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던 공청회. 서울의대가 개최해 시민들의 발표를 듣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서울의대가 의정 갈등을 풀 수 있는 제안을 다시 한 번 했다.
서울의대는 ‘필요한 의사수 추계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의대증원 2000명에 계속 반발하고 원점에서의 논의만 주장했던 의료계에서 해결 방안을 내놓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반가운 일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의대 비대위)는 21일 ‘표준데이터 셋에 필요한 변수에 대한 연구자 공개 토론’을 시작했다. 즉, 연구자들이 어떤 데이터를 모을 때 필요한 정보를 정하기 위한 모임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의대 비대위 측은 지난달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 시나리오를 반영한 필요 의사 수 추계 연구’를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제안에도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은 멈추지 않았고 5월 16일 고등법원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서 증원은 더욱 가속을 낸 바 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사법부는 의대 증원을 멈추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문제를 미칠 우려’가 있다고 했으나, 우리는 의대 정원의 급격한 증원 자체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부정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판단한다. 이에 우리가 ‘의사 수 추계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연구자분들의 협조를 구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의대 측은 이어 “미래에 필요한 의사의 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래 우리나라의 의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 어떤 모습인지는 서울의대가 지난 14일 주최한 ‘국민, 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공청회’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받았다. 시민들은 의료전달체계의 개선, 지역 의료 질 강화, 충분한 소통 시간, 나와 나의 질병을 아는 전문가와의 대화, 주치의 제도, 일차의료의 강화, 의사 외에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 실질적인 의료기관 접근성 개선과 같은 많은 실제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 공청회에서 참가 시민들은 환자 중심성이 높아진 의료서비스, 지금보다 효율성이 높아진 의료서비스, 지금보다 지역 격차가 줄어든 의료서비스, 필수의료 전공 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 필수의료 이용에 어려움이 없는 의료시스템을 바라고 있었다고 서울의대 측은 전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러한 올바른 의료체계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였던 것에 대해 반성하면서, 의사 수 추계 연구를 위해 필요한 최신 자료를 성실히 제공해 주실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 저희가 요청하는 자료는 대부분 기존 연구에서 활용하였던 자료들이므로 정부에서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구자마다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다르고 최신의 자료를 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만족할 만한 연구를 할 수 없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최신 자료를 오픈 데이터 셋 형태로 모든 연구자에게 공개하겠다. 역량 있는 연구자 누구나 이 자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대 비대위 측은 “올바른 의료 체계에 합당한 의사 수 추계 연구에 동참해달라”고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부탁했다. 서울의대 측은 “연구를 진행하며 필요한 추가 자료가 있다면 저희에게 알려달라.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할수록 결과의 근거는 두터워질 것이다. 이 연구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연구자로서의 시대적 책무가 될 것이다. 의대 정원에 대한 의료계의 합리적인 안을 마련하고자 진행하는 이번 연구에 정부와 의료계, 연구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다음은 서울의대가 정부에 부탁하는 내용이다.
- 정부는 정권이나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는, 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 주십시오.
- 정부는 의료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 정책의 수행자와 대상자, 즉 현장의 전문가와 국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해 주십시오.
- 정부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의료개혁 TF에서 진행하는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연구’에 필요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 등의 국가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최신 자료를 성실히 제공하여 주십시오.
- 국내외의 능력 있고 정의로운 연구자들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의료체계에 합당한 ‘의사 수 추계’ 연구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연구에 필요한 자료는 정부에서 제공해주실 것으로 믿으며, 이 자료는 모두 공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