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로 뉴저널리스트투데이가 제작했음
'판교 사투리'는 대한민국 IT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한국어와 영어가 혼합된 말투를 지칭한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IT 기업들에서 유래된 용어로, 특히 개발자 직군에서 많이 사용된다.
영어 단어를 중간에 섞어 쓰는 것이 특징인데 예를 들어 "ASAP하게 해주세요" 같은 표현이 해당된다. 이 현상의 원인으로는 외국계 기업과의 소통, 영어 강의 확산, 개발 언어의 특성 등이 있다. SNL 코리아와 숏박스 등의 대중매체에서도 판교 사투리가 등장한다.
개그콘서트에서는 두 노숙자가 대화를 하는데 인발브(involve) 등 대화의 4분의1가량이나 되는 영어 단어를 넣어 판교 사투리를 쓰면서 잠깐 화제가 된 바 있다. 경향신문의 이한얼 기자는 칼럼에서 판교 사투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바야흐로 '대 사투리' 시대다. 정치인들의 모호한 화법인 '여의도 사투리', 법조인 특유의 화법인 '서초동 사투리'가 그렇다. 기자가 취재하는 IT 업계도 고유의 사투리가 존재한다. 이른바 '판교 사투리'다. 예컨대 "내일까지 이번 이슈(issue) 디벨롭(Develop)해서 사전 컨펌(confirm)받고 저한테 메일 샌드(send) 해주세요"와 같은 식이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단어를 영어로 표현하면서 자신의 지적 고상함을 표현한다. IT업계 간담회라도 가는 날이면 머리가 아파온다. 그레이존(Gray zone)이 어떻고 데모데이(Demo day)가 어떻고 인큐베이팅(incubating)이 어떻고 발표의 7,80%가 불필요한 영어다. 500년전 돌아가신 세종대왕은 이 세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그룹 카톡에서 40대 아는 언니가 "맥도날드를 맥돠널" "컴퓨터를 컴퓨럴" "카톡을 카탁" "코스코를 카스커"로 표현해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미국 촌X 같이 왜 그래"라고 물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X 이용자는 직장 동료가 문자로 "대리님~ 오전 미팅했을 때 세커티를 디벨롭한 거 매리지체크해서 리셀해주시고 이슈 메컵했을 때 락앤 주세요"라고 쓴 것에 대해 "죄송한데 제가 이런 판교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혹시 정확히 어떤 게 필요하신걸까요?"라고 물었던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올렸다. 이에 대해 해당 직장 동료는 "대리님 위해 조언 드리자면 판교사투리 잘 배워 놓으세요~ 이 바닥 우습게 보면 대화도 못하거든요."라고 답글을 달았다. 이에 포스팅을 한 X 이용자는 "세커티는 시큐리티였다. 한글자 더 쓰면 뒤지는 병걸렸나"라고 썼다. 판교 사투리는 단순히 영어 단어를 많이 쓰는 것을 넘어 미국식 발음대로 쓰는 게 요즘 판교테크토밸리의 세태인 듯하다.
챗GPT에게 판교 사투리를 좀 써달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이 예시를 줬다.
-
"데일리 스탠드업 가시죠."
(일일 회의 시작합시다.)
-
"이거 ASAP하게 처리 부탁드려요."
(이거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세요.)
-
"클라이언트 니즈를 반영해서 피드백 드릴게요."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해서 의견 드리겠습니다.)
-
"이 부분 얼라인먼트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협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개발팀 리소스가 지금 좀 타이트해서, 지라에 업데이트는 내일 할게요."
(개발팀 여력이 부족해서, 지라에 업데이트는 내일 하겠습니다.)
-
"우선 이슈 리스트 좀 클리어하고 스프린트 시작하죠."
(우선 문제 목록을 정리하고 스프린트를 시작합시다.)
-
"어제 커밋한 코드 좀 리뷰 부탁드려요."
(어제 올린 코드를 검토해 주세요.)
-
"다음 프로젝트는 좀 애자일하게 가보려고 해요."
(다음 프로젝트는 유연하게 진행해 보려고 해요.)
-
"이번 KPI는 우리가 타겟으로 잡았던 거보다 좀 더 스트레치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목표는 우리가 설정했던 것보다 더 높여야 할 것 같아요.)
-
"이번 달 엔드까지 딜리버리할 수 있을까요?"
(이번 달 말까지 결과물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
"이번 프로젝트는 스코프가 너무 커서 스코프다운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범위가 너무 커서 축소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한 이용자는 다음과 같은 판교 사투리를 올리며 해석을 해줬다.
"신규 프로젝트는 린하게 MVP로 출시해보시죠! 잘 안 되면 피보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프러젝트의 R&R을 명확하게 정하면 좋겠습니다. 내일부터 관련 스크럼하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신규 프로젝트는 빠르게 최소한의 요건이 충족되는 제품으로 출시해 보시죠. 잘 안 되면 시장의 변화에 맞게 사업의 방향을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면 좋겠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고 미국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한민국이기에 때로는 영어 표현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뉴스, 프로젝트, 칼럼, 라디오, 인터넷, 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영어 단어는 한국어로 쓰는 것보다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게 일반인들에게 더 이해가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판교 사투리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세커티"같은 것은 미국식 발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도 아니다. 국적 불명의 발음으로 판교 사투리라고 쓰는 걸 보면서 우리 세종대왕께서 씁쓸한 미소를 지을 것 같다.
"세종 킹 받아 글루미하실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