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수 유튜브 갈무리
이 세상에 가장 멍청한 사람은 한글을 폄하하며 폄하하는 글을 한글로 쓰는 사람이다. 이는 마치 자기 엄마의 자궁에서 태어났으면서 엄마를 욕하는 호로자식과 같다. 물론 엄마가 아주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엄마 대부분은 욕 먹을 이유가 없는 분들이다.
한글도 그렇다. 한글은 그 자체로 위대하고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엄마가 그렇게 되면 안 되듯이 말이다. 최근 2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튜버가 한글을 폄하하며 일본 극우 누리꾼들을 즐겁게 해줬다. 이는 마치 엄마를 욕하면서 외국인들을 칭찬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일본 뉴스 서비스 업체 AFPBB는 지난 3일 일본 야후 뉴스에 공급한 일본어 기사에서 유튜브 채널 ‘용호수’의 운영자인 용찬우씨의 과거 발언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영상에서 용찬우(실명 박찬우) 씨는 “1920년대에 일본이 앞장서서 우리나라 국민에 한글을 보급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일꾼으로 쓰기 위해 노예로 부리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으로 한국을 알려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용찬우는 “한글은 조선의 왕이었던 세종이 만든 발음기호”라며 “한글은 우리의 언어가 아니다. 한글을 우리의 언어라고 표현하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은 세종 이전에는 글자도 없던 미개민족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종이 한글을 만들 때 ‘어린 백성을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어리다‘는 멍청하다는 뜻”이라며 “멍청한 백성을 위해 만든 거다. 멍청하게 살고 싶다면 한글만 이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영어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훈민정음이 소프트웨어로 깔려있으면 가치 있는 생각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훈민정음을 벗어나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영어를 통해 세상에 있는 정보를 마음껏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한 마디로 미친 주장이다. 첫 번째 이유는 한글을 욕하는 것은 마치 엄마를 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글은 위대한 언어라고 전 세계 모든 언어학자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한글을 이용하면 멍청해진다는 어리석은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한글을 욕하는 것은 왜 엄마를 욕하는 것과 같을까. 우리는 태어나서 곧바로 한글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아기가 처음으로 내뱉는 말은 엄마 또는 아빠다. 처음으로 내뱉는 엄마와 아빠는 한글이다. 한글을 욕하는 것은 뿌리를 욕하는 것이다.
'대지'라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은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이고 세종대왕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라고 말하면서 '박진주'라는 한국 이름을 소개했다. '총균쇠'의 저자이자 UCLA 교수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많은 언어학자가 한글의 경이로운 특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은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이 과학적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한글은 발성 기관의 소리 내는 모습을 따라 체계적으로 창제한 과학적인 문자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문자 자체가 소리의 특질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알파벳의 기원을 연구한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John Man)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했다.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자인 제임스 매콜리 교수는 한글날인 10월9일에는 20년 동안 빠짐없이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그 날을 기념한다. 그는 미국 언어 학회지 ‘Language'에 실은 서평에서 "한글은 조음 음성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알파벳이며 소리의 음성적 특징을 시각화하는 데 있어 아주 우수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필자가 다녔던 학교의 MIT 출신 한 천재교수는 언어학 수업 시간에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은 천재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글을 일개 유튜버가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정말 어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일본이 1920년대에 자신들의 통치를 위해 한글을 가르치고 퍼뜨렸다는 말은 더더욱 어이 없다.
1931년 김성수, 송진우, 이광수 등은 농촌의 문맹자가 많은 것을 보고, 농촌 계몽운동인 브나로드 운동(v narod movement)을 주도했는데 브나로드 운동이란 러시아어로 ’민중 속으로’라는 뜻이다.
다음은 미국의 ‘히스토리 채널’에서 일본 제국주의 당시의 상황을 소개한 내용이다.
“(일제 시대에) 한국의 학교와 대학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대신 일본어가 강조되었고, 학생들에게는 육체 노동과 황제에 대한 충성을 강요했다. 공공 장소에서도 모든 것이 일본어로 소통했고, 일본어로 영화를 만들라는 법령도 나왔다. 승인되지 않은 교재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범죄로 간주되어 20만 권 이상의 한국의 역사적 문서가 불태워졌다. 그 결과, 한국의 역사적 기록이 사라지게 됐다.
그 시기에 일본은 한국의 노동과 토지를 차지하였다. 거의 10만 명의 일본 가정들이 한국에 정착하였고, 그들에게 준 토지에서는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고, 토착식물이 아닌 다른 종의 식물들이 심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인식하기 힘들어졌다.
거의 72만5천 명의 한국 노동자들이 일본 및 그 외의 식민지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다가오면서 수십만 명의 한국 여성들이 군사 위안소에서 "위안부"로 일하게 되었다.”
일본이 1944년 인구조사를 한 통계에 따르면 남한의 1700만 인구 중 773만 3000명이 글을 읽고 쓰지 못했다. 이는 일본 지배 하에서 한국어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한국인에 대한 교육적 차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태어났고 아시아에서 15년 동안 살았던 역사학도 데빈 샌더스는 비텐베르크 대학 동아시아학 저널에 기고한 논문 ‘Japanese Imperial Education in Korea and Taiwan and the lens of Reciprocal Assimilation'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당시의 대만과 한국의 식민지화 과정은 몹시 고통스러웠고, 1945년 일본 제국이 무너진 후의 탈식민지화 과정 역시 깊은 상처를 남겼다. 수십 년 동안의 억압과 강렬한 동화 정책으로 인한 상처는 아직까지도 깊게 남아 있다. 오늘날 대만과 한국의 고령층 중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원망과 적대감을 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과 일본 간의 무역 관세와 수입 거부, 한국인들의 식민지 시절 강제 노동 이슈,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충돌에 기반한 외교적 갈등 등 현재의 국제 문제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 문제도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는 2005년 일본 교육부가 승인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교과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교과서는 일본의 잔인성과 식민지주의를 현대화와 함께 정당화하는 군사주의, 수정주의, 단순화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논란과 항의로 인해 어느 학교에서도 채택되지 않았지만, 군사주의적 사상이 존재하며 일본 교육부가 이를 승인한 것은 일본의 기억과 정치에 대한 현재 상태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만, 한국, 심지어 일본에서도 일본식으로 동화시키려는 역사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들의 역사의 모든 면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는 일제의 식민주의, 일본식으로 동화시키는 작업, 전쟁의 어두운 면뿐만 아니라, 일부 일본인들의 식민지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일본 문화의 풍요로움, 그리고 동화의 긍정적인 결과 전체의 역사도 포함된다. 이렇게 역사의 모든 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아픔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일본 정부와 리더들의 제국주의 정당화 태도에 대한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긍정적인 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글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제는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노력했기에 용찬우와 같은 자들이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인 2023년, 일제와 비슷한 헛소리를 해댈 때 우리는 정확히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