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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칼럼] 혼외자는 가족이 아닌 걸까

-저출산 탈출하는 나라의 특징. HSK

등록일 2023년02월02일 18시1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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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stock

 

 

영화 ‘아이(2021)’는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이, 아영이(김향기)가 성인이 될 즈음 싱글맘의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의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싱글맘 영채(류현경)는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입양을 보내려 하는데 이를 뒤늦게 안 아영이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하기 시작한다.

 

부모가 자신을 버렸기 때문에 자신이 보모로 돌보던 아이는 그런 지경에 이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선 아영이었다. 아영이는 보호종료아동출신이다. 실제 보호종료아동의 자살률은 다른 또래들보다 높다. 그래도 버텨내고 있는 아영에게 싱글맘이라도 아이가 자기 엄마의 품에서 자라는 모습을 강력하게 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영화 ‘브로커’에서는 싱글맘 소영(이지은)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담았다가 아이가 걱정이 되어 다시 그 아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정말 좋은 곳으로 입양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혼자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는 상황의 엄마의 처지를 나름 대변하고 있는 서사 얼개를 갖고 있다. 한국 사회이기 때문에 더욱 싱글맘들이 아이를 버리지만, 속으로는 이러한 마음이라는 점에서 같을 것이다.

 

영화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주말 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서는 혼외자에 관해 네거티브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혼외자는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속고 속이는 수단이 되어 버리고 이런 설정은 막장 드라마로 불리게 된다. 혼외자 여부만 두달 째 펼쳐지는 드라마가 좋게 보일 수는 없다. 건강한 관심이 아니라 충격적 장면으로 시청률을 꾀하는 단골 설정이다.

 

아마도 이러한 인식이 혼외자에 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드라마들은 혼외자 문화자 정착되는 유럽에서는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이런 드라마에서는 걸핏하면 유전자 검사용지가 난무하니 말이다. 누구의 애면 어떨까 한민족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러한 혼외자가 문화적 변동과 관련없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저출산 문제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일본의 오카자키 연구소는 유교 사상의 가족주의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출산이 적다고 주장했다. 가족을 우선하는데 왜 출산율이 적게 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는 주장이었다. 유교에서는 남성을 중심으로한 혈통 승계를 강조하기 때문이란 것. 남아만 낳아서 키우고 여아는 중절을 시키기 때문에 출산율이 적다는 주장이다. 한 명조차 낳아서 키우지 않으려고 하는 바에야 이런 지적도 철이 지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이 연구소에서는 프랑스와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추진한 '혼외자 등록제'를 추천했다. 혼외자의 제도적 인정 때문에 출산율이 반등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더구나 출생자의 반 이상이 혼외자 소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논거가 되는 듯 보인다. 혼외출산율은 프랑스56.7%, 스웨덴 54.6%, 네덜란드 48.7%, 스페인 42.5%, 미국 40.2%인데 한국은 2014년 기준으로 1.9%이며 이마저 정확하지 않고 관련 자료도 빈곤하다. 혼외출산 비율이 높은 나라는 출산율도 높은데 칠레(71.1%), 코스타리카(69.4%), 아이슬란드(66.9%), 멕시코(64.9%) 등의 합계출산율은 1.9명, 1.8명, 1.9명, 2.1명 등이다.

 

대체적으로 한국은 가족 관계를 중시하는 유교주의 때문에 이러한 혼외자 인정 문화가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네거티브한 반응을 내놓는다. 물론 일본도 혼외자비율이 한국과 대동소이하다. 더 이상 유럽의 문제가 아닌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중국은 허용한 곳이 나왔다. 쓰촨(四川)성이 미혼자의 '자녀 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 총 인구 수는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쓰촨성은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과 자연증가율이 계속 전국 평균치 대비 0.2% 가량 낮았다. 불륜과 같은 탈선을 조장할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있는 가운데 미혼 출산 여성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인정한다는 당국의 입장이 맞섰다. 물론 미혼 출산 자녀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서 취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그럼 한국의 혼외자들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고아원같은 보육시설로 간 혼외자들은 국내보다 해외로 입양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해외 입양 대국이다. 우리나라의 국제입양아가 중국보다 훨씬 많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중국은 천 명당 약 0.14명, 한국은 약 0.99명을 입양 보냈다. 약 7배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1955년부터 2021년까지 64년 간 16만 9,454명을 해외로 입양을 보냈다. 1953년 6.25 종전 뒤 전쟁 고아들을 포함하면 20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단순 숫자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입양은 한국의 혈통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고 결국 인구가 줄어드는 일이다. 그 아이들이 다시 아이들을 낳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입양을 보내고 외국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든 지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2019년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국내에 사는 인구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헝가리 혈통의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까지 했다. 저출산 문제에서 이렇게 혈통주의를 강변할 필요성까지야 없지만, 한국인이 멀쩡하게 해외로 가는 것보다 혼외자들을 인정하고 잘 성장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여러모로 중요하다.

 

가족의 형태를 말할 때 결혼을 전제로 한다면 혼외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혼외자들은 비정상적으로 인식되어 양육과 교육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며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가족 중심의 보육과 경제생활 중심을 넘어서 사회복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 정책적으로 개입되지 않아도 여론의 반응은 없는 상황이 된다. 적절한 취업과 사회적응도 어려워지게 된다. 혼외자를 공식 인정한다고 해서 불륜이나 탈선을 일부러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윤리와 생명의 탄생은 같은 범주에 두지 않는 것이 이제 문화적 변화의 운명이다. 우리가 인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철학이자 문화적 세계관이다.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에 우선이라는 점을 문화적으로 확립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닌 이들, 그 사람들에게 부정적 윤리적 프레임은 씌우는 것은 문화적 학살이자 만행이라는 공감대가 우선 중요하다.


 
[필자의 칼럼은 NJT의 견해와 온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영화 아이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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