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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소위 말하는 25만원 전국민 지원법을 반대하는 의미의 무제한 토론이었다. 그 첫 출발점에 박수민 의원이 있었다. 그는 조근조근 말을 잘했고,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도 보듬으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필자는 “국민의힘에 저런 사람이 있었네”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PPT로 보여주며 경제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설명의 요지는 “소비로는 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 없고 양극화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25만원 전국민 지원법이 궁극적으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가 주장하는 바였다.
그는 제2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극화 해소와 중산층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리즈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산층의 자산 형성을 돕도록 부동산·주식·연금 등 세금을 확 뜯어 고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양극화 해결에 관심 있는 의원이었다.
그의 배경을 보니 숭문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제36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했다. 그리고 기획예산처 사무관, 서기관, 과장을 거쳐 재정경제부 조세지출예산과장, 대통령실 행정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총괄기획국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 (주)아이넥스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를 두루 거쳤다.
여러 정부에서 그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기획예산처의 국가예산 편성과 재정시스템을 혁신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실에서 K-원전의 중동진출을 지원하고 초대형 UAE 유전 공동개발의 쾌거를 이뤄낸 한-UAE 합작 프로젝트를 창출했다. 이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이집트를 대표하는 이사로서 대한민국 자본의 국제 진출을 지원하였으며, 이후 민간 창업 현장에 뛰어들어 바이오메디컬, 콘텐츠, 핀테크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도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현금살포가 나라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죽인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말을 경청하면서 성경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가 생각났다. 기독교 성서 누가복음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는 다음과 같다. 예수님의 비유이다. 아래 나오는 율법교사, 레위인, 제사장은 유대인 사회에서는 엘리트층이다.
10:25 어떤 율법교사가 일어나서, 예수를 시험하여 말하였다.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겠습니까 ?
10:26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기록하였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 ?
10:27 그가 대답하였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고, 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
10:28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대답이 옳다. 그대로 행하여라. 그러면 살 것이다.
10:29 그런데 그 율법교사는 자기를 옳게 보이고 싶어서 예수께 말하였다.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
10:30 예수께서 응답하여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서, 거의 죽게 된 채로 내버려 두고 갔다.
10:31 마침 어떤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10:32 이와 같이, 레위 사람도 그 곳에 이르러서, 그 사람을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10:33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10:34 가까이 가서, 그 상처에 올리브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에, 자기 짐승에 태워서,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10:35 다음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서, 여관 주인에게 주고, 말하기를 이 사람을 돌보아 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오는 길에 갚겠습니다 하였다.
10:36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
10:37 그가 대답하였다.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너도 그와 같이 하여라.
21세기의 관점에서 보면 레위인과 제사장은 효율적인 사람이고 선한 사마리아인(사마리아인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 열등 민족으로 여겨졌다)은 비효율적인 사람이다. 레위인, 제사장은 피흘려 쓰러진 자를 돕는 게 여러 모로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인 이유도 그 효율성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비효율적인 사마리아인은 그야말로 ‘바보’였다.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준 후에 자기에게 돌아오는 게 없지만 그는 바보처럼 ‘이웃’을 도왔다. 예수님은 여기서 ‘저의 이웃이 누구입니까’라는 율법교사의 질문에 ‘네 이웃은 어려움에 빠진 이다. 네가 손해 보더라도 가서 도와주면 그것이 네 이웃이고 그것이 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비유를 통해 설명한 것이다.
필자는 박수민 의원이 효율적이고 신사적이고 옳은 말을 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강도 만난 사람을 대하는 레위인, 제사장같이 느껴졌다. 에어콘 빵빵 나오는 국회와 국회의원 회관에서 또는 자동차 안에서 양반 노릇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레위인, 제사장은 신자들에게 멋진 말, 선한 말은 다하겠지만 정작 자신의 이웃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예수님은 말한다. ‘어려움에 빠진 이가 바로 네 이웃이고 네가 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지금 25만원 지원금은 민주당이 어떤 의도로 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강도 만난 이웃처럼 현재 극도로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 중도층, 저소득층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강도 만난 자처럼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돕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제는 박수민 의원같은 리더가 살려주면 된다. 배고픈 이에게 “왜 일을 안 하세요?” “그렇게 살면 안 되지요” “돈은 이렇게 버는 거에요”라고 말하기에 앞서 일단 배고픔을 채워줘야 한다. 그게 진정 ‘The 이웃’을 생각하는 자의 행동이다.
박수민 의원은 심성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울먹거리며 필리버스터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성이 풍성한 인상 깊은 의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제 회생 및 양극화 해소 방법을 연구하고 법안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그러나 지금 소상공인, 저소득층은 강도를 만난 것처럼 힘들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15시간 이상 필리버스터를 해서 이 부문 신기록을 세운 박수민 의원이 강도 만난 자를 패싱한 후 15시간 동안 설교를 하고 예배를 드린(가상 상황) 레위인, 제사장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배고프지 않은 정부의 관료과 국회의원들이 탁상공론만하고 자신들의 안위만 연일 걱정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