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두고 프랑스를 떠나 서울에 돌아 온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서울에 와서도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이렇게 얻은 수많은 경험은 다양한 이야기 소재로 변화하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던 중, 문득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글로 적어보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하였다.
이후 글을 쓰고자 하는 첫 번째 소재를 고민하다가, 일반인들은 경험하지 못한 프랑스 정착 과정이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하였고, 당시의 추억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3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는데 직장생활이 바쁘다는 핑계와 함께 글을 쓰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글쓰기가 수시로 중단되기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완성을 볼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별도로 글 쓰는 시간을 할애하기도 힘들었고 작업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내가 글을 써도 누군가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 속에서 맴돌다 보니까 글쓰기가 더욱 힘들었고, 이 글을 써서 큰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수시로 작업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들이 이 글을 읽어줄까?’라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글 쓰는 작업에 더욱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왕 시작한 글쓰기를 멈추지 말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도 도출하였다.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한 이후로는 작업시간에 가속도가 붙었고, 빠른 속도와 함께 그동안 미뤄왔던 글쓰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이기에, ‘이 글이 일반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여년간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일화로 엮은 수필형식의 내용이다. 특별히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으나, 유럽 특히 프랑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별도로 책을 읽고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메일로 문의 바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다.
[글: 김양석(서울 한서고등학교 이사장), 메일 : franceguide@naver.com]
Photo by Shutterstock
이런 저런 문제들로 인하여, 디종(Dijon)을 떠나 프랑스 서쪽의 위치하고 있는 낭트(Nantes)라는 도시로 이사를 결정하였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외국인이 집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혼자 사는 유학생의 경우에는, 학교 기숙사나 사설 레지던트(Resident) 아니면 방 하나 임대를 주는 개인 집 등에 얹혀 살 수가 있다. 그런데 부부이거나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조건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조건을 다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집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아닌 가족의 경우, 사설부동산에서 진행하는 임대계약을 통하여 머무를 수 있는 집을 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이 아닌 가족이 집을 구하는 경우에는 집주인으로 부터 요구받는 임대차 조건들이 너무나 까다롭다. 먼저 소득증빙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일상적으로 임차인의 소득수준이 지불해야 하는 월세의 3배 이상이 되어야 한다. 즉 집의 월세가 500유로(1유로 1343원)이면 임차인의 소득이 1,500유로 이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지방이기에 월세가 저렴하지만 파리의 경우에는 보통 월세가 1,000유로 이상이고 따라서 임차인의 소득은 3,000유로 이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프랑스에서 세금제하고 순수하게 급여를 3,000유로 이상 받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고 따라서 파리에서 생활을 하려면 일부 소수를 제하고는 대부분의 부부가 같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들처럼 파리의 집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편에 속한다. 가끔 미주나 아시아권 국가에서 체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당 도시의 집값을 서로 비교하게 된다, 결국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뉴욕과 런던의 집값이 가장 비싸고 파리도 이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동경, 상하이 그리고 홍콩이 비싼 편이고 서울도 집값이 만만치 않은 도시이다.
파리에서 방 2개, 거실 하나에 70m2 정도 크기의 아파트인 경우, 일반적으로 약 2,000유로 이상의 월세를 임대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물론 지역적인 입지, 인테리어 정도, 그리고 주차장 등의 여러 가지 옵션 등으로 같은 크기의 아파트라도 다양한 월세의 차이가 발생한다. 문제는 2,000유로 아파트에 입주를 하려면 집주인에게 6,000유로의 소득이 있음을 증빙해야 하는데, 그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파리 사람들은 파리 시내가 아닌 외곽의 일드프랑스(Ile de France)에서 거주를 한다. 지역적인 차이로 교통의 불편함이 있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파리보다 약 절반 정도의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소득이 확실하게 증빙이 되면 부동산을 통해서 집주인과 계약을 하게 되는데, 집주인은 첫 번째 월세를 선불로 요구하고 이 외에 2개 월 분의 보증금을 요구한다. 즉 3개 월분의 집세를 선불로 받는 셈이다.
이 외에 임차인은 소개를 시켜준 부동산에 1개 월 분의 복비를 지급하는데, 따라서 임차인은 이사 경비 외에 4개 월 분의 월세 비용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이 외에도 집주인은 임차인의 성실함을 파악하기 위하여 전 주인으로부터 받은 3개 월 분의 집세 영수증을 요구한다.
문제는 일정한 소득원을 갖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은 집주인들이 요구하는 소득증빙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해도 집주인들이 임대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사관 직원들의 면책특권 때문이다. 즉 대사관 직원들은 집세를 미뤄도 집주인들이 집세를 요구하기가 힘들고 이로 인하여 집세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사관 직원들의 집구하기가 이 정도로 어려운데, 일반 유학생 부부나 초기 개인 사업자들이 집을 구하기는 실제로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파리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파리 소재 외환은행을 이용하곤 한다. 즉 외환은행에 월세의 1년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입금해 놓고, 이를 집주인에게 보증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은행에 입금되어 있는 금액은 집주인이나 임차인 모두 임대기간 동안 인출하지 못한다. 하지만 임차인이 월세를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집주인은 해당 통장에서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출해 가는 것이다. 이런 은행보증도 귀찮은 경우, 집주인에 따라서 1년분에 해당하는 월세를 선불로 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방법이던지 간에 집주인이 동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프랑스 집주인들의 승낙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에서 파견 나온 회사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한인들에게 있어서 집을 구하기란 엄청난 어려움을 수반하게 된다. 이런 원인 등으로 인터넷 상의 한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이 살던 집을 넘겨 주면서 웃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한인을 상대로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파리는 한인들이 많이 살고 따라서 집구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는 반면에, 지방의 경우에는 이마저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인의 도움으로 부동산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구해 봤지만 모두에게 퇴짜를 맞았다. 우연히 한 부동산에서 집을 하나 구해 줬는데 40m2의 크기로 방 하나와 거실 하나로 된 구조였는데, 너무나도 낡은 스튜디오여서 아내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외에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고, 특히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집을 구한다고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아내를 겨우 달래고 달래서 그냥 그 집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Picture by Midjour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