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연설을 하고 있는 한동훈 전 국힘 비대위원장.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국회소통관에는 수백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고 기자회견실에도 1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취재를 하기 위해 왔다. 개인적으로 국회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몰려드는 현상은 네 번 정도 경험한 것 같은데 조국 전 장관의 혜성같은 등장, 이준석 전 대표의 국힘 탈당,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임종석 전 의원의 공천파동이 이 정도의 관심을 모았던 것 같다.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실이 오랫만에 북새통이었다. 그만큼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의미한다.
그는 출마 선언에서 개혁에의 의지를 불태웠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채상병 특검은 추진하겠다고 했고 정치가 우리끼리 아웅다웅하는 게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과거의 성과를 지금 시대에 맞게 보완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수정할 것을 정교하게 수정하여 정책 중심의 유능한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의 정책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여의도연구원을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 재탄생시키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낙인찍고 공격하거나 심지어 발붙일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뺄셈의 정치를 해오지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을 찍어준 국민들을 하나둘씩 등 돌리게 했고, 상처받게 했음을 그는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저출산, 인구감소, 지방소멸, 연금개혁 등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전을 앞으로 차례차례 제시할 것이고 국민들께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께 설명하고, 검증받고, 토론하고, 당의 노선으로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그리고 채해병 특검법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다 좋은 말이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말들이다. 그런데 과연 검사 출신 한동훈이 그런 일들을 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미 검사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위와 같은 멋진 말들을 쏟아냈지만 하나도 제대로 해낸 게 없었다. 오히려 국민을 핍박하고 늘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아님 말구 하는 식의 정치를 이어왔다.
강성 지지층 외에 여당을 가장 강력히 지지했던 세력인 의료계와 해병대예비역들이 등을 돌리게 할 정도로 윤 대통령의 정치는 너무나 수준이 낮았고 그것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정치 경험이 없는 검사에게 한 번 아픈 경험을 했는데 또다른 정치 경험이 없는 한 검사가 등장해 국민의힘을 장악하려고 하니 국민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한동훈 위원장은 김경율 같은 인물을 등용하는 등 윤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22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창의적이고 신선한 그 무엇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했다.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 중인 조국혁신당은 23일 논평에서 “(그의) 말만 듣고 있으면 달달해진다. 국민은 정치인의 입이 아니라 발을 본다. 특히 믿을만한 사람인지 평가할 때는 그렇다”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한(동훈) 후보는, 지난 1월 채 해병을 참배하고 그 묘역에서 사죄할 기회가 이미 있었다.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대전현충원을 참배한 1월 2일은 공교롭게도 채 해병 생일이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 집행위원장 등이 한 후보를 발견하고 참배 요청을 했으나, 한 후보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한 후보 일행 중 한 명은 ‘이재명이 보내서 왔느냐’는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6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할 수 있는 사죄, 1월 2일 채 해병 묘역 앞에서는 힘들었던 건가. 그러니, 국민들께서 그 달달한 말, 믿을 수 있겠는가?”
개혁신당도 같은날 논평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후보의 입장이 수직적 당정관계 해결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채상병 특검법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김건희 특검법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수직적 당정관계는 여전히 존재함을 그는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개혁을 할 수 없는 당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던 것이다.
23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있는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개혁신당의 허은아 대표는 나경원(1시), 한동훈(2시), 원희룡(3시) 후보가 당대표 선거에 나선다고 발표하던 그 시점인 오후 1시40분에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고장난 자동차다. 정상적 사고 회로가 완전히 망가졌다. 연식도 오래됐을뿐더러, 정비소에 가봤자 수리비가 더 많이 든다. 그런 자동차는 아까워 말아야 한다. 얼른 새 차로 바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