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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들이 있어서, 도서관을 찾았다.
책 목록과 도서 위치를 표시한 청구기호를 적어 갔다. 맨 위에 적은 책의 청구기호를 찾아 책장을 살피는 데, 바로 앞에 ‘신간 서적’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래! 최근에 새로 나온 책이 뭔지 잠깐 살피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에 신간 책장을 살폈다. 다양한 책이 있었다. 한쪽 모퉁이를 돌아 뒤로 갔는데, 알록달록한 책 표지 색깔이 눈에 띄었다. 제목을 보니 이 책들은 공통으로 ‘심리학’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책의 내용은 심리학인데, 각 책을 쓴 저자의 전문 분야 혹은 관점에서 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심리학책이라는 거다. 그리고 다른 단어도 있었다. ‘뇌’이다. 최근 뇌와 심리 등에 관해 관심이 많이 있던 터라, 모여있는 책들을 쓸어 담았다. 원래 빌리려 했던 책은 1권만 담고 나머지는 예정에 없던 신간 서적으로 채워서 나왔다.
집에 와서 표지와 목차 그리고 서문 등을 읽었다.
필자가 여러 책 중, 읽을 순서를 정하는 방법이다. 연관된 책들은 개념을 정리해 주는 책부터 실제 사례 혹은 좀 깊이 들어가는 책을 보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뇌와 관련된 책을 먼저 순위에 두고, 다음 심리학책으로 순서를 정했다. 그렇게 <마음을 꿰뚫는 일상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펼쳤다. 64가지의 심리학 개념을, 일화를 바탕으로 설명해서 쉽게 이해되는 책이다. ‘앵커링 효과’는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라 복습하는 기분이었다. 제시한 사례를 통해, 활용할 아이디어를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그 중, 근심 걱정이 주는 악영향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눈길을 끄는 사례를 발견했다.
역사상 최고의 공중곡예사가 있었다.
그는 미국의 고공 외줄 묘기 공연자다. 그의 사전에는 실패란 없었다. 그의 이름은, 칼 웰렌다이다. 그는 1978년 73세의 나이를 앞둔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마지막 공연 장소는 푸에르토리코의 해변 도시 산후안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마지막 공연에서 처절한 실패하게 된다. 수십 미터 높이의 와이어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게 된 거다. 이후 그의 아내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녀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번 공연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남편이 공연을 나가기 전, 실패가 없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줄을 잘 타는 것 말고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공연이라 그런지, 너무 성공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일 자체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만약 그가 와이어 타는 것 외에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실패의 원인은, 실패를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지금까지는 줄을 잘 타는 것 외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이번에도 잘할 거라는 생각으로, 줄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은 거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그에게는 평소에 없던 근심 걱정을 안겨주었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실패에 대한 생각을, 떠오르게 한 거다. 얼마 전에 들은 동기 부여 영상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걱정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기도다.” 걱정에 관한 명확한 설명이 아닐까 싶다. 앞선 사례의 실패도 이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실패에 대한 걱정이 결국, 실패를 바라는 기도가 된 거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이 사례를 토대로 심리학자들은, 거대한 심리 압박을 받으며 끝없이 근심 걱정하는 심리 상태를, ‘웰렌다 효과’라고 명명했다.
걱정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걱정을 통해 예상되는 사고를 막기도 한다.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관리도 할 수 있다. 걱정의 효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례는 ‘청어’ 이야기다. ‘청어’를 오랜 시간 실어 나르면 그 안에 많은 청어가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천적인 메기를 넣었더니, 몇 마리는 잡아먹혔지만, 다른 청어들은 매우 싱싱한 상태로 도착했다고 한다.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 다녔기 때문이다. 걱정의 쓸모랄까? 걱정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는 말이다. 이를 ‘긴장’이라고 바꿔서 표현해도 좋겠다.
걱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문제다.
마음이 그곳에 쏠리면 매우 불편한 마음이 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불안감이 온몸을 감싸면서,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걱정이 더 큰 걱정을 낳는 거다. 작은 걱정이 큰 걱정을 낳고, 그 걱정은 두려움이라는 돌연변이로 바뀐다. 두려움에 휩싸인다는 건, 온전히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것과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히 마음 둘 곳이 필요하다. 신앙이 그렇고, 각자의 신념이 그렇다. 온전히 마음 둘 곳이 필요하다. 그래야 넘어졌을 때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다.
나의 마음을 둘 곳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