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안세영. 저 표정이 즐거워서 웃을 때의 표정이기를 기원한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김재엽은 80년대를 풍미한 유도의 슈퍼스타였다. 1984년 LA 올림픽 유도 은메달,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1987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19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엄청난 선수였다. 그는 계명대 출신이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했던 김재엽은 1996년 5월 열린 애틀랜타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판정 시비로 유도계를 떠났다. 당시 한국마사회 감독이었던 김재엽은 76㎏급 최고의 테크니션인 제자 윤동식(한양대)이 조인철(용인대)에게 판정패하자 항의했고, 한 달 후 대한유도연맹은 유도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그에게 연금 중단 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한유도회 회장이자 용인대 총장이었던 김정행은 흙이 눈에 들어와도 김재엽의 복권은 없다고 선언했다.
김재엽은 “당시 학연에 따른 편파 판정으로 제자가 불이익을 받았고 재판까지 이어졌다. 나 역시 유도계의 주류 학교(용인대)를 나오지 않았기에 더는 발을 붙일 수가 없었다. 새로운 직장(대학 유도팀)을 찾는 곳마다 압력이 들어와 임용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유도와 멀어졌다”고 최근 매불쇼에 출연해 말했다. 김정행 전 회장이 김재엽이 이후 취직하려는 학교와, 직장 등에 모조리 압력을 넣으며 이후 재취업의 길까지 틀어막았다는 건 모두 다 아는 내용.
유도계는 지금도 용인대 중심으로 돌아가고 용인대 출신이 국가대표로 뽑히는 게 관행이다. 따라서 다른 대학은 유도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유도계의 카르텔로 대학팀이 사라지자 고등학교 유도팀도 덩달아 해체했고 한국 유도는 암흑기를 맞게 됐다. 많은 선수들 중 좋은 선수를 뽑아 국가대표로 내보내야 하는데 용인대 출신이 아니면 국가대표가 되는게 불가능에 가까우니 선수층이 얕아졌고 따라서 후보군이 매우 미약해진 것이다. 소위 말해 저변확대가 안 된 것이다.
김재엽 현 동서울대 교수(경호스포츠과)는 매불쇼에서 “양궁 외의 모든 스포츠 단체는 썪었다”고 말해 이는 유도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발언했다. 스포츠계에 여전히 파벌과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지적하면 절대로 안 되는 분위기이고 대부분 선수들이 그런 부조리를 알고 있지만 입을 열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안세영 선수는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김재엽 교수는 “전지훈련이나 대회에 임원들이 왜 따라가나? 협회의 경비를 왜 임원들이 쓰나. 선수들에 돌아갈 몫을 그들이 쓰는 것이다. 그런 것을 지적했더니 메달 따더니 건방져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말을 하면 안 되나? 비판하면 안 되나? 왜? 왜 안 되나? 협회는 선수들이 더 잘하도록 지원하고 관리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금은 협회 위에서 군림하는 존재처럼 변질됐다. 당연히 선수들은 말을 할 수 있다. 의견을 낼 수 있다. 이걸 모아서 한 방향으로 가는 게 협회의 능력이다. 지금은 ‘말하지마, 움직이지마’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연아급만 말할 수 있나? 손흥민급만 말할 수 있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모든 협회가 갖고 있는 폐쇄성에 기인한다. 이 자리가 일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군림하는 자리가 된다. 자기에게 달콤한 말을 하는 사람만 남겨둔다. 비판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걷어낸다. 그 라인의 사람만 계속 끌고 간다. 그게 바로 인맥이다. 홍명보 감독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과거에 인맥축구한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인맥은 내가 아는 사람만 쓰는 것이다. 동일한 시야에 있는 사람만 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재엽 교수도 “1988년 올림픽 전에 선수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달라고 데모한 적이 있다. 너무 인간취급을 하지 않고 맞았고 능욕적인 얼차려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맞을려고 운동한 게 아니라 국가를 대표해 운동하는 것이었는데 짐승처럼 맞으면서 그렇게 훈련했다. 그렇게 데모했더니 지도자들과 언론이 ‘김재엽, 저 놈 죽일놈이다. 어떻게 감독을 몰아내려고 그래’ 그런 반응이었다”라고 과거 경험을 통해 스포츠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문성 해설위원도 축구계의 카르텔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선수시절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좋은 감독이 되었어도 축구계에서는 ‘너 어디서 공찼니?’ ‘너 어느 라인이야?’라고 물으며 기회를 안 준다. 그러니 그들은 사라진다. 기회를 안 주니까. 지금 와서 협회 사람들은 말한다. ‘감독 할 사람이 없다’고. 협회는 감독의 풀을 넓히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김재엽 교수는 이에 “축구뿐만 아니라 36개 산하 단체 다 똑같다. 말씀하신 내용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이다. 양궁만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