜 부모에게 말을 못 했을까? 나는 부모의 바쁨, 관심, 그리고 가정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엇나가고 있다는 것을 부모라면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왜 삐뚤어지기 시작했을 때 잡아주지 못했을까?
부모의 자식을 향한 관심은 꾸준해야 한다. 꾸준히 지켜보며 자식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그 이상을 넘어간다면 부모로서의 조언이나 꾸중이 필요하다. 필자의 글이 다소 치우친 면이 있다면 댓글로 지적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