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NJT. 이탄희 의원(중앙) 등 민주당 의원 80인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알파세대 여러분. 현재 한국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들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놓고 엄청난 토론을 했고 5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결론이 났지요.
뉴스를 보거나 듣거나 읽을 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할 거예요.
비례대표제는 모두 알 거예요. 위키피디아는 비례대표제(比例代表制, Proportional representation(PR))를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선거 제도로, 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의회 구성에 반영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죠.
즉, 각 지역에서 출마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데 여기서 각 정당이 받은 표수를 계산해서 ‘비례해서’ 국회의원을 일부 뽑는 게 비례대표제에요.
비례대표제는 여러 개가 있는데 다 알려고 들면 골치 아프니까 일단 요즘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두 개의 비례대표제를 설명해 드릴게요. 첫 번째는 21대 국회에서 시도했고 22대 국회에서 도입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요. 두 번째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요.
21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했고 22대에도 도입된다고 하는데 이게 뭘까요?
앞서 설명했지만,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요.
하나는 우리 동네에서 직접 뽑는 '지역구 선거'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나라에서 비율에 맞게 뽑는 '비례대표 선거'예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로 생겼던 규칙은 지역구 선거 결과가 비례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어요. 즉 동네 지역구에서 얼마나 많은 의석을 가졌고 얼마나 많은 표를 받았는지에 따라 비례대표의 수가 영향을 받게 되지요.
준연동형이라는 새로운 규칙에 따라 더해지는 의석수는 최대 30석이었어요. 여기서 잠깐 왜 연동형 비례대표가 아니라 준하다는 의미의 준(準)연동형이라는 이름을 쓸까요? 준연동형은 방금 말한 30석은 연동형으로 나머지 비례대표 17석은 병립형으로 하기에 준연동형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만약 엄격하게 뜻을 전한다면 연동형+병립형 혼합형이 맞겠죠.
자, 그러면 준연동형에서 어떻게 30석을 나눴을까요? 각 정당이 얼마나 많은 표를 받았는지가 중요하고 지역구에서 몇 명을 당선시켰는지도 중요하죠. 이 두 개를 갖고 계산하게 되지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지역구도 중요하고, 총 받은 표수도 중요하기에 두 가지 다 ‘연동’한 것이지요.
이것에 대해 비례대표 할당 수를 받는 계산법이 있는데 복잡하지만 설명해볼게요.
위 그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가져온 것이에요. 예를 들어, A라는 정당이 있습니다. 이 정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18명을 냈어요. 그리고 정당별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8%를 받았다고 가정해봐요. 그리고 총 의석은 300석이에요. 위 표에서 ②번과 ③번이 보이죠? 2번과 3번을 곱하면 24석이 나옵니다. 그렇게 나온 걸 ④라고 할게요. ④에서 ①을 빼면 6석이 나옵니다. 이 6석을 ⑤번이라고 할게요.
여기서부터 준연동형 설명들어갑니다. ⑤번을 2로 나누면 3석이 나옵니다. 이게 총 30석으로 되어 있는 준연동형에서 A당이 차지하는 의석수입니다. A당은 3석을 차지하게 되네요. 그리고 병립형은 17석 중 A당이 총 8%의 득표율을 기록했기에 17x0.08을 하면 1.36이 되어 총 1명이 병립형 의석을 갖게 됩니다.
좀 복잡하지요?
그러면 왜 요즘 이게 이슈가 되고 있을까요? 원래 하던 대로 하면 아무런 이슈가 안 될 텐데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이 이전 방식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려고 해서 논란이 됐지요.
병립형 비례 대표제는 뭘까요? 병립형은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지역구 의원에게 표를 주는 것 한 장을 받고, 각 정당을 지지하는 표를 한 장 받게 되는데 원하는 의원 후보에게 표를 주면서 동시에 정당에도 표를 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내가 A 후보는 마음에 들지만, 그가 속한 정당은 마음에 안 들어 그가 속하지 않은 정당에 표를 주는 것이지요. 그러면 표를 받은 만큼 비례해서 300석 중 비례대표로 배정된 47석 중 일부를 갖고 가게 되는 거예요.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단순해요. 투표지 2장에 표기를 하면 끝이고 계산법도 간단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거대 양당의 비례 의석 독식 가능성이 높지요. 사람들은 비례대표 투표를 할 때 자신이 아는 정당을 찍게 되어 있거든요.
병립형보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기회를 높입니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는 위성정당이 출현했지요. 위성정당은 주요 정당들이 비례대표 표를 갖고 가려는 목적으로 세운 정당이이에요. 더불어시민당(2020)은 더불어민주당이 세운 위성정당었고 미래한국당(2020)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이었죠.
위성정당이 생기면 원래의 취지(거대 양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게도 기회가 있는)에 어긋나는 것이지요. 위성정당이 없는 준연동형이 가장 이상적인데, 결국 거대 양당은 22대 국회에도 위성정당을 차리기로 했어요. 위성정당은 무늬만 제3지대이지 사실상 거대 양당이나 다름 없는 것이지요.
국민의힘은 병립형을 원했기에 준연동형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위성정당을 차리기로 했고 민주당도 당연히 위성정당을 세울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위성정당 창당 자체가 필요 없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한다”고 비판했지만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위성정당 창당을 진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위선적인 제도”라며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이라는 틀 안에서 더 큰 패권을 쥐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준연동형과 병립형 중에 뭐가 나을까요? 당연히 준연동형이 낫지요. 여기에서 위성정당이 없는 준연동형이 가장 적합하겠죠.
그런데 얼마 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으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했습니다.
하버드법대 출신의 법관이었던 이탄희 의원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유지를 촉구하며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에 불출마하고, 험지를 포함해 당에서 정해주는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지요.
민주당 의원 80인 이상은 26일 이탄희 의원과 함께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윤석열 심판 표를 분산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지지했어요.
80인+는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 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이며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다시 말하지만, 병립형은 거대 양당에는 좋은 것이지만 나머지 제3지대라고 하는 당에는 그다지 좋지 않아요. 제3지대는 100% 가까이 윤석열 정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생존의 기회를 줘야 ‘반윤석열 연대’가 만들어지는데 병립형은 이들의 기회를 빼앗게 될 가능성이 커요. 그러면 연대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겠죠.
하지만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는 "준연동형으로 하든 병립형으로 하든 상관 없다"고 말했지요. 자신 있다는 말이에요.
이해되나요? 4월 10일에 열리는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호의 미래에 참으로 중요한 선거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