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는 모두 법을 지키면서 사는 선량한 시민들입니다. 우리가 범죄자들에게 지배받아서는 안 됩니다. 저는 그런 세상이 오는 걸 눈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함께 나서주십시오. 함께 나서서 ‘국민’만 보고 찍어 주십시오. 그러면 오경훈이 구자룡이 여러분의 공복으로서 박박 기면서 여러분을 위해 뛸 것입니다.”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와 있는 지지자들. 위험천만한 일이다.
3월 30일 오후 7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 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 양천 살리기’ 목동역 지원 유세를 했다. 이 지원 유세에서 그는 법과 질서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한 위원장이 그 말을 할 때 바로 그의 눈앞에는 무질서함이 연출되고 있었다.
목동역 앞 사거리에서 유세가 진행되었고 중앙분리대 부근에 60~70대 한동훈 팬들이 대거 몰려들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경찰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중앙분리대 근처에서 빨리 벗어날 것을 반복해 요청했지만, 한동훈 위원장을 정면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유세 중에도 운행하고 있었고 자칫 누군가가 찻길로 밀려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바로 눈앞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한동훈 위원장은 그런 위험 상황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한동훈 위원장 도착 전에 ‘위험하니 인도로 옮겨달라’고 부탁하고 경찰이 촬영 기자 외에는 시민들이 중앙분리대에 모이는 것을 막았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이 도착했고 스피커에서는 “우리는 모두 법을 지키면서 사는 선량한 시민들이다”라는 한 위원장의 외침이 들렸고 중앙분리대에 있던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기자는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과 질서는 작은 부분부터 지켜야 한다. 차량 운행을 막은 상태도 아닌데 중앙분리대에서 유세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슨 법과 질서를 운운한다는 말인가.
이는 시민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은 TV에서만 보던 한동훈 위원장이 자신들의 동네에 온다고 하니까 가까이서 보고 싶었을 것이고 중앙 분리대로 모여들었다.
누구의 잘못인가.
이런 행사를 사거리에서 진행한 주최 측의 잘못이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지만 만약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중앙분리대를 향해 돌진했다면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인도에는 그나마 턱이 있고 가림막이라도 있지만 중앙분리대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보호막이 없었다. 엄밀히 말해 인도에 있던 사람들도 보호 받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우리는 늘 사고가 난 후에 “죄송하다. 수정하겠다. 고치겠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마 30일 밤 누군가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면 사거리 유세는 더는 못하게 하는 규정이 나왔을 것이다. 왜 미리 그렇게 하지 못할까.
사거리는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후보들이 선호하는 장소다. 반면 운전하는 자들과 보행자들의 시선을 빼앗아 누군가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유세를 준비하는 후보는 유의해야 한다.
좀 더 차분한 유세를 할 수 없을까. 좀 더 안전한 유세를 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