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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총격사건, 가족의 아픔 & 인간 사회의 아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죽음의 세팅'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총기와 커플이 되었다

등록일 2023년08월03일 23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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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BC News / MSNBC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범인은 한인 1.5세인 조승희(당시 23세)군이었다. 당시 사건이 터졌을 때 기자는 미국에 있었고 이 사건을 지켜보며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 사회와 이민 사회가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런 사건이 발생할 충분한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한 개인의 기괴한 행동이라기보다는 다문화 사회가 만들어낸 불행한 사건이었다고 해석했다. 

 

조승희는 이 사건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죽음의 세팅'에서 정신적 어려움과 함께 분노를 총격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는 부자를 혐오했다. 그는 폭력이 자신의 증오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단순히 '정신 나간 한인 청년'이 일으킨 사건으로 단순히 여기기 어려운 일이었다. 기자는 당시 미국에서 사는 이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터졌다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 적십자사 전국 다양성 위원회의 양현승 위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개인의 일로 보이지 않고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 자녀교육의 가치관과 현주소를 보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인들이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양 위원은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이웃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더불어 살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희생자 본인과 유가족의 슬픔에 대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인들에게 닥쳐올 피해가 무엇인가 염려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승희 씨 가정은 전형적인 이민 가정이었다. 조 씨 가족은 한국에서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다가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가서 세탁소에서 매주 60만원을 벌며 자녀를 교육시켰다. 당시 조 씨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일주일에 이틀을 연속해서 쉬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조승희 누나인 선경 씨는 전액 장학생으로 아이비리그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해 이 가족의 자랑이 되었다. 그들의 이민사는 성공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지만 아들이 저지른 참상으로 조 씨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초기 이민자들을 돕는 일을 했던 이요엘 목사는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조승희군의 배경을 살펴보니 그가 살고 있는 문화권은 이민자 90% 이상이 속한 동일 문화권임을 발견했다. 그의 문화적인 상황은 결국 보통 이민자 가정의 상황과 비슷하다. 이 사건은 이민자 가정의 전형적인 문제가 증폭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투자하고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고 우리에게 피해만 준 사건'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선, 우리 이웃에게 재발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의미다.  

 

다음 내용은 기자가 미국 대학의 한 클래스에서 직접 경험한 일이다.

"인간은 다른 것(difference)에 대해 불편해 하고 심지어 싫어하기까지 한다."(기자)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잘 받아들인다."(클래스 메이트)

"다른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교수)

출처: NBC News / MSNBC

 

21세기에 접어들어 미국이 안고 있는 과제가 있다. 바로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력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미국은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 '타문화'와 '이(異)문화'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끊임없이 타문화 또는 이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문을 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주류 문화'의 강력함은 타문화(이문화) 연구와 노력에 비해 실행에 옮기는 정도를 낮게 한다.

 

야구에서 '인종의 장벽'을 허물었던 재키 로빈슨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계속 살았던 '확실한 미국인'이었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조승희와 비슷한 1.5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흑인 문화는 거의 외국 문화 수준으로 여겨졌고 따라서 그는 미국에서 문화적 1.5세(*사회학자들은 이를 Second Culture에 있다고 표현하는데 기자는 쉬운 이해를 위해 1.5세로 표현한다)였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1.5세이고, 1.5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사역했던 유홍설 목사는 사건이 터졌던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주류 사회의 중심인 백인이 보기에는 조승희와 같은 사람은 언어가 그들과 동일하지만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잘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으로 분류했던 것 같다. LA에는 조승희군처럼 문화적인 배경이 달라 한국 사회에도 미국 사회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1.5세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언론은 'Seung Hui Cho'를 'Cho Seung Hui'로 사용하며 한국이라는 표시를 하려고 했고 미국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려는 숨은 의도를 보였다. 또한, 이 학생을 무조건 정신병자로 몰아서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순수한 시민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승희야, 네가 그렇게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못해준 것이 미안하다'는 내용의 여학생 편지와 '한국인이 죄의식을 느낄 필요 없다'는 시민들의 반응을 통해 미국의 시민의식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승희 씨, 내가 만약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데이빗 

"우리는 용서하는 이유는 우리도 용서받았기 때문입니다."-MEQ

"조승희의 가족들에게: 우리도 당신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망자 명단 (출처: 위키피디아)

 

라이언 클라크(Ryan Clark) - 22세, 심리학/화학/영어 4학년
에밀리 힐셔(Emily Hilscher) - 19세, 축산학과 1학년
미날 판찰(Minal Panchal) - 26세, 건축학과 석사과정
고비체띠팔라얌 바슈데반 로가나탄(G. V. Loganathan) - 53세, 토목공학과 교수
재릿 레인(Jarrett Lane) - 22세, 토목공학 1학년
브라이언 블룸(Brian Bluhm) - 25세, 토목공학 석사과정
매슈 궐트니(Matthew Gwaltney) - 24세, 환경공학 석사과정
제러미 허브스트릿(Jeremy Herbstritt) - 27세, 토목공학 석사과정
파타히 룸반토루안(Partahi Lumbantoruan) - 34세, 토목공학 박사학위
대니얼 오닐(Daniel O'Neil) - 22세, 환경공학 석사과정
후안 오르티스(Juan Ortiz) - 26세, 토목공학 석사과정
줄리아 프라이드(Julia Pryde) - 23세, 생명공학 석사
왈리드 샤알란(Waleed Shaalan) - 32세, 토목공학 박사학위
제이미 비숍(Jamie Bishop) - 35세, 독일어학과 교수
로런 매클레인(Lauren McCain) - 20세, 국제학 1학년
마이클 폴 주니어(Michael Pohle Jr.) - 23세, 생명과학 4학년
맥신 터너(Maxine Turner) - 22세, 화학공학 4학년
니콜 화이트(Nicole White) — 20세, 국제학 3학년
리비우 리브레스쿠(Liviu Librescu) - 76세, 기계공학과 교수
조셀린 쿠튀르누아크(Jocelyne Couture-Nowak) — 49세, 프랑스어학과 교수
로스 앨러메딘(Ross Alameddine) — 20세, 영어학/비즈니스학 2학년
오스틴 클로이드(Austin Cloyd) — 18세, 국제학/프랑스어학 1학년
다니엘 페레스 쿠에바(Daniel Perez Cueva) — 21세, 국제학 3학년
케이틀린 해머런(Caitlin Hammaren) - 19세, 국제학/프랑스어학 2학년
레이철 힐(Rachael Hill) - 18세, 생명과학 1학년
매슈 러포트(Matthew La Porte) - 20세, 정치학 2학년
헨리 리(Henry Lee) - 20세 — 컴퓨터공학 1학년
에린 피터슨(Erin Peterson) - 18세, 국제학 1학년
메리 캐런 리드(Mary Karen Read) - 19세, 학제학 1학년
리마 사마하(Reema Samaha) - 18세, 도시계획 1학년
레슬리 셔먼(Leslie Sherman) - 20세, 역사학/국제학 3학년
케빈 그라나타(Kevin Granata) — 45세, 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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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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