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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히든 라이터] 15. 홍진아 작가 | 청소년들을 디베이트 세상으로 안내하는, 홍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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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4년09월10일 10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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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ted on DALL·E.

 

토론은 어렵다.

 

어쩌면 토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토론이라는 이름으로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토론을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배운 토론은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논의하는 과정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토론=싸움’ 이렇게 인식되어 있다.

 

토론하면, 서로 인신공격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토론은 그런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홍진아 작가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토론으로 얻을 수 있는 큰 보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큰 보물이다. 토론을 잘 이해하고 사용하면, 그 보물을 얻을 수 있다. 토론은 일상에서도 소소하게 활용할 수 있다. 토론 문화가 형성된 공동체는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인터뷰와 홍 작가의 책을 통해 건강한 토론 문화가 형성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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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과 간단한 소개 먼저 해주실까요?

 

안녕하세요. '청소년을 위한 나의 첫 토론 수업'을 출간한 홍진아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기독교 국제학교에서, 국어와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는 국어 교사입니다. 저는 원래 교사의 뜻은 없었습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에서 국어 전공을 했지만, 바로 교사를 한 건 아니었죠. 재학 중에 1년 동안 교환학생 자격으로 미국에 갔었는데요. 돌아와 보니 IMF가 터진 거예요. 그래서 저는 회사에 들어가서 성공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직장에 취업했습니다. 책 소개에도 나와 있는데요.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커리어 체인지를 하기 위해서 공부한 거죠. 시험에 합격한 다음, 외국계 회사 파이낸스 팀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했어요. 그 후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경단녀’ 기간을 좀 오랫동안 보냈죠. 그러던 중, 지금 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국어 교사를 찾는다는 걸 알고 지원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학교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현재는 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Q. !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뜻하지는 않았지만, 교사로서 생활하시는 건 어떠세요?

 

6년 정도 되었는데요. 대학생이었을 때 저는, 교사가 저에게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교직에 뜻이 없었었던 거죠. 그런데 인생이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전공을 살려 국어 선생님이 되었으니까요. 제가 하는 국어 수업은 일반 학교에서 하는 수업과는 좀 달라요. 물론 국어 교과서도 사용하지만, 제가 수업을 디자인해서 합니다. 철학을 좀 넣어서 수업해요. 국어와 철학 그리고 한국사를 융합한 형태의 수업을 하는 거죠. 지금은 중학생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데요. 1학기 때는,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2학기 때는,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을 교재로 사용합니다. 학생들은 이 책을 읽고, 발표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글도 씁니다. 제가 이런 식으로 수업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발표한 내용, 사진=인터뷰이 제공

 

Q.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그려졌어요. 책에 아이들이 토론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면 이 책에 나온 사례는 실제로 토론했던 사례를 엮으신 건가요? 아니면 가상으로 설정하신 건가요?

 

아! 가상 토론이기는 해요. 책에 4명의 학생이 나오잖아요? 2학년 ‘서연’’과 ‘준혁’, 1학년 ‘가람’과 ‘하나’ 이렇게요. 제가 이 인물들은, 다 가상으로 만들었어요. 모든 수업을 토론식으로 수업할 수는 없어요. 교과서로 배울 것도 있으니까요. 배울 건 배우고, 교재로 사용하는 책들 또는 시사적인 문제를 약간씩 넣어서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따라서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기는 하지만, 여기에 나와 있는 사례 전부가 실제 수업 때 했던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래도 간간이 토론에서 학생들이 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녹이긴 했어요. 아이들이 했던 말에 영감을 얻으면서 글을 쓴 거죠. 전체적으로는, 제가 임의로 토론 상황을 만들어 구성했습니다.

 


Q. 어떤 느낌인지 알듯합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그럴 때가 있거든요. 문득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 경험 말이죠. 그럼 작가님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책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어떤 부분을 가져갔으면 좋겠는지 등을 좀 알고 싶네요.

 

제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두 사건이 머릿속에서 겹쳐지면서인데요. ‘우리의 국어 교육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하나는 이거에요. 국어 교과서에 질문 만들기가 나오거든요? 주어진 글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보라는 문제에요. 질문에는 종류가 있는데요. 사실 질문, 추론 질문, 평가 질문이에요. 각각의 질문을 만들어 보라며, 예시로 나온 질문이 있는데요. 학생들이 이 질문의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예시로 만들어진 질문에, 열심히 답을 적고 있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답을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거라는 것을 이해시켰는데요. 이것도 꽤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우리 학생들은 질문만 보면 답부터 적으려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정답은 무조건 하나여야 돼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랬고요.

 

2010년에 있었던, ‘G20’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질문이에요. 그 장면이 딱 떠오른 거예요. 기회를 줬지만, 질문하지 못했던 한국 기자들. 그 틈을 타서 중국 기자가, 폐막식 마지막 질문 기회를 가져갔단 말이죠.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이나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자들은 침묵을 지켰단 말이죠.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청소년들이 자기 생각을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그때 그 기자들처럼 중요한 순간에 자기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질문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제가 수업시간에 자기 생각을 자꾸 말하게 시켜요. 계속 질문해서 학생들이 자기의 생각을 조금씩 말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계속 유도하면서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꺼내도록 하고, 다른 친구의 생각을 들으면서 서로 의견을 나눠요. 그러면서 학생들의 생각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는 거죠. 그게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목적이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을, 자신 있고 당당하게 논리적으로 말하도록 하는 거죠.

 

한국 학생들이 가장 약한 것이, 말하기와 쓰기거든요. 무엇보다 말하기가 굉장히 약해요. 제가 수업을 할 때 프레젠테이션 그러니까,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것도 많이 시키거든요. 저는 의도적으로 많이 시켜요. 그래서 자기소개 혹은 1분 스피치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어떠한 토픽을 주고, 길지 않아도 되니까, 발표하도록 유도해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PPT로 만들어서 화면에 띄우고, 발표하기 같은 것도 많이 하고요. 문제는 학생들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스크립트를 그냥 읽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자신 있게 말하는 학생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이 책을 기획했어요.

 

 

Q. 너무 좋네요. 정말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되요. 직장에서도 그렇거든요. 평소에 이야기 잘하는 사람도 발표하는 자리에만 서면 벌벌 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좀 의아했어요. 그리고 이 책에 보면 토론과 디베이트를 좀 구분하셨잖아요? 일반적으로는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에 관해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네, 그렇죠. 우리말로 하면 ‘토론’이고, 영어로는 ‘디베이트’라고 생각하잖아요? 토론을 사전에서 찾으면 그렇게 나오기도 하고요. 따라서 ‘토론’을 영어로 ‘디베이트’라고 생각하지만, 아카데믹한 디베이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토론과는 좀 달라요. ‘토론’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쓰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디베이트’라고 하는 건, 형식 면에서 더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 요즘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디베이트’ 대회도 많이 있잖아요? 이런 대회에서 하는 걸 보면요. 두 팀이 나와서 하는데, 발표 시간과 발표 순서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렇게 형식을 갖춘 것을 ‘디베이트’라고 해요. 일정한 형식이 있고 말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있고 순서가 있는 것이, 토론과 디베이트의 차이라고 볼 수 있죠.

 

 

Q. 그렇군요? 이렇게 설명해 주시니, 명확하게 이해가 되네요. 작가님은 토론과 디베이트를 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를 말하기와 글쓰기 그리고 읽기 이렇게 세 가지를 말씀 주셨는데요. 왜 그런지 설명을 좀 해주시겠어요?


제가 토론식 수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말씀드렸는데요. 한국 학생들이 말하기가 가장 약해요. 디베이트나 토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말해야 하는 거잖아요? 어떤 주제에 관해서 찬성이든 반대든, 논리적인 근거를 대서 말해야 하는데요. 그렇게 하려면, 인풋이 들어가야겠죠? 뭔가를 읽어야 한다는 말이죠. 어떤 주제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조차 모르게 되니까요. 그래서 일단은, 관련된 내용을 다 읽게 해요. 찬성에 대한 텍스트와 반대에 대한 텍스트를 다, 읽게 하는 것이죠.

 

무엇인지 일단 알아야, 자기 의견도 정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라는 주제가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을 정했다면, “왜 동물원을 폐지해야 하는가?”, “왜 동물원을 폐지하면 안 되는가?” 에 대한 근거를 대야 해요. 주장과 근거 사이에는 반드시 논리적인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요. 근거를 찾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요. 근거를 찾으려면 많은 자료를 뒤지게 되는 것이죠. 자료 주로, 책이나 신문 기사에요. 접근 가능한 인터넷에서 여러 기사가 많이 나오니까요. 하지만 기사가 많다고 해서 모든 기사가 다 맞는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따라서 가짜 기사를 걸러내는 판단력도 길러야 해요. 비판적 읽기가 되는 거죠.


이렇게 읽기가 먼저 돼야 하고요. 다음은, 자신감이죠.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발표시킬 때, 내용이 좀 부실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말하는 친구에게 점수를 많이 준다고 얘기합니다. 아무리 자료 조사를 많이 하고 완벽하게 준비했어도. 앞에 나가서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자신감 있는 태도에 점수를 많이 줍니다. 스크립트를 줄줄 읽는 것이 아니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말을 하라는 것이죠.

자신 있게 말해야, 뭔가 토론이 이루어지거든요. 하지만 학생들이 말을 하지 않으니, 이런 수업을 이끌어가기가 조금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자꾸 질문을 던져요. 한마디라도 하게요. 완벽하지 않은 문장이라도, 누가 한마디 하면, 다른 친구가 듣고 자기 생각을 말해요. 그러면 이 말을 듣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하더라는 것이죠. 말이 오고 가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조금씩 발전하고, 조금 더 그 문제에 관심 보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수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기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것!

 

아이들이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걱정들 때문이에요.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질문했을 때, 다른 친구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저것도 질문이라고 하면 어떡하지?’, ‘선생님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등등이요. 이렇게 걱정을 많이 해요. 그래서 걱정하지 말고 일단 생각한 것을 말하라고 해요. 질문과 답을 통해서 조금씩 더 세련되게 말하는 방법으로 고쳐나가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수업을 할 때는, 학생과 교사가 원활하게 소통해야 해요. 교사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성향에 따라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어요. 굉장히 얌전하고 소극적이라 말하는 거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있고요. 그냥 듣기만 하는 친구도 있어요. 교사는 이런 친구들까지 골고루 토론식 수업에 참여시키고, 서로 의견을 말하면서 의견을 공유하게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읽기와 말하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Q. 디베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읽기를 해야 하는 건 이해했는데요. 핵심 요소로 꼽은 것 중에 글쓰기가 있더라고요? 글쓰기는 토론하고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는 이렇게 연결할 수 있어요. 디베이트를 할 때, ‘입론’을 쓰게 돼 있거든요. ‘입론’이 특별한 게 아니에요. 학생들이 배우는, 주장하는 글의 구조와 똑같아요. 서론 본론 결론, 정말 이거와 똑같습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주장할 것을 정하면, 서론에서는 주장하는 문제 상황을 설명합니다. 본론에서는 주장과 근거 최소한 두 가지 정도 밝혀주는 것이죠. 결론으로, 마무리하고요. 이게 가장 기본적인 논설문의 구조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르치는 글쓰기는, 주장하는 글이에요. 여러 가지 글쓰기 종류가 있지만, 저는 주로 주장하는 글쓰기를 가르쳐요. 논리적인 근거를 대서, 딱 맞아떨어지는 글을 쓰는 거죠. 이렇게 토론을 준비하다 보면, 서론 본론 결론에 맞춰서 논설문 쓰듯이 정리가 되는 거예요.


토론식 수업을 이렇게 해요. 학생들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정리하면, 반드시 마무리는 글쓰기로 가는 겁니다. 완성은 글쓰기입니다. 이렇게 글쓰기로 최종 마무리를 하면, 토론식으로 했던 모든 내용이 다 자기 것이 되는 거예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비판적 읽기를 통해서 찬성할 것이냐 반대할 것이냐 결정합니다. 그것을 자신 있게 말하면서 토론하죠. 그리고 일련의 과정들을 잘 정리해서 글로 마무리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생겨요. 사고가 확장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나는 찬성이라고 생각해서 얘기했는데 반대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고 글을 쓰니까, 반대 의견도 일정 부분, 수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토론 수업 장면, 사진=인터뷰이 제공


Q. . 정말 그렇겠네요.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드는데요. 마음은 찬성이에요. 하지만 반대 의견을 주장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물론 그럴 순 있어요. 실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정말 100% 찬성하는 근거에만 마음이 가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토론하거나 논설문을 쓸 때는, 반드시 주장을 하나로 정해야 해요. 그래서 조금 더, 내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하게 모을 수 있는 쪽으로 태도를 정리해야 해요. 내가 마음은 찬성인데, 근거를 잘 못 찾았을 것 같아 불확실하다면 찬성으로 하면 안 돼요. 근거가 빈약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치고 들어오는 반대 의견을 방어할 수가 없어요. 확실히 깨지게 됩니다. 허점이 발생해요. 토론에서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논제가 주어졌을 때, 내가 진짜 찬성을 원하는지 반대를 원하는지는 상관없어요. 토론 대회에서 그렇게 해요. 동전 던지기로 찬성과 반대를 정해요. 주제가 나오면, 찬성과 반대에 대한 근거는 미리 다 정해 놓아요. 찬성이든 반대든 두 가지 근거를 다 조사하는 거예요. 그리고 동전 던지기로 찬성과 반대를 나누는 거죠. 여기서는,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찬성으로 선정됐으면, 찬성의 근거를 최대한 밀고 나가야 하죠. 반대로 선정됐으면, 찬성 의견은 필요 없습니다. 반대에 서서 최대한 탄탄한 근거를 만들어 내야 하죠. 토론을 정말 잘하려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입장이 되든, 근거를 대고 주장해야 해요. 그러면 경지에 오르는 것이죠. 하지만 이게 쉬운 건 아니에요. 매우 어려워요.

학생들도 많이 물어봐요. “선생님 저는 찬성도 약간 하고 반대도 약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양다리를 걸치려고 하는 것이지요. 찬성에 대한 근거를 보면 찬성이 맞는 것 같고, 반대하는 근거를 보면 이 또한 맞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토론할 때는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줘요. 양쪽을 다 지지하면 안 돼요. 반드시 하나의 태도를 견지해야 해요. 그래서 충분히 읽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니까, 여기저기 따라가게 되는 것이거든요.

물론 다 근거에 일리는 있죠. 찬성의 근거도 일리가 있고 반대의 근거도 일리가 있어요. 찬성이냐 반대냐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토론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그래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누구든 의견은 달라요. 그래서 찬성을 할 수도 있고 반대를 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주장하는 의견에 얼마나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사람들이 저렇게 해서 찬성이 되는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정말 탄탄한 논리를 대는 것이거든요. 이런 과정을 연습해야 하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렇게 될 수는 없고요. 그래서 좀 읽어야 하죠. 읽어야 자기 생각을 어느 정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거든요.

 

책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카드 뉴스, 사진=인터뷰이 제공


Q. 토론은 논리만 생각해야 하는 거군요? 잘 알겠습니다. 제가 책을 보면서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경청의 쓸모랄까요? 경청은 공감하기 위해 하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반박을 위한 경청을 말씀하셨어요. 이 부분을 좀 설명해 주실까요?

제가 이 책에서 말한 그 경청은, 코칭의 공감하는 경청과는 조금 다른 것이죠. 토론할 때 학생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가, 주장하고 근거를 대는 건 조금 돼요. 연습하면 그건 잘한단 말이죠. 하지만 자기의 의견만 다 말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토론은 이런 게 아니잖아요? 디베이트 대회에 가면,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놓치면 안 돼요. 내 주장은 방어하고, 상대방의 허점을 찾아서 공격해야 하니 핵심을 찾아서 정말 잘 들어야 해요. 그래서 목적을 가지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청의 기술을 조금 더 키우고 싶다면,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목적을 가지고 들어야 하는 거죠. ‘이 사람 말의 핵심은 무엇일까?’ 상대방의 말에 주제 또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판별하면서 듣는 연습을 하면 좋죠. 긴 연설 같은 걸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목적을 생각하면서 듣는 것도 도움이 돼요. 대통령이나 유명인들 연설 있잖아요?

 

대학 졸업식 때 축사 같은 것도 있고요. 들으면서 핵심 키워드를 뽑아내고, 한두 문장으로 요약하면서 들으면서 경청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봅니다.

제가 책에서 소개한 주제를 말씀드리면요. 작년부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최신 이슈들만 일부러 골랐어요. 학생들이 공부만 하다 보니까 사회 문제를 잘 몰라요. 하지만 시사적인 감각도 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문제를 골랐어요. 학생들이 면접 볼 때는, 이런 질문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접목해서, 자기의 의견을 정해보는 감각을 길렀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흑인 인어공주 영화가 개봉해서 제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난리가 납니다.

 

흑인 인어공주를 아이들에게 물어봤는데요. 사실 저는 좀 충격받았어요. 제 생각에는, 학생들에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왜 꼭 백인만 인어공주를 해야 하냐는 거죠. 하지만 학생들은 매우 싫어하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막 인상 쓰면서 얘기하더라고요. 너무 이상하다고요. 그래서 물었죠. “꼭 백인만 인어공주 하라는 법 있니?” 그런데 뭐, 나름대로 이유는 있어요. 흑인이라서 그런 건 또 아니래요. 흑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흑인도 예쁜 배우가 있는데 왜 하필 그 배우냐는 거죠. 나름대로 논리는 있는데, 아무튼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편견이 굉장히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어공주로 각인된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빨간 머리 ‘에리얼’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원작은 아니라는 것이죠. 원작은 안데르센의 동화인데, 거기에는 인종적인 문구가 하나도 없어요. 디즈니에서 워낙 히트 쳤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어공주의 모습으로 각인된 거죠. 뭐, 이런 것도 있어요.

 

 

Q. . 그렇군요? 참 다양한 의견이 오갈 것 같습니다. 오늘 너무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눠주셨는데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네. 책에도 얘기했지만,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요즘에 많이 하잖아요? 책도 엄청 많고요. 그런 문화가 우리 문화에도 적용이 됐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도 주제를 정해서, 토론식 수업할 수도 있고요.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할 수도 있어요. 제가 물어봐요. “부모님과 같이 뉴스를 보는 친구?” 한두 명이 있어요. 부모님과 뉴스를 같이 보면서,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읽고 토론해도 좋고요. 학생들이 이제 시사적인 감각이 없잖아요. 그런 감각도 키워야 해요.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겪게 될 문제거든요. 지금 있는 문제와 다르지 않을 거예요. 계속 해결이 안 되니까요. 공부만 하다가 나중에 사회 나가서, “이거 뭐야 귀찮아! 내가 관여하기 싫어!” 이렇게 하면, 우리 사회가 결코, 좋아질 수 없죠. 지금부터 조금씩 부모님과 함께 뉴스를 보면서, 의견을 나눠보면 좋겠어요. 신문 기사를 더 찾아본다든지, 이렇게 의견을 교환하는 게 진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자녀들과 토론을 하실 때 주의사항이 있어요.

 

부모님들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먼저 말씀하시지 않아야 해요. 자녀들의 생각을 질문으로 꺼내주셔야 해요. 그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계속 질문을 던져서 아이가 조금씩 말하게 하면서, 자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이죠. 사회 문제에 대해서 뭐가 옳은지 아직 감각이 없어요. 찬성해야 할지 반대해야 할지 모르는 게, 그래서 그렇거든요. 아이들이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아직 잘 모르니까요. 그런데 어른들의 생각이 들어가게 되면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생들도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물어보거든요. 저는 제 생각을 절대 얘기해 주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생각을 얘기하는 순간, 학생들은 그래도 선생님의 생각이니까 조금 더 맞겠지 하고 생각해요. 기준이 돼버리는 거죠.

[인터뷰어의 나가는 말]

 

처음에는 토론에 관한 책으로 생각했다. 토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한 내용으로 여겼다. 책을 보면서도 그랬다. 하지만, 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존감’이다.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의 하나가, 토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대부분, 누군가가 다른 의견을 내면, 의견에 대해서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인데 나를 부정한다고 생각한다. 공격하는 것으로 여기는 거다. 하지만 이런 토론 문화를 통해서,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 의견을 반대하는 것이지 나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익힐 듯하다. 그러면 나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토론 수업이 잘 이루어진 모습이 그려졌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갈려, 서로 피 터지게 토론한다. 토론이 끝나고 쉬는 시간 종이 울린다.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어깨동무하고 매점에 간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정말로 토론을 잘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계기로 토론 수업 문화 그리고 토론 분위기가 많이 퍼져나가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사진=인터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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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전문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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