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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보다는 자유와 개성 강조 [프랑스 산책(9)]

등록일 2023년06월20일 11시4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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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프랑스 국민을 구성하는 인종은 매우 다양합니다. 제국주의 시절 프랑스도 식민지 전쟁에 참여하여 베트남을 비롯한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식민지를 개척했고, 이로 인해 인구 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프랑스인들의 생활 방식 변화로 인해 출산율이 감소하고 인구도 줄어들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전 식민지였던 국가들에서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주로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대상이었습니다. 이들 이민자 중 일부는 프랑스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대부분은 사회의 비주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며, 현재는 프랑스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역시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과거 월남과 캄보디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보트피플들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프랑스 정부가 받아들여 아시아계 동양인들도 상당히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이 대거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이들 보트피플들과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고, 이는 거대한 화교 상권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화교 상권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규모가 매우 방대합니다. 특정 지역에 가면 중국인들 위주의 상권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파리에는 13구라 불리는 중국인 마을이 있습니다. 파리 13구에서는 중국 음식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의 재료들도 자연스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원래의 프랑스인들은 켈트족에 해당하는 갈리아인(Gauls)입니다. 켈트족은 프랑스 북쪽과 아일랜드, 영국의 북쪽에 위치한 스코틀랜드 지역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만화 영화인 '아스테릭스(Astérix le Gaulois)' 역시 이 갈리아인을 묘사하여 영웅시한 내용으로,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을 갈리아의 후예로 자부합니다. 갈리아인은 후에 게르만의 한 일족인 프랑크(Frank)인과 교류를 하게 되었고, 결국 프랑크 왕국을 건국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유럽이라는 대륙 자체가 국가들끼리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있으며 교류도 빈번하게 발생하여, 과거로부터 국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타 인종 간의 결혼도 빈번하게 발생했기에 단일민족이라는 개념보다는 모두가 평화롭게 지내자는 사고방식이 강한 지역입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이라는 개념도 희박하고, 백인, 흑인, 동양인이라는 의식도 별로 없습니다. 간혹 유럽 여행 중 흑인에게 아시아인이라고 무시를 당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볼 수 있지만, 이는 개인적인 성향으로 보이며, 저는 만난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흑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우도 있었는데, 그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심한 모욕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야간에는 흑인들이 많은 곳에는 잘 가지 않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이지, 결코 무시를 당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유럽인처럼 프랑스인들도 민족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지만,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외국인이라도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프랑스인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배낭 여행 중에 유독 프랑스에서만 영어 사용이 힘들다는 내용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 많은 노인층에서는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편입니다.

 

한번은 파리의 한 호텔에서 한인을 만나러 갔던 적이 있었는데, 프런트에 요청하여 호텔 룸에 전화를 부탁했습니다. 한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프런트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영어로 대화하고 싶었지만, 그는 영어를 잘 못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한인이 나와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이 많은 프랑스인들 중에서는 영어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민족적인 개념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중요시합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출신과 인종을 가진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인종이나 국적에 기반한 인식이나 편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개인의 인격과 능력을 중시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는 다문화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예외적인 상황이나 개인적인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프랑스에서는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간의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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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석 칼럼니스트, 편집 - 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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