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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산책(2)] 은퇴하면 그곳에 살아야지

지금도 눈에 선한 셍따폴리네(Sainte-Apolline) 마을

등록일 2023년01월06일 18시4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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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두고 프랑스를 떠나 서울에 돌아 온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서울에 와서도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이렇게 얻은 수많은 경험은 다양한 이야기 소재로 변화하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던 중, 문득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글로 적어보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하였다.


이후 글을 쓰고자 하는 첫 번째 소재를 고민하다가, 일반인들은 경험하지 못한 프랑스 정착 과정이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하였고, 당시의 추억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3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는데 직장생활이 바쁘다는 핑계와 함께 글을 쓰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글쓰기가 수시로 중단되기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완성을 볼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별도로 글 쓰는 시간을 할애하기도 힘들었고 작업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내가 글을 써도 누군가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 속에서 맴돌다 보니까 글쓰기가 더욱 힘들었고, 이 글을 써서 큰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수시로 작업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들이 이 글을 읽어줄까?’라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글 쓰는 작업에 더욱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왕 시작한 글쓰기를 멈추지 말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도 도출하였다.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한 이후로는 작업시간에 가속도가 붙었고, 빠른 속도와 함께 그동안 미뤄왔던 글쓰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이기에, ‘이 글이 일반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여년간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일화로 엮은 수필형식의 내용이다. 특별히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으나, 유럽 특히 프랑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별도로 책을 읽고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메일로 문의 바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다.


[글: 김양석(서울 한서고등학교 이사장), 메일 : franceguide@naver.com]

 

 

2. 전원 마을 셍타폴리네 (Sainte-Apolline)

 

Blank administrative map of France for geo-location purpose, with regions and departements distinguished. Approximate scale : 1:3,000,000


 

디종(Dijon)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행정구역의 코 트 도르(Côte-d'Or)주 중심도시이다.

 

파리에서 동쪽으로 약 3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디종(Dijon)을 비롯하여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의 사람들은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파리를 기점으로 프랑스를 동서로 나누면 대체적으로 동쪽 지역 주민들은 프랑스 정부에 우호적이고 보수적인 반면에, 서쪽 지역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반감이 많고 진보적인 편이다. 이는 동쪽에 주요 공장들이 건설되어 산업이 발달하였지만, 서쪽에는 농업위주의 경제가 주를 이루어 상대적으로 경제적 빈곤함이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조르쥬 할아버지의 집은 디종(Dijon)에서도 외곽에 있는 셍타폴리네(Sainte-Apolline)라는 마을에 위치했다. 이는 아주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로 디종(Dijon) 시내에서 가려면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런던, 파리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유럽 대부분의 도시는 인구 10-30만 명 내외의 아주 작은 소도시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 소도시보다 더욱 작은 마을급 규모의 위성도시들이 이들 도시의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에는 시청(mairie)을 중심으로 병원, 도서관, 학교 등 주로 공공기능을 하는 기관들이 있으며, 주변으로 상점, 프랑스 레스토랑, 카페 등의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디종(Dijon)은 인구 약 20만 명 정도의 소도시이고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주변에 아주 작은 규모의 위성도시를 형성하고 있는데 셍따폴리네(Sainte-Apolline)도 그 중의 하나였다.

 

디종(Dijon)처럼 일정 크기의 규모를 갖추고 있고 하나의 주(Région)를 대표하는 중심도시인 경우에는, 해당 지역을 관장 하는 경시청(Préfecture)이 위치하고 있으며 더불어 대학과 그 대학에서 운영하는 대학병원(Hotel Dieu)이 설치되어 있다.

 

AI 미드저니가 그린 디종 도시의 모습

 

 

도시의 규모가 클수록 해당 상권의 규모가 커지는 특성이 있는데 수도인 파리의 경우 관공서도 많고 상권이 복잡한 반면에, 일부 소도시에서는 인구가 줄어들어 도시 존립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심에는 주로 현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반면 외곽에는 은퇴하거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즐기길 원하는 사람 들이 거주하곤 한다.

 

외곽 도시의 메종(maison, 단독주택을 뜻함)에는 주로 넓은 마당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 잔디를 심던지 아니면 텃밭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마당에 텃밭이 없고 잔디가 심어진 경우, 시(mairie)에서 운영하는 공공 텃밭 이 마을에 조성되어 은퇴자들이 이곳에서 텃밭을 가꾸는 모습 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한마디로 유럽형 전원마을인 것인데 기반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무분별하게 특정 지역을 개발하여 분양을 하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전원주택과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다.

 

처음 프랑스에서 신기하게 느꼈던 점이 환자가 전화를 걸어 요청을 하면 의사가 진료가방을 들고 환자의 집으로 왕진을 온 다는 것이었다. 국내에서도 6-70년대에 의사들이 왕진을 다녔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었기에 의사가 왕진을 했다는 사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셍따폴리네(Sainte-Apolline)에서 겪었던 일이었는데, 큰 아이에게 감기 기운이 있어서 조르쥬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의사를 부를 수가 있었다. 의사는 50대 중후반의 여성이었고 상당히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던 사람이었다. 의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엄청난 바디랭귀지(Body Language)와 빠른 눈치를 동원하여,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의사가 써준 진단서를 가지고 약국에 가면 약을 구할 수 있었는데, 국내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의사들도 진단서의 글 씨를 엄청난 흘림체로 갈겨쓰는 편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러한 글씨들에 무슨 특별한 표시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약국의 약사들이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약을 처방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의사와 약사만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글씨 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약국에서는 의사의 처방 전이 있어야 약을 구매할 수 있는데,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 는 약은 그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

 

디종(Dijon)의 기후는 무척 추운 편이었는데 한 겨울에는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빈번하였고, 수시로 많은 양의 눈이 내리기도 하였다. 프랑스에 처음으로 온 시기가 1월 이었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심적으로 춥게 느껴지기도 하였 지만, 메종(maison)이라는 큰 규모의 집을 유지하는 관리비가 많이 소요되었기에, 난방이 무척 절제되어 공급되어서 상당히 추운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겉에서 보기에 프랑스의 메종(maison)들이 작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 가 보면 상당히 큰 규모의 집이었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메종 (maison)의 차고를 개조하여 자신의 작업실이나 목공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인들은 은퇴를 하면 농사나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면서 노후생활을 보내는 것이다.


 

Photo by 김양석. 프랑스 노인들은 노후를 즐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지금도 셍따폴리네(Sainte-Apolline) 마을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너무나도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이었지만, 완전히 시골스럽지도 않은 그렇다고 도시적인 분위 기도 아니면서 그 중간적인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작지만 생활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갖추어져 있으며, 이외 부족한 것이 있으면 중심도시인 디종(Dijon)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 었다.

 

굳이 직장이나 조직에 얽매여 있지 않다면, 파리를 떠나 이렇게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노후를 즐기는 것도 축복받은 생활이 아닌가 싶었다. 언제가 좀 더 나이가 들게 되면 이러한 전원마을에서 조용히 노후를 보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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