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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 손흥민을 만든 손정웅의 교육의 비결이란?

박병기 (뉴저널리스트 시니어 에디터) / 인천국제공항

등록일 2022년08월17일 18시1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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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는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다. 한 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EPL을 관전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47억 명에 달할 정도다. EPL에서 득점왕이 된다는 건 세계적인 스타임이 입증되는 일이다.

손흥민(1992년생).

 

EPL의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인 그는 2021-22시즌에 23골을 넣어 리그 공동 득점왕이 됐다. 동북고를 중퇴하고 2010년 독일로 건너가 맹활약한 후 2015년 잉글랜드로 이적한 손흥민은 거의 매년 두 자릿수 골을 넣는 유명 선수가 됐지만, 올해 득점왕 등극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그는 득점왕이 된 직후 5월24일 한국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기자(박병기)는 이날 오랜만에 ‘기자 놀이’를 했다. 90년대 중반부터 2006년까지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한 기자는 지난 6월24일 오전 손흥민 선수가 득점왕 트로피를 들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 급하게 스마트 폰 하나만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을 향했다.

 

약간은 더운 날이었다. 한국에서 취재 활동은 해보지 않았기에 약간은 어색한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손흥민을 만난다는 생각보다는 아버지 손웅정 님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강하게 들었다. 손웅정 님은 1959년생으로 80년대에 상무, 현대, 일화 등에서 프로축구 선수 생활을 한 바 있다.

 

기자는 손웅정 님의 자식 교육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흥민이는 월클이 아닙니다”라며 “(그저) 하늘이 주신 기회를 겸손하게 잘 맞이해야 한다”라고 말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2021년에 낸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에서도 다음과 같이 썼다.

 

“어린 시절 흥윤이(첫째)와 흥민이가 훈련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이 두 아이를 단순히 축구 기술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내가 사범 대학을 나왔거나 훌륭한 교수법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교육이란 말에는 ‘가르치다’를 넘어 ‘기르다’란 뜻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를 가르치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선수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때 내가 중시한 것은 축구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였다.”

 

아버지 손웅정 님은 위대한 교육자였다. 1차 산업혁명 시대부터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많은 교육자가 정보를 넘겨주고 학생이 그것을 입수하면 교육의 임무가 끝났다는 생각 방식이 지배적이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가는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그는 달랐다.

 

기자는 손웅정 님이 그 어떤 교육자보다 훌륭한 철학을 가진 아버지이자 교육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그의 교육 철학 덕분에 위대한 손흥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손흥민은 자기중심적이지 않으면서도 월드클래스의 반열에 오른, 매우 드문 부류의 공격수다. 그가 빅 클럽으로 가는 대신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건 특유의 겸손한 성격 덕분이다. 구단이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중앙일보가 영국 현지 언론 발로 인용한 내용이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단 하나의 페널티킥도 없이 올 시즌 터뜨린 23골을 100% 필드골로 채운 배경에는 항상 팀을 앞세우는 손흥민만의 캐릭터가 녹아 있다. 토트넘 선수단 내에서 손흥민을 비판하는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손흥민이 조금만 더 자기중심적인 성격이라면 토트넘에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고 이를 중앙일보가 받아썼다.

 

손흥민은 단순히 볼을 잘 차는 선수가 아니라 아주 괜찮은 동료였고 축구라는 분야의 좋은 학생이자 구성원이었다. 그의 동료 선수들은 “손흥민은 사람이 참 좋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고 말하곤 한다. (수정됨)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특히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인 스타가 되었는데도 손흥민은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그는 팬들을 늘 겸손하게 대했고 될 수 있으면 사진 한 장이라도 더 함께 찍으려고 했다. 어떤 이는 그의 팬 서비스를 ‘미친 팬 서비스’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팬을 향한 마음은 정평이 나있다. 필자는 취재하며 수많은 스타를 만났지만 이런 류의 스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 A 게이트를 나온 손흥민의 태도는 역시 들은 대로였다. 언론 기자들과 팬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 최대한 팬들의 박수에 답례하려는 태도가 진정 겸손해보였다. 젊은 스타가 득점왕에 올라 우쭐하고 싶기도 했을 텐데 아버지 손웅정 님의 끝없는 ‘태도/자세 교육’으로 겸손한 행동이 몸에 밴듯해 보였다.

 

이날 공항 인터뷰가 있었으면 아버지 손웅정 님에게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기’에 관해 물어봤을 텐데 손흥민 소속사는 “오늘은 팔로우-업은 없다”라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이 없다는 뜻이다.

 

손웅정 님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던 것처럼 우리는 그의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아버지 손웅정 님은 아들에게 늘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고 한다. 그의 책에 쓴 말이다.

 

“상대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그 상황이 아무리 공을 툭 차면 골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찬스라 해도 공을 바깥으로 차내라. 사람부터 챙겨라. 너는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축구는 야생성이 강한 스포츠임에도 그는 아들에게 상대 선수라 할지라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싸움을 멈춰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버지이자 최고의 교육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초월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것을 초월하는 존중과 존경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축구의 진짜 묘미이고 축구가 아름다운 스포츠인 이유다. 운동장 안에서 선수들 서로가 보호해주어야 한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되, 마음을 다스리고 경쟁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는 필자가 미래교육 현장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다. 독창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어야 하고 두 번째가 초월성인데 이는 ‘높은 가치’를 의미한다. 손웅정 님은 ‘높은 가치’를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과 존경으로 본 것이다.

 

공항 건물에서 나와 이동할 차량에 몸을 실은 손흥민은 팬들이 환호하자 차 밖으로 나와 폴더 인사를 하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에게는 대스타와 같은 포스보다 옆집 동생이나 조카 또는 친한 친구와 같은 ‘아우라’가 있다.

‘아우라’는 오랫동안 쌓인 그 무엇에서 나오는 ‘후광’ 또는 ‘광채’다. 세계적인 스타이지만 이기심으로 가득한 호날두에게는 그런 광채가 나오지 않는다. (호날두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물론 호날두에게도 광채가 나올 때가 있다. 골을 넣고 환호할 때 잠시 광채가 나온다. 그러나 이는 순간적 아우라일 뿐이다. 손흥민에게는 그와는 다른 후광이 지속해서 나온다. 이는 아버지의 교육에 기인한다.

 

손웅정 씨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좋은 시절이라고 우쭐댈 필요도 없고 나쁜 상황이라고 지레 낙망할 필요도 없다.” 손흥민은 좋은 시절에 겸손하고 나쁜 상황에서 기죽지 않는 아우라가 나오는 축구 선수다. 우리는 그런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다.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한 틴팅이 되어 있는 손웅정 님의 차를 향해 나는 명함을 흔들며 문을 좀 열어달라는 제스처를 썼다. 손웅정 님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차문을 열었다. 나는 명함을 건네며 “기본기 책이요. 그 책에 대해 소개하고 싶은데 인터뷰가 가능할까요? 가능하시면 연락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연락을 준다면 우리는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실컷 나누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은 초대 문교부 장관이었던 오천석 박사님의 말처럼 독창성과 초월성의 이야기이다. 손흥민은 독창성을 위해 어린 시절 유럽에 갔고 아버지의 특별한 교육으로 초월성을 강화하며 멋진 축구 선수가 됐다.

 

다음은 손웅정 님의 저서와 각종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돈을 위해 살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길 바랐다. 그 길에 돈이 따라오면 좋은 것이고, 안 따라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돼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돈만 좇는 삶을 산다면, 그것을 과연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네 삶을 살아라. 주도적인 네 삶을 살아라.”

 

독창성과 초월성을 강조하는 미래교육이 손웅정 님 안에 있다. 미래교육은 손흥민 아버지 안에 있었고 손흥민의 축구선수로서의 삶 안에 있었다. 손웅정 님은 축구 선수 부모들의 초조함과 불안함을 공감하면서도 부모의 욕심을 경계하는 말을 했다. 이는 일반 부모들도 귀기울여 들어야 할 내용이다.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가만히 들여다보라. 그건 다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야 하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하고 프로선수가 되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하고 돈도 남부럽지 않게 벌어야 하고…. 물론 아이를 위한 부모 마음은 매한가지다.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고 탄탄하게 기반을 닦아 평탄한 길을 걷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어찌 욕심이라는 한 단어에 매몰시키겠는가. 하지만 아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만 생각하면 불안감과 초조함이 차오를 틈이 없다. 욕심이 차면 그 틈새로 따라 붙는 것이 불안과 초조이다.”

 

철학자가 한 것 같은 이 말은 미국 최고의 스포츠 코치인 존 우든도 했던 말이다. 미국의 거의 모든 코치들이 존경하는 인물인 우든 감독은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와 관계없이 만족함을 느끼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결과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성공을 거뒀어도 행복한 표정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손흥민과 손웅정의 아우라(기품)는 이날 10여 년 만에 취재를 한 나를 행복하게 했다. 손흥민은 단순히 골 잘 넣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태도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물론 그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짜증도 내고 실패도 했고 앞으로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그에게서 나오는 아우라는 그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그 무엇이다.

 

NFP다. Non-fungible Player. 대체 불가능한 선수.

 

평생 축구에만 몰두했던 손웅정 님의 고백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저는 아는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기에 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통찰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창의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죽어라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 미래를 준비했을 때, 의외의 기회, 꼼수가 아닌 내가 노력한 만큼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내가 책을 읽어야 해?'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말이다.

 

 

글: 박병기(뉴저널리스트 시니어 에디터) 취재장소: 인천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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