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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해프닝(Happening)에 불과할 것으로 여겨졌던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성을 가지면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되는 법이다. 우리는 유행(fashion)을 넘어 트렌드라는 말도 통칭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Y2K 트렌드도 이에 해당하게 되었다. Y2K가 year two kilo problem의 약자에 해당하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사실 이조차 기성세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태생들은 어렴풋하게는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른다. Z세대는 물론이고 알파 세대는 더욱 Y2K에 대해서 인식이 없다. Y2K 트렌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유행 트렌드가 다시금 반복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Klarna 앱에서 Y2K 선호도를 조사해 보니 65%가 2000년대의 패션이 현재보다 멋있다고 답했다.
예컨대, 블랙핑크 멤버들의 착용 사례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그때 당시 입었던 배꼽티(크롭탑)이 유행을 한다. 더구나 이것에 더해 통바지가 하의에 덧붙여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핏을 살려주는 패션이 MZ세대에게 유행을 했던 것과 다르다. 바지가 다리 핏은 살릴 수 있지만, 뱃살이 있으면 입지 못하는 패션으로 10대 교복 패션처럼 유행하고 있다. 한편 그들에게는 필름 카메라가 아니라 디지털카메라가 유행한다. 그들에게는 디지털카메라는 말 자체가 뇌리에 없다. 그들이 태어났을 때 모든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디지털카메라는 단지 인터넷과 연동이 되지 않는 필름 없는 카메라일 뿐이다. 또한, 줄이 있는 헤드폰이 다시 젊은 세대에게 유행하고 있다. 지금은 줄이 없는 무선 이어폰이 많은데 불편한 줄을 지닌 헤드폰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무선보다는 뭔가 손에 잡히는 느낌을 선사한다.
왜 Y2K 트렌드가 지속할까. ‘세대 망각 현상’(generation oblivion syndrome)을 언급할 수도 있다. 이는 한 세대가 지나면 이전의 사회문화 현상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잊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지는 현상이다. 대개 한 세대는 30년이라고 치는데 갈수록 이는 짧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미디어 수단이 좀 더 발달하고, 사회적 확산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성세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새로운 세대에는 전혀 낯선 대상은 발견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것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발적 선택일 때 배가 된다.
대체로 현실적인 이유를 꼽기도 한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세기말과 세기 초는 불안과 설렘이 교차하던 때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천년 단위의 세기가 바뀌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시작은 설렘도 있지만, 불안감이 교차하는 법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뭔가 편안한 대상을 찾을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이 불안은 단지 취직이 되지 않는 진로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라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은 생존 자체에 대한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테크놀로지 등의 발달은 경제적 효율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인간 존재 자체의 사치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스스로 가치 부여를 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기에는 불안 의식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Y2K 그때와 지금의 흐름이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이다. 원색을 써도 옅어져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헤드폰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코디 장치가 되었다. 통바지는 힙합 스타일이 퍼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둥그런 유선형 스타일이다. 배꼽티도 대부분 엔틱한 느낌을 주며. 디지털카메라와 CD는 불편함이 주는 그립감이 성취감을 전해준다. 이를 뉴트로라고 불러도 좋고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는 끊임없이 문화 자원과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그것을 확산시키는 힘이 있다.
예전에는 일부 몇 개의 기업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실현했지만, 이제는 이런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횡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확산이 가능한 모바일 환경이 토대가 되고 있다. 하나의 문화 자원은 널려 있다. 그것을 재발굴하고 그것을 의미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더 매체와 테크놀로지가 발전할수록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러한 테크놀로지가 반드시 디지털 공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메타버스 담론이 수그러든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대중음악만 봐도 걸그룹 ‘뉴진스’나 ‘피프티피프티’는 ‘에스파’의 메타버스 컨셉과 달리 아예 Y2K 컨셉과 디자인을 표방하면서 세계적 인기와 팬덤을 구축했다. 미래 세대가 갑자기 초현실과 가상 공간에 빠진다는 생각은 기성 세대의 편향일 뿐이다. 그들은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에 치이고 피로감을 갖게 되었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겪기를 바란다. 손에 쥘 수 있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원한다. 케이 팝이 대면 공연에서 수익이 많이 나듯이 여타 알파세대의 경제현상에도 마찬가지다. 디지털로 정보 소통을 해도 결국 모두 만나야 공존 공생한다.
무엇보다 미래 세대는 진영과 이념이 아니라 개인의 존재감을 확립하고 성취감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집단적으로 공유될 때 더욱더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을 중심으로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는 물리적 환경과 콜라보해야 공진화가 가능하다. 그들에게 누군가 억지로 주입하는 문화적 기술적 담론이나 프레임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