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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리성(聽利成)] 목적지에 이르는 다양한 방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4년01월11일 11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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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ted on DALL·E

 

지방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다녔을까?’ 물론 잘 다녔다. 운전면허를 취득했을 때 만해도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방을 다닐 일은 없었지만,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이동할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책자나 펼치면 커지는 종이 지도를 보면서, 어떤 고속도로를 타고 몇 번 혹은 어느 방면으로 빠져야 하는지를 살폈다. 운전을 오래 한 분들은 대략 보고 감을 잡았지만, 경력이 짧거나 지도 보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은 한참을 고민했다. 휴게소에서 이어지는 길은 어떻게 가야 할지 지도를 보면서 서로 논의한 기억도 난다.

 

지금은 이런 고민이나 번거로움이 없다.

 

내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목적지를 찍으면 다양한 길을 보여준다. 소요 시간 혹은 비용 발생 등을 보고 원하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다음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잘못 들어설 만한 길은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준다. 차량에 있는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앱을 이용한 내비게이션도 있다. 보여주는 이미지에 따라 보기 편한 것을 선택한다.

 

다 똑같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 가지만 이용하던 사람은 다른 이미지로 보여주는 길로 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가끔은 짐작한 거리와 실제 안내하는 거리가 달라 먼저 빠지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안내하는 길이 아닌 길로 접어들면, 다시 검색해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한참을 돌아와야 할 때는 암담한 기분이 든다. 거의 차이가 없을 때는 한숨을 돌린다. 촉박하게 이동할 때는 더욱 그렇다.

 

오래전 경험한 일이 떠오른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바빴을 때가 있었다. 부산으로 출장 가는 데, 여러 사람과 전화 통화하다가 출발해서 도착한 적도 있었다. 그때는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이었는데, 두 번 정도 갈았을 정도였다. 통화하다가 빠져야 할 곳에서 빠지지 못해 지나친 적이 있었다. ‘아차!’ 싶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속도로였기 때문이다. ‘별 차이 없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난감한 안내가 보였다. 50km를 돌아와야 한다는 안내였다. 1시간가량 시간이 늘어났다. 시간이 촉박했다. 이때부터는 전화가 와도 받지 않았다. 다시 잘못 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었다. 속도를 올려 간신히 시간에 맞췄다. 내비게이션을 너무 의지하면서 가야 할 곳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였다.

 

내비게이션은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어떻게 가야 할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을 놓고 있으면 안내한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딴생각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집중하지 못하면 그렇다. 따라서 목적지를 설정하고 그곳을 알려준다고 해도 집중하지 못하면 그 안내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항상 긴장하며 갈 순 없지만, 수시로 확인하면서 언제쯤 빠져야 할지 살펴야 한다. 그래야 당황스러운 일을 겪지 않는다.

 

내가 목표한 길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설정했다면, 가는 길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인하고, 중간 점검도 해야 한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목적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목표에 닿을 수 있다. ‘목적지를 설정했으니, 알아서 가겠지?’라고 생각하며 넋 놓고 있다가는, 잘못 들어섰다가 한참을 돌아와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집중하면서 노력하는데, 원하는 목표와는 다른 길로 들어설 때도 있다. 이때 ‘어! 뭐지?’라며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다. 이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이 상황에 불평하면서 원망하면 더는 좋은 길을 보지 못한다. 이때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가 뭘까?’라며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세상은 내가 계획하고 노력한 것과 다른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방향이나 목적지가 아니라고 해서, 가지 못한 그곳을 계속 돌아보며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했던 방향이, 최선의 길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길로 안내받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던 내비게이션도 그렇다. 아는 길이라고 익숙한 길로 가는데, 내비게이션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길로 안내할 때가 있다.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번 가보자 생각하고 간 적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지름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 좋은 길은 만난 적도 있다. 평소 불편하게 다닌 길이 아닌, 더 좋고 편한 길이었다. 집착과 고집을 내려놓아서 만날 수 있는 길이었다.

 

집중과 집착은 비슷한 것일 듯하지만, 완전히 다르다.

 

집중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거다. 하지만 집착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 결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돼야 한다고 고집하는 거다. 결과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따라서 집착한다고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는 보장이 없다. 순리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순리는, 나에게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이유를 잘 살피면서, 그 흐름을 잘 타는 거다. 그 흐름에 분명,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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