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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 학원 폭력물이 인기있는 이유

-학원 폭력물로 본 한국 사회. HSK

등록일 2023년01월12일 19시3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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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age is used for identification in the context of critical commentary of the work,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에 오른 드라마 ‘더 글로리’는 괜히 봤다는 말이 들린다. 

 

흔히 괜히 봤다는 말은 그 본 대상이 가치가 없거나 나아가 재미조차 없을 때 사용한다. 그런데 ‘더 글로리’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진짜 재미가 없거나 의미,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감질나서다.

 

파트 1이 끝나고 파트 2 공개가 3월로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참을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었던 것. 감질나고 기다릴 수 없는 이유는 문동은(송혜교)의 복수극이 본격화되는 찰나였기 때문이다. 복수극은 그 대상의 악마화가 필수인데, 악역의 크기가 복수의 통쾌함을 비례시킨다. 그 악역 중심에 박연진(임지연)이 있다. 학원폭력을 자행한 주축이다.

 

근래 OTT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이나 ‘돼지왕’도 학원폭력 문제를 다뤘다. 특히 ‘돼지왕’은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내밀한 상처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들을 향한 성찰적이면서 처절한 복수극이었다. 다만 이런 작품들은 원작의 시공간이 현재와 미묘하게 달라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비록 과거의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지만, 철저히 현재화하고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영화는 일단 검정 교복 시대라는 점과 학교 안의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작 영화 ‘일진’이나 ‘끝장을 보자 짱’ 등은 학교 폭력조직 일진을 중심으로 전개하면서 학교 밖 폭력조직과 연계 한다. 일진 조직의 권력적 메커니즘을 주목한다. 여기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심리를 통해서 일진이 왜 진화하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돼지왕’같이 피해자의 상처를 극단적으로 살피면서 사회 모순에 관한 통렬한 지적을 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콘텐츠와 비교할 때 드라마 ‘더 글로리’는 시간이 흘러 후일담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돼지왕’과 같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주인공들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 서사와 캐릭터 트렌드의 학교 폭력물 중심에 섰다. 대개 학교 폭력물이나 복수극은 일부 여고괴담을 빼면 대개 남학생들이 중심이다. 복수의 방식이나 대결 수단은 폭력이고 타격감을 통해 복수의 쾌감을 자극했다. 주먹 영화의 액션 감각이 반드시 등장해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 ‘더 글로리’는 액션과 타격감이 복수의 쾌감에 있지 않다. 학교 폭력의 양상도 육체적 타격이나 금전보다는 정신적 육체적 가학과 괴롭힘이다. 고대기로 몸을 지져버리는 행위가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묘사 연출하는 집중하는 이유다. 상징적 방식으로 쾌감을 자극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둑의 집이다. 문동은은 자주 바둑이 상대방의 집을 허물어 이기는 게임이라고 말한다.

 

결국, 문동은은 자신을 절대적으로 가학한 박연진의 집을 허물어버리려 한다. 자기 주변에서 마름 역할을 한 이들을 떼어 놓기 시작하고, 나아가 박연진을 향해 공격적 행위를 유도한다. 또한, 남편에게 박연진의 과거 학교 폭력 행적과 불륜 행위를 적나라하게 전달하며 분리를 시도한다. 문동은은 상대의 집을 허물어서 자기의 집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박연진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문동은의 방식은 학교 폭력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모순까지 통렬하게 허물고 싶은 의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학교 폭력이 상징하는 바는 집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문동은은 원래 건축학도를 꿈꾸었다. 건축가는 자신의 집을 짓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집을 지어주는 존재다. 하지만 문동은은 학교 폭력 때문에 그 꿈을 저버렸다. 자신의 현재 집은 물론 미래의 집까지 허물어졌다.

 

박연진 집안은 문동은의 어머니마저 돈으로 매수하고 학교 폭력 자체를 부정해 버린다. 가족이라는 개념조차 문동은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더 글로리’에서 폭력의 주체는 ‘돼지왕’처럼 더 공부 못하고 빈곤한 가정의 불량 청소년이 아니었다. 부잣집 악역이 등장한다, 금권과 정치 권력까지 가진 경우가 빈번하다. 사실 세상은 주먹 하나로 일진과 같이 또래조차 움직일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더 글로리’에서 권력과 학교와 지역 사회 자체가 무력해진다. 교사는 승진과 평가에 연연해 하고 학교는 평판에 더 신경을 쓰며, 폭력 학생의 부모는 위신을 우선한다. 이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2)’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사회적인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라고 했을 때, 어떤 은폐 행위들을 노골적으로 하게 되는지가 보인다. 물론 피해자 학생의 심리는 상대적으로 초점이 아니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이제 일반화 되는 것일까? 가족주의와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학교 폭력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맞물려있다. 왜 일반 고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을지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박연진은 나중에 기상 캐스터가 되어 건설 회사 대표와 결혼을 한다. 신분 상승 치고는 나름 벼락 신데렐라는 아니다. 비유하자면 졸부 집안의 자제라고 할 수 있겠다.

 

더 높은 권력과 입지를 갖기 위해 주변 가용 자원을 동원하고 소모한다. 박연진은 자신이 스스로 부를 쌓은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재산을 바탕으로 더 든든한 입지를 구축하려 한다. 그 가운데 자신의 통제력에서 벗어나는 대상에 대해서 가혹한 보복을 했다. 그들의 카르텔에서 수단화 되지 않는 자율 주체로 문동은은 처음 피해자 아니, 희생자가 된다. 문동은은 자신이 학폭의 희생자가 될지 몰랐다.

 

과연 누가 그렇게 생각할까 하지만 현실은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자녀 상속 매우 강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 학교 폭력을 파급되고 있는 현실을 이 드라마 ‘더 글로리’는 그려내고 있다. 한국은물론 비영어권 즉 가족주의 문화가 있는 나라들에서는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이런 학원 폭력물의 진화를 통해서 우리가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부의 세습이 가져올 문제들이다. 과연 우리가 문화적으로 신봉하고 있는 가족주의에서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을 어떻게 배태할 수 있는 지 성찰할 계기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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