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에디터 칼럼] 범죄도시3, 한국 영화에 청신호 키나?

잘 끓인 김치찌개와 여름에 딱 좋은 청량함

등록일 2023년06월01일 00시2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범죄도시3 공식 포스터

 

 

 

몇 년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좋아하는 작가가 자가복제 심하다고 까이면 화가난다’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크게 공감을 받은 적이 있다. 작성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는 김치찌개를 잘 하고, 자신은 그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이 작가의 작품을 보는데, 제목 같은 리뷰를 보고 작가가 반성해 계란찜을 만들면, 자신의 김치찌개는 누가 끓이냐며 성토했다.

특정 장르나 분야에서 비슷한 분위기의 웰 메이드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가 ‘김치찌개 장인’으로 불리게 된 순간이었다.

이번 범죄도시3이 딱 그랬다. 관객들이 잘 아는, 그래서 더 맛있고 부담없는 ‘잘 끓인 김치찌개’. 그렇다면 범죄도시3의 무엇이 익숙함을 매력적적으로 만들었을까?

딱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에디터는 주인공 ‘마석도’를 꼽을 생각이다. 마석도는 대한민국의 형사이자,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가진 신체적 능력은 가히 인간흉기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마석도 형사의 주먹 한 방에 작중 대부분의 엑스트라가 뻗는 건 물론, 자동차에 부딪혀도 멀쩡할 정도로 맷집이 좋다. 심지어 경험이 많아 필요한 순간에 머리도 잘 쓴다.

이렇게 사기적으로 강한 주인공은 관객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준다.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끌려가도, 어떤 위기를 맞이해도 심장을 부여잡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사태가 심각해져도 관객들은 안심할 수 있다. 곧, 이 자리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마석도’가 나타날 테니까. 그리고 기대한다. 그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여줄 권선징악을.

이러한 ‘사이다’ 전개의 장점은 몰아치는 사건들과 빠른 해결을 통해 관객들이 지치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혹시 숨도 못 쉰 채 영화나 책, 또는 드라마를 보다 끝난 후에야 ‘휴!’ 하고 숨을 돌린 적이 있나? 아마 한 번씩은 모두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 자체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써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를 봤을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영화를 보며 감정을 쏟는다. 불안해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위기에 슬퍼하며, 감동을 받기도 한다. 그뿐일까? 이성을 이용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안의 근원을 추리하고,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 단서들을 조합할 때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한 콘텐츠를 깊게 즐기고 난 직후, 새로운 콘텐츠에 또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위험에도 끄덕없는 강한 주인공과 사이다식 전개는 이러한 에너지를 최소화시켜준다. 관객이 상체를 앞으로 당기고 숨을 참도록 하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의자에 기대 팝콘을 먹으며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이다. 특히나 이번 범죄도시3의 경우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유머스러운 장면을 늘리고 폭력의 수위를 낮추었는데 이게 바로 범죄도시3이 잡은 타겟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콘텐츠 산업에서 사람들의 평가와 매출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평가는 낮은데, 매출이 높은 경우나 평가는 좋은데, 매출이 낮은 경우. 다시 말해 평가와 매출은 꼭 같이 가는 관계가 아니다.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봤을 때 ‘내가 이걸 보거나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찍어서 먹어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범죄도시3은 대표적인 ‘김치찌개’ 영화이다. 사건의 케이스가 다를 뿐, 관객들은 이 영화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가고 결말이 어떻게 날 지 모두 짐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3의 사전예매량이 64만이 넘은 것은, 이 영화가 소비자의 기대감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원한, 걱정 없이 편하게 범인들을 때려잡는 강한 형사의 액션물’ 

아마 관객들이 범죄도시3에게 바라던 기대감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에디터는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이 기대감 만큼은 영화의 깊이나 캐릭터의 강력한 인상, 메세지 등과 별개로 완벽하게 충족되었다고. 범죄도시3이 ‘봐야 할 이유’ 한 가지를 제대로 잡았다고.

지난 주에 프리미어 상영을 한 터라 여러 리뷰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지금, 에디터는 ‘맛있게 잘 끓인 김치찌개’를 떠올려 본다. 영화가 끝난 후 친구들과 웃으며 바로 다른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속 시원하고 덜 피곤한 엔딩 또한.

대기권의 영향으로 점점 날씨가 습해지고 있는 지금, 범죄도시3이 꽉 막혀 있는 한국 영화계에 청신호를 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유료기사로 기사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 결제 즉시 유료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콘텐츠 특성상 환불되지 않습니다. (단, 미사용시 환불 요청 가능)
- 결제한 내역은 마이페이지 결제내역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 환불 및 변경 문의와 관련해서는 메인페이지 하단 [이용약관 및 고객지원]을 통해
더 자세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정기회원권은 회원가입 후 이용이 가능합니다.
- 정기회원권은 마이페이지 또는 사이트 우측 상단 이용권결제를 이용해주세요.
박지혜 에디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2 내려 0

가장 많이 본 뉴스

뉴스 인물 교육 시리즈 짘놀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