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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산책(7)] 건물 문제와 보험제도

건축물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인식

등록일 2023년03월14일 14시5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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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두고 프랑스를 떠나 서울에 돌아 온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서울에 와서도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이렇게 얻은 수많은 경험은 다양한 이야기 소재로 변화하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던 중, 문득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글로 적어보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하였다.


이후 글을 쓰고자 하는 첫 번째 소재를 고민하다가, 일반인들은 경험하지 못한 프랑스 정착 과정이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하였고, 당시의 추억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3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는데 직장생활이 바쁘다는 핑계와 함께 글을 쓰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글쓰기가 수시로 중단되기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완성을 볼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별도로 글 쓰는 시간을 할애하기도 힘들었고 작업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내가 글을 써도 누군가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 속에서 맴돌다 보니까 글쓰기가 더욱 힘들었고, 이 글을 써서 큰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수시로 작업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들이 이 글을 읽어줄까?’라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글 쓰는 작업에 더욱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왕 시작한 글쓰기를 멈추지 말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도 도출하였다.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한 이후로는 작업시간에 가속도가 붙었고, 빠른 속도와 함께 그동안 미뤄왔던 글쓰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이기에, ‘이 글이 일반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여년간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일화로 엮은 수필형식의 내용이다. 특별히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으나, 유럽 특히 프랑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별도로 책을 읽고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메일로 문의 바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다.


[글: 김양석(서울 한서고등학교 이사장), 메일 : franceguide@naver.com]
 

 

Photo by Shutterstock

 

 

보험제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보험제도는 개인이나 기업, 관공서등 각종 기관에서 사회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1880년대에 시작된 유럽의 보험 제도는 140여 년 동안 지속된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다.
 

국내의 보험제도는 자동차보험이나 의료보험 등 기본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에, 유럽은 손해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개인 간의 계약은 물론이고, 학교에 입학 시에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아파트를 임대할 경우, 아파트 주인은 임차인에게 집 보험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보험가입증서를 의무적으로 집주인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학교에 입학할 경우에도, 학부모는 학생과 관련하여 모든 사항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보험을 학교에 제출하여야 한다. 나 역시 새로 거주하려는 부동산을 임차하고자 할 경우에는 중개회사에 집과 관련한 보험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시하였다.

만약 임차인이 집과 관련한 보험증서 제시를 거부할 경우에는 집주인은 아파트의 열쇠를 제공하지 않아도 무방하며, 임차인은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집 보험과 관련하여 낭트(Nantes)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인들은 건축물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인식하기에, 우리와는 달리 건물을 함부로 부수거나 철거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웬만한 건축물들, 특히 시내 중심에 위치한 건축물들의 경우, 준공시기가 200년이 넘은 건물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오래된 건물의 경우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서, 움직일 때 마다 소음이 발생하는 등 사용상에 있어서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드럼식 세탁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유럽인들은 예전부터 드럼식 세탁기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드럼식 세탁기는 상당히 무겁고 설치도 까다로워서 배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오래된 건축물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낭트에 이사를 하고 세탁기 설치에 대하여 문의할 사람도 없었기에(물론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당시에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별 도움이 안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무작정 세탁기를 구매하였다. 세탁기를 구입은 했지만 설치방법을 몰라서 한참을 고민하였다. 결국 수도 배관 하나의 나사를 풀어 보았는데 그곳에서 수돗물이 터져 나왔고, 본의 아니게 건물 전체에 엄청난 물난리가 발생하게 되었다. 수돗물이 집 거실로 쏟아졌고, 결국 그 물들이 아래층으로 흘러들어가고 만 것이다.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건물의 수도 밸브를 잠그고 나서야 물난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 일어났던 물난리로 인하여, 아래층 집 천장에 물이 스며들었고, 당연히 아래층 입주자는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다음 날 아래층 집주인이 찾아와서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나로서는 무조건 입주하기 전에 가입하였던 보험증서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를 통하여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마지막에는 편지(등기우편)를 통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아래층 집주인은 당연히 나에게 편지를 보냈고, 당시에는 어학실력이 부족하였기에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인들의 글씨체는 영어권과 또 달라서 문법적인 지식도 부족하지만 이들의 필기체를 알아보기가 더욱 힘들었던 것이다.
 

일단 당시의 위기를 벗어나야 했기에, 보험회사에 편지를 써서 그 상황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워낙 어학실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일단 기초적인 내용을 종이에 쓰고 무작정 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이러한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피하였지만, 젊은 친구들은 친절하게 틀린 부분을 수정해 주었다. 이런 돈키호테같은 행동이 거듭될수록 프랑스어 실력이 조금씩 발전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 마디로 생존 어학이었던 셈이었다.
 

결국 보험회사의 직원이 현장 확인 차 아파트를 방문하였고, 아래층 주인도 도착하였다.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기에 나는 가만히 듣기만 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는 못했지만, 아래층 주인은 자신이 피해 본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았고 보험회사 직원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래층 주인이 결국 내가 동의했다고 우겼고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희망하였기에 무조건 아래층 주인 말에 동의한다고 하였다. 결국 현장 검증이 끝나고 그렇게 프랑스에서 맞이하였던 첫 번째 위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였던 원인은, 프랑스 생활 방식에 너무나 무지하였던 나의 잘못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아래층 주인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물난리를 당한 상황이니까,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였다. 보험회사 직원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이런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였다. 아마도 프랑스의 이러한 제도가 없었다면 우리 가족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프랑스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초기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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