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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처럼 외로움에 대처하는 사회를 위해 [김헌식 칼럼]

-동양 사상의 새로운 적용

등록일 2023년07월28일 19시5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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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 스틸컷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 ‘엘리멘탈(Elemental)’은 동양적인 사유를 통해서 다문화 시대의 진정한 소통과 화합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불과 물을 상징하는 엠버와 웨이드, 두 남녀 캐릭터는 서로 끌리지만 본질이 다르기에 상당히 가까워지는데, 애를 먹는다. 하지만 물과 불의 공존 공생의 비결을 체득하게 되면서 초극의 상생 경지를 이루게 된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양오행 사상을 연상시킨다. 서로 괴롭더라고 그것을 자기 내화를 시키면 서로 상생할 수 있고 더 큰 상호보완의 관계가 되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외로움에 떠는 현대인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1938년 하버드 의대 성인발달 연구팀은 당시 만 19세였던 하버드 학부 2학년생 268명 등을 모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 보스턴시 빈민가 지역의 10대 후반 456명을 모아 대조군을 구성해 비교 분석했다. 2005년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엮어 ‘굿 라이프’(The Good Life)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의지할 사람이 있는 경우 더 건강하고 만족도 높은 삶을 산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연구팀 전체의 오랜 연구 결과이기도 했다. 연구팀은 인간관계가 건강과 행복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연구의 결과는 그것이 가장 강력한 영향 요인이었다. 외로움은 술이나 담배보다 더 질병을 일으켰다. 이유는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더 많이 생기게 했다. 그만큼 고독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 나누는 관계가 건강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미국 내 8개 명문대학 경제학 박사과정 학생 약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의 학생들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경험했다. 일반 미국인들의 5.6%가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에 3배 가까이 수치였다. 다. 특히 11%는 조사 기간에만 수십 차례 자살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답했다. 그들이 학위를 얻는 과정은 오로지 혼자 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혼자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외로움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 하는 일 때문에 서로 전문화되어 더욱 소통하고 교류할 여지가 적어질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무조건 있다고 외로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1950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에서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지만,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는 현상에 대해서 이미 갈파하고 있었다. 군중 속의 익명성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미국 워싱턴대 심리·뇌과학 패트릭 힐(Patrick Hill)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나이와 관계없이 목적 있는 삶을 산다고 한 사람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동아리, 학교,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비슷한 삶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생기는 통제 역량이다.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 정신의학과 교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통제할 힘이 생긴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영화 ‘엘리멘탈’의 불과 물 캐릭터의 사랑에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들과 적절하고 달라야 그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기고, 건강과 행복이 이뤄지는 초극의 상생이 가능하다. 유유상종의 사람들만 있다면 오히려 이러한 스트레스 통제력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를 비롯해 최고의 대학 출신들은 그럼 이렇게 초극의 상생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미국 명문대 입시 결과를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팀이 추적한 결과,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 점수가 같을 때 경제력 상위 1% 출신 수험생은 다른 수험생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34%나 높았다. 미국 명문 사립대 동문 자녀들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자격 조건을 지닌 일반 수험생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4배였다. 이는 특히 동문이나 기부자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레거시 입학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이러한 데이터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유명 대학 출신의 주변 사람들은 비슷한 계층인데 부유층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유유상종인 것이다. 거꾸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다면 아무래도 이런 초극의 상생의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보이는 것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삶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행복과 건강에 더욱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부유한 이들이라면 서로 부를 과시하고 경쟁해야 하는 이들의 관계가 더 많아질 것이다. 서로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있다면 더욱 피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관계가 하나의 상호 목적적인 경우는 예외적일 것이다.

 

이제 외로움은 기업은 물론 정부 정책의 중요한 아젠다가 되고 있다. 외 자녀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외로운 늑대 현상도 있지만, 고령화에 따라 외로움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의 발달은 자칫 대인관계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 2018년 영국에서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기에 이르렀지만, 외로움 때문에 사회·경제적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로 커지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NEF)은 영국 기업 임직원의 외로움 지출 비용이 연간 25억 파운드(약 3조8,200억 원)라고 추산했다. 외로움으로 생산성 저하와 질병 등을 비용으로 환산했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은 영국 기업이 매년 직원 1인당 1만 파운드(약 1,500만여 원)를 외로움 비용을 쓴다고 집계했다.

 

외로움은 자발적 범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노인연금이 있어도 외롭게 사느니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기를 선호했다. 2019년 일본 법무성 통계를 근거로 영국 BBC 방송은 일본 연간 범죄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체의 20%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이 좀 비약일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적어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1997년 고령 범죄자 비율은 5%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로움으로 인한 문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일본도 2021년 내각관방에 고독·고립대책 담당 부서를 설치했다. 비록 부서지만 의미 있는 행보였다. 한편 2023년 5월 우리나라에서는 세종시는 ‘외로움전담관’을 두기로 했는데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살피는 조치였다. 아직은 그 시행범위와 정책 목표 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제 기업과 일반 사회에 외로움에 대한 적극적인 법과 제도, 경제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점은 영화 ‘엘리멘탈’에서 서로 다름을 초극하고 상생하는 목적 의식적인 상호 관계의 형성일 것이다. 그 기초적 방향과 원칙 위에 기업이나 정부의 공적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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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니스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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