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Shutterstock
1941년 미국의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단편소설 ‘Reason’을 발표하는데,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우주정거장이 태양의 에너지를 모아 마이크로파 빔을 통해 다양한 행성으로 보내는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우주정거장에서 태양광 발전을 한 뒤 지구로 보낸다면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우주 태양광 발전(Space Solar Power, SPS)이다. 이렇게 소설 속에만 있던 개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 일이 생겼다.
지난 6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는 '우주 태양광 전력 실험장치(SSPD)'에서 얻은 전기를 지구로 보낸 실험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우주 공간의 태양광 패널에서 만든 전기를 지구로 보내는 ‘우주 태양광발전’ 실험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 원리는 간단해 보인다.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이 태양 빛을 받아 전기로 변환 후 이를 마이크로 전파 형태로 전환해 지구에 보냈고, 지구 수신기가 이 전파를 받아, 수신한 전파를 다시 전기로 전환한다.
비록 아직은 매우 적은 양의 전기지만, 순조롭게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간다면 2024년 정도에 태양광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도 550km 지구 저궤도 상공에 있는 SSPD 위성에는 태양광 발전용 패널이 양쪽 너비로 보면 100m다. 2013년부터 관련 연구를 추진해온 칼텍 연구진은 2017년 1㎡당 1kg 미만의 태양전지 장착이 가능한 초경량 모듈을 만들었고, 중량 50kg 정도의 위성에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빔 회로도를 달았다. 이 빔 회로도가 이 성공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구에 태양광 에너지를 보내는 것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우주 공간에서도 매우 필요하다. 각국은 우주 개발 계획을 세우거나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 우주 공간에서 자원 탐사할 경우 각종 우주 장비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충전해줄 수 있는 우주발전장치가 매우 필요하다.
따라서 우주 공간에 이런 발전소와 충전 플랫폼을 하루빨리 구축하는 국가일수록 우주 공간에서 자원 탐사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게 된다. 이 때문에 우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고 미국도 본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국은 물론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도 우주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보통 2040년 정도에 본격적인 활용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구에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손실 없이 잘 보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태양광 발전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평가되지만, 지상의 효율은 매우 적다. 우주 공간에서 태양에너지는 1㎡당 1360W다. 하지만, 지상 1㎡에 도달하는 에너지는 300W를 넘지 않는다. 태양에너지가 지구에 진입하면 대기 반사와 구름과 먼지 등에 흡수되어버리고 만다. 아무 곳에나 할 수 없고 일조량이 좋은 곳, 햇빛이 잘 드는 곳을 골라 태양광 설비를 해야 한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는 발전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대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기상 상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상의 태양광 발전은 밤에는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는 밤과 낮이 없고 24시간 태양광 발전을 할 수가 있다. 지상보다 8배가 더 효율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더군다나 지상에서 태양광은 변수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기상 상황이 갈수록 불규칙해진다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지상의 태양광은 대기 환경 오염이 이대로 진척이 된다면 매우 사양 산업에 접어들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지구는 극심한 대기 오염 때문에 어두운 풍경을 자아낸다. 이런 미래의 모습은 관련 영상콘텐츠에서 낯설지 않다. 대기 오염이 되었으니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 방독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활동할 수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산소만이 아니었는데, 햇빛을 볼 수가 없다.
햇빛이 들지 않으면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없고 식량의 위기에 처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은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우주 공간에서 이뤄지는 태양광 발전이다. 우주 태양광 발전을 먼저 구축을 한다면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지구의 우울한 미래를 설정하고 다른 행성을 개척이나 식민지화하는 내용은 많지만, 우주 태양광에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주 태양광에서 생성한 에너지가 개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조차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주 태양광이 개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우선 이점을 생각하려면 전력이라는 것이 당장에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야 한다. 예컨대 인공심박조율기(artificial pacemaker)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심장박동이 너무 약한 사람에게 장착하는데 인위적으로 전기 자극 장치이기 때문에 전력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노령화 시대에는 의료용 장치들을 신체에 착용하고 살아야 하는 인구가 증가한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핵융합 장치를 몸속에 장착했는데, 이른바 아크리액터로 이는 소형발전장치이고 초소형원자로다. 따라서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하면 핵반응을 이용한 이 발전장치를 통해 초인적인 능력까지 발휘한다. 더구나 핵융합 촉매제로 이용한 ‘팔라듐(palladium)’까지 사용했다. 다만, 원래 목적은 수류탄 파편이 심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의료장치다. 토니 스타크가 폭발 사고로 얻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하는 과정에서 가슴에 심게 되었다. 만약 소형원자로가 폭발하면, 목숨을 잃게 하고 설령 폭발하지 않아도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때 사망하게 된다.
보통 몸속에 장착하는 기계 장치들은 배터리 수명이 5년 정도 지속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이 수술은 몸이 약하거나 노인일수록 버겁게 느낀다. 이 때문에 최근에 피부에 이식하는 태양광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간단한 시술로 피부 안에 태양광 전지를 심고 이곳에서 생성된 전기를 신체 기계 장치에 동력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용화된다면, 사람만이 아니라 로봇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지상에 햇빛이 잘 비출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가 설정하고 있는 햇빛 없는 세상이라면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인간의 몸에 우주 태양광 발전장치에서 전송하는 마이크로 전기를 수신하여 에너지를 변환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 지구의 날씨나, 대기 상태에 관계없이 몸속 의료장치를 구동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때는 원자력 위험을 넘어선 안전한 아이언맨이 누구나 될 수 있다. 물론 우주 태양광 산업을 누가 소유하거나 분배할 것인지가 개인에게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주 태양광산업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은 물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제 우리 몫이 되었고, 미래 세대에 일상화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영상콘텐츠가 이런 문제에 대해 미래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