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영화들은 낯설지만 신선했다.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서는 바닷속 인어들의 세계도 다문화 코드로 그려내고 시대 정신을 표현하고 있는듯싶어서 미래 사회의 준거점을 살펴보게 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다. 미래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너구리가 인간보다 더 창조적이며, 초인적인 능력으로 히어로의 활약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구나 과학기술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도 해방하는 진일보한 시대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류 안의 다인종이 아니라 인류 밖의 다종족의 경지를 범우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미래에 이러한 확장성이 가능해질 수 있을 듯싶었다. 다만, 그 동물들도 영어를 사용하며 다문화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식 문화의 범주에 머무는 한계를 노출한다. 오히려 우리 영화에서 희망을 본다.
한국의 공상과학 SF 영화 ‘승리호’에서는 이 두 영화의 절충점을 우주 공간에서 펼쳐 보인다. 다인종인 우주 쓰레기 청소업자들이 처음에는 경쟁 관계에 있다가 서로 연대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다문화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한적인 문화 코드들이 제법 등장하지만, 이는 하나의 문화 양상이다. 주인공이 한국인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어공주’ 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처럼 영어라는 단일의 언어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피진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언어가 등장한다. 언어의 인정은 문화의 인정이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문화사회는 결국 알파 세대가 접하고 만들어갈 사회의 풍경이다. 이를 위해서 정책 제도는 물론 교육기관부터 변화해야 한다.
2023년 5월 30일 여성가족부는 ‘2023 청소년 통계’를 통해 청소년 인구가 800만 명 밑으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800만 명 선이 붕괴가 되었다고 말한다. 추세로 본다면 700만 명 붕괴라고 볼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2060년에는 총인구의 10.7% 즉 454만 5000명으로 예측이 되고 있다. 1983년 청소년 인구가 1419만 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증가하고 있는 통계 수치다.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는 감소일로지만, 다문화 학생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다문화 학생은 총 16만 8645명인데 전체 학생(528만 4000명)의 3.2%였다. 중요한 것은 전체 비중이라기보다는 증가비율이다. 다문화 학생 수는 2013년 5만 5780명이었는데 꾸준하게 늘어 2018년 12만 2212명, 2022년에는 16만 8645명을 기록했다. 곧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다른 조사를 볼 때 주목할 만한 게 있다. 초중고 가운데 어느 교육단계에 다문화 학생이 많은가 하는 점이다. 답은 초등학교 다문화 학생이다. 2023년 5월 2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은 11만1640명인데 초·중·고 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약 66.1%를 차지한다. 중학생은 3만9714명, 고등학생은 1만6744명인데 초등학생 다음으로 중학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만5945명에서 2배 넘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초등학교 다문화 학생들이 중학교로 넘어가는 상황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다문화 학생들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 교육통계지표'를 보면 전체 초등학교 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은 10년 전인 2012년 1.1%에 불과했는데, 2022년 4.2%로 약 4배 늘어난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렇게 초등학교에 많은 다문화 학생들이 유입되고 있어 교대 등의 교사 교육기관에 다문화 교육과목이나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만했다. 더구나 초임 교사가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더욱 이러한 다문화 역량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등학교에서 받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평생 다문화 지식과 감수성, 태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금은 한국어 교육에 거의 예산이 집중되어 있어 다문화 교육 정책 가운데 통합적 양상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비등했다.
그들의 각자 특장점을 살려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도 있을 수 있다. 사실 초등학교만이 아니라 중고등 교원들에게도 다문화에 대한 필수과목 이수가 지정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 할 법하다. 더 넓혀보자면, 교사들의 자격의 조건을 넓히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다문화 경험이 많은 이들을 채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문화 국민이 교사로 채용될 수도 있어야 한다. 아직 교사들은 모두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시 전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처럼 전체 청소년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다문화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미래에 다문화 국민이 증가할 수 있음을 말한다. 기성세대보다는 다문화 사람들과 같이 벗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들이 벗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경쟁도 하고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 상황을 기성세대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기성세대 중심으로 단순히 교사 일인이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생성형 인공지능에 질문을 던지고, 정답을 찾는 것에 대안이 자동으로 마련되는 것은 아닐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다문화주의와 한국적 현실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영화와 한국 영화에 반영되는 다문화주의가 약간씩 결이 다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과 문하는 다를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는 그들에게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일단 양성평등이나 인권에 대해 긍정적인 의식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여성부 자료에서 2022년 초등학교 4~6학년·중·고등학생의 96.4%는 남자와 여자가 모든 면에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양성평등에 2017년 이후 지속해서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권 의식 차원에서는 해당 조사 집단의 97.3%가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특히, 이런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태도가 주목되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에게도 같은 교육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한 이들도 94.5%에 이르렀다.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도 남녀는 물론이고 가정형편에 관계없이 존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그들이 대등한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해 공정한 교육 기회가 초중고만이 아니라 대학 이후의 교과과정에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 이는 진로지도와도 맞물리는 점이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미래에 이르기 전 우리가 해야 할 급선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