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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히든 라이터] 가족 이야기 천재 4. 김준범 작가

모든 가족이 각자의 행복한 이야기를 써나가길 바랍니다.

등록일 2023년01월31일 16시3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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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김준범 작가

 


필자는 김준범 작가와 뜻깊은(?) 인연이 있다.
 

김 작가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중에 ‘당콘(당신의 콘텐츠를 들려주세요)’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책을 출간하고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모르는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때가 마침 코로나-19로 출간 강연의 기회가 막혀있던 시기였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말했을 때 그와 함께 자리에 있었는데, 영광스럽게도 내가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다. 나의 첫 번째 책 <완벽한 하루>가 당콘의 선발주자로 출전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출간 강연을 할 수 있었고, 모르는 분들에게 책과 작가로서의 출발을 알릴 수 있었다. 두 번째 책 <딸에겐 아빠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도 마찬가지였다. 당콘 시즌2를 시작할 때, 내가 그 시작을 알리는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참 뜻깊은 인연을 만들게 되었다.

 

김 작가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첫 번째가 육아휴직 경험이다. 그는 두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살아가는 아빠이기도 한데, 아이가 어려서 육아휴직을 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온전히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 휴직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장기간 해외 배낭여행도 가고 다양한 활동을 계획했다.

 

하지만, 때마침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그는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다른 활동으로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내용을 기록해서 전자책 출간도 했다. 가족과 함께 독서 모임을 만들고 활성화했는데, 그 경험담을 담았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부모에게는, 그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역에 독서모임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다양한 이력과 활동을 하고 있는, 특히 책을 도구로 자녀교육에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김 작가와 인터뷰를 했다.

 

 

Q.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는 건 오랜만이네요. 먼저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내수업>이라는 책을 쓴 작가입니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한마디로 매일 글 쓰는 아빠. 이렇게 소개하면 될 것 같고요. 책을 읽는 것도 꾸준하게 하면서, 독서와 가족을 이어주는 방법을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행복가족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집 안에 공간을 꾸미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활동들을 꾸준하게 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책 제목이 <아내수업>이고, ‘행복가족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집 안을 꾸미셨는데요. 아내와 아이들 그러니까, 가족이라는 부분에 많이 집중하고 계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장이니까 당연히 가족에게 많이 신경을 쓰고,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는 게 맞긴 하는데요. 유독 더 그런 부분이 강하신 것 같은데, 그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저는 오히려 가족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여러 계기를 통해서 더 절실하게 '가족'이란 단어가 다가왔습니다. 어려서 부모님 품을 벗어났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자취하고 서울로 대학을 가고 군 생활을 했거든요. 일찍 독립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품이 좀 그리웠어요. 제가 다섯 남매중에 막내인데요. 막내면 사랑을 좀 많이 받잖아요? 그런데 열여섯 살부터 첫째처럼 살다보니 부모님의 사랑에 갈증을 느꼈던 것 같아요. 또 막상 가족을 이루어 보니, 집 밖에서의 힘겨운 삶을 집 안에서 위로받게 되더군요. 이게 참 행복이구나! 라는 것을 느껴요. 작은 것일 수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저한테 구체적으로 다가왔고요.

 

아픔도 있는데요. 결혼을 앞두고 있던 형님이 돌아가시는 걸 보고, 형에 대한 애틋함이 계속 남아 있어요. 정말 그립고 보고 싶어요. 제가 형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했는데요. 그런 기억들 때문에, 제 가족들은 서로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공기 같은 존재가 가족 같아요. 흔하디흔한 물 같은 존재죠. 익숙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가족의 사랑을 실행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누려보고 싶습니다.

사실 직장생활에만 헌신하면서 살았어요. 직장에서는 하나의 부품이나 도구에 지나지 않는데, 그것이 성공이라고 너무 착각하며 살았던 거죠. 육아휴직을 한 지난 3년 전부터 지금까지, 가족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큰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소암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 쓴 책 <아내수업>으로 기적같이 아내가 회복해 감사하고요. 이제는 아이들을 잘 키우려는 마음이죠. 지금 저는 가족에게 진심을 다합니다. 그게 저의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요.

 

 

Q.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로라는 단어가 와 닿았는데요. 집안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은 가정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웃픈 소리로 집에서 제일 반겨주는 건, 강아지밖에 없다.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한테는 작가님이 굉장히 부러운 사람 중 한 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정에서 어떻게 위로를 받으세요? “이런 게 나한테 위로가 된다.” 이런 거요.

 

가능하면 같이 식사를 하려고 노력해요.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중에, 점심은 회사에서 먹고 아침과 저녁은 늘 가족이 함께 먹으려고 해요. 아내가 해준 밥상에서 아이들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아빠를 불러요.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물어보면, 별일이 없었다고 하면서도 요런 게 좋았다며 말을 이어가요. “아빠는 어땠어요?” 물어보기도 하고요. 지난해 “1년에 5천 번을 안아보자!”라고 버킷리스트를 썼더니, 하루에 13번을 안아야 하더라고요. 정말 수시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안았어요. 제가 안아서 들어주기도 하고, 저한테 와서 안기기도 하고요. 그렇게 체온을 느끼다 보니 에너지가 채워지더군요.

 

출근길 풍경 한 번 들려드릴까요? 신혼 초기에 아내를 보면 설레기도 하고 사랑스럽잖아요? 그런데 17년 정도 되면 식는 게 사실인데요. 오히려 저는 출근할 때, 매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그렇게 하면 아내는 부끄러워서 속삭이듯이 말해요. 그러면 저는 “뭐라고? 뭐라고?” 물어보면서, “더 크게! 크게!” 해요. 그러면 “사랑하지~~” 이제 가라고 등을 떠밀죠. 이런 출근 모습도 좋지 않아요?

 

퇴근하고 나면 어느새 아이들이 뛰어나와서, 아빠가 오늘은 뭘 들고 왔는지 가방부터 뒤져요. 이런 애들 뒤로 아내도 와서, “오늘은 나한테 주는 거는 뭐 없어?” 해요. 웃지 않을 수 없지요. 집에 들어서면 밖에서 힘들었던 것들을 무장 해제시킵니다. 족욕을 할 때는 따뜻한 물을 부어주기도 하고, 아빠가 끝나면 자기도 해달라고 해요. 그러면 저는 다시 물을 받아주죠. 작지만 서로 나누는 활동을 하는 중입니다. 그에 맞게 집 안도 꾸며놨죠. 여러 공간을 가족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용 공간으로요. 지금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에요.

 

 

Q. ! 환경 세팅을 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네. 그런 환경을 육아휴직 전부터 고민했었어요. 지금 집에 이사 온 지가 5년째인데요. 첫해를 보내면서, 이 집을 가족 중심의 공간으로 바꾸고 싶었어요. 집의 크기는 정해져 있지만, 어떻게 하면 동선이 편하고, 불필요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할까 고민해요. 그래서 계절마다 가족의 의견을 반영해서 가구 배치를 바꾸며 다양한 시도를 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웃으면서 생활하고 있으니, 환경이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Q. 작가님처럼 가족들과 활동하면서 생활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한테는, 일단 환경을 그렇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말씀 주실 수 있겠네요?

 

그렇죠. 좋은 환경이 행복 시스템의 시작입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활이 돼요. 정리도 그래요. 집이 지저분하고 뭔가 정리가 안 돼 있고 하면 짜증부터 나잖아요? 그러지 않도록 아빠가 먼저 “청소하자! 정리하자!” 그러면 애들도 와서 도와줘요. 책장 정리하는 방법을 모르면 먼저 보여주고요. 가구를 옮기며 계절마다 대청소를 하다보니 각자 공간을 자기에게 어울리게 정리 정돈할 줄 알게 되었어요. 집이 어떨 때는 도서관처럼 되기도 하고요. 방학에는 학교처럼 변하죠. 안방은 침대를 버리고 매트리스만 있어서 운동장같은 놀이터입니다. 주말에는 가족 영화관이 되기도 하고요. 다양한 기능으로 이름을 지어서 쓰고 있는 거죠.

 

 

Q. 좀 전에 말씀주셨던 행복가족 연구소. 그 연구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행복가족연구소’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가족 활동들을 담아내려고 기획했어요. 네이버 카페를 개설했고 블로그에도 콘텐츠를 담기로 한 거죠. 그럴듯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진짜 집에서 웃고 즐겁게 성장하는 게 본질이니까요. 짐만 쌓아놨던 베란다를 연구소로 탈바꿈시켰어요. 베란다가 근사한 서재가 된 건데요. 두 번째 거실 같이 꾸며놓고 베란다에서 여러 활동을 해요. 주로 아들과 아빠가 책을 읽고 글도 쓰죠. 창문을 다 열면 바로 앞에 녹색의 정원이 펼쳐져요. 저희가 2층이거든요. 새벽에 들려오는 새소리가 얼마나 기분 좋은지 아시나요? 연초록의 나뭇잎이 뜨거운 태양 아래 짙어지고 가을에는 노랗게 붉게 물들었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하죠. 계절의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요. 나뭇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봐요. 거기에 있으면 시상이 떠오르기도 해요.

 

태풍이 지나가고 햇살이 비칠 때 “베란다 백일장 어때?”하며 자작시를 써보라고 했어요. 아이들이 제법 좋은 시를 한편씩 써와서 놀랐지요. 그 뒤로 1년 넘게 매달 자작시 대회를 열었어요. 낮에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누워있기도 하고, 해 질 무렵이면 노을도 봐요. 이곳에 ‘행복가족 연구소’라고 조그마하게 출력해서 붙여놨어요. 이름을 지어서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고 <배민다움> 책에서 읽고, 바로 적용을 한 거죠.

 

 

 

 

Q. 그럼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시는 거에요?

 

베란다 서재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곳으로 활용하는데요. 한편에는 아이를 위한 비밀 서재도 숨어 있어요. 저희가 지금 영상으로 만나고 있는 이 공간은, ‘집현전’이라고 지었는데요. 둘째 방을 가족 도서관으로 바꿨어요. 저녁 8시가 되면 집현전에 가족 모두가 모여요. 오늘 읽었던 책 내용을 말하죠. 시험이 있으면 공부를 한 내용으로 퀴즈나 문제 풀이도 해요. 1시간 남짓 가족이 보낸 하루 중에 공유할 것들을 이야기해요. 보통은 읽은 책을 설명하는 시간으로 하고 있어요.


조금 전에도 모임을 했는데요. 요즘은 방학이니까, 방학 계획 중 오늘 잘한 것과 부족한 것이 뭔지 그리고 그 이유도 찾아봐요. 내일 활동도 들어보았어요. 아빠는 회사에서 읽었던 책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들려줬는데요. 왜 인상 깊었는지 그 내용이 아이들한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졌어요. 모임을 마치면, 아이들이 기록하죠. 둘째가 ‘가족나비’라는 가족 독서 모임을 블로그에 올려요. 아빠는 무슨 말을 했고 형은 무슨 말을 했는지 적죠. 읽은 책 사진도 찍어서 맨 밑에다 붙여놔요. 그렇게 하나의 결과물을 아이가 정리해요. 첫째는 매일 가족의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감사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기록하는 ‘가족너비’를 기록합니다. 중학생이라 영어 공부도 할 겸 영어로 블로그에 씁니다. 매일 읽고 말하고 쓰기의 가족 독서 모임이 ‘행복가족 연구소’에 기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 나비: 나로부터 비롯되는, 너비: 너로부터 비롯되는

 

 

Q. ! 매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네. 그렇죠. 2019년도 겨울부터 시작했는데요. 둘째 아들이 끈기가 부족해서 집에서 독서 모임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울에 가서 여러 독서 모임에 참여해 살펴봤죠. 제일 괜찮은 모임의 방식을 우리 집에 적용했어요. 이왕 할 거면 매일 하자고 했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 달 두 달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된 거예요. 아이들도 당연하게 생각하고요. 지금까지 횟수로 770회 정도를 했어요. 100번째, 200번째 축하 파티도 했지요. 그리고는 1년을 해보자고 약속했는데요. 500번 넘어가면서는 1,000번도 불가능하지 않겠더라고요. 잘하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될 거라고 봐요. 매일 못하면 일주일에 5회 정도는 하려고 해요. 아빠가 출장으로 집에 없으면 영상으로 만나고요. 일요일에는 한 주를 돌아보고 다음 주 일정을 브리핑하고 있습니다.
 

  

 


Q. 진짜 대단하세요.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아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살아남은 것을 꾸준하게 유지하면 되는 거죠. 부모의 커리어에 맞는 가족 문화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유전적인 걸 통해서 유사하게 진행이 되는 거죠. 음악가 집안에서 음악가가 나오고,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나오고 그러잖아요? 운동을 좋아하면 같이 땀을 흘리고요. 저희는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도 해요. 어떤 집에서는 악기를 하나씩 하면서 연주하는 모임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성경 읽기 같은 종교활동도 좋고요. 자기들만의 장점과 재미를 살리면 가족 모임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Q. 어떻게 보면,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거네요?

 

네. <아내수업>을 썼던 이유가 있는데요. 아내 건강이 매우 위독해지고 낭떠러지에 선 것 같은 위기가 있었어요. 아내와 이별하기 싫어서 저를 바꾸려고 자신과 전투를 했지요. 직장에만 충성했던 사람이, 직장이 전부가 아님을 늦게나마 안 거죠. 그 이야기가 <아내수업>이라는 책에 담겼어요. 나쁜 남편이 좋은 남편 혹은 대화가 되는 남편으로 바뀌는데, 몇 년이 걸렸어요. 좋은 남편이 된 이후에는 좋은 아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거죠. 아내 입장에서 바라보니 아이들의 눈높이로도 맞춰지더라고요.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이 됐지만, 두 아이에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같이 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죠. 지금 저에게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Q. 안 그래도 이제, <아내수업>에 관한 내용을 여쭤보려고 했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비포와 애프터잖아요? 책에는 비포의 내용이 들어있나요? 아니면 애프터의 내용이 들어있나요?


두 가지가 다 있어요. 비포는 결혼하고 바로 유럽에 주재원으로 가서 7년 동안 유럽 생활을 한 내용이에요. 누구나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유럽에서 살았지만, 정작 한국보다 더 바쁘게 일했어요. 아내도 챙기지 못했죠. 저는 주말에도 야근했어요. 폴란드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키우는 것에 빠져 있었죠. 그 사이 아내는 아이들을 독박으로 키웠어요. 그 힘듦이 병이 됐고 그 병이 심각해지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왔죠. 백수로 1년 가까이 아내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는데, 이런 과정이 책에 전반부를 차지해요. 그리고 후반부는 아내의 소중함을 일상에서 알아가는 내용이에요. 아이들을 키우는 아내의 고민, 엄마의 역할도 알게 되었죠.


대부분은 아내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이 책은 기본적으로 나쁜 남편에 관한 이야기와 자기반성이 담겨 있어요. 책을 쓰면서 자책도 많이 했죠. ‘행복의 가치를 바깥에서 찾았구나!’ 하면서요. 사회적인 기준으로만 산 거죠. 제가 책에다가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선언했으니 그런 사람이 되도록 실천하는 중입니다.

 

 

Q. 지금까지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직장과 집 말고는 활동을 안 하시는 거로 오해할 수도 있겠어요.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지금 하고 계시는 활동을 좀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서울에서 내려와 포항에 산 지 9년째입니다. 처음에 유럽 생활을 기록하는 자서전을 쓰려고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려고 문학아카데미를 3년 정도 참여했어요. 포항, 경주, 부산 등에 백일장에도 참여했죠. 정기적으로 문인들이랑 합평회도 해요. 요즘은 ‘백일백장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두 번째 책 원고를 만드는 중입니다.
 

다음으로 독서를 합니다. 원래 회사 업무에 필요한 재무나 인사 관련 책들만 읽었어요. 예술, 철학, 자기계발 등 다양한 인문학책을 접하니 참 좋더라고요. 독서 모임에 가서 배우고, 이제는 제가 운영하는 학부모 독서 모임 ‘사랑방’도 있어요.


자녀와 읽기와 쓰기를 꾸준히 한 경험을 나누는 ‘가족 독서법’ 코칭과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기계발 커뮤니티에서 독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분들에게 독서는 단순히 읽기가 아니고 가족과 나누고 삶에 적용하며 글쓰기로 아웃풋을 하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 포항 앞바다에서 요트를 배웁니다. 가족이 함께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주말이면 아들과 탁구를 배우고 둘레길 걷기도 100km를 완주했어요. 3년째 강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당신의 콘텐츠를 들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기획해서, 매달 작가님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고 있어요. 작가가 직접 책을 소개하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도록 해요. 한마디로 <더 히든 라이터>의 말하기 버전이죠. 강연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육아휴직 경험자로서, 휴직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휴직을 꿈꾼다’라는 프로그램으로 육아휴직이 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휴직에 하면 좋은 활동들을 알려드립니다. 격월로 진행하고 2월에도 열립니다. 휴직이 우리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되듯, 많 예비 휴직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 좋네요. 그러면 이제 두 번째 책을 출간하실 거잖아요? 어떤 내용을 담으실지 간단하게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지금까지 말씀하신 내용으로 유추하면, 가족 내에서 하는 독서 활동이 될 수도 있고 육아휴직에 관련된 내용이 될 수도 있을 듯 한데요. 계획하시는 방향이 있으실까요?
 

네.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니 서로에게 웃음을 주는 ‘쓸모있는 가족’이라는 답이 남더라고요. 매일 하는 ‘가족 독서법’도 포함하고 싶네요. 다음으로 생각한 게 <아내수업>으로 시작했으니 시리즈로 ‘자녀수업’ 이렇게 이어 갈 수도 있고요. 아내가 위독했을 때, 급박한 상황을 견디면서 2년 정도 불안정한 시기에 글을 썼어요. 4년이 더 지났으니까 ‘아내수업, 다음 이야기’를 프롤로그로 담아보려고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나쁜 남편에서 좋은 남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아빠의 배움과 성장이 자녀에게 전파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나를 기르는 것다’라는 문장이 나오네요. ‘행복가족연구소’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콘텐츠를 담으려고요.

 

 

Q. <아내 수업, 그다음 이야기> 괜찮은 것 같아요. 다음 이야기에 아까 말씀하셨던 가족의 쓸모, 가족독서법, 자녀수업 이런 부분들이 다 녹아 들어간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네. 맞습니다. <아내수업> 덕분에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방향이 잡혔어요.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친숙합니다. 이게 무슨 이야깃거리가 되냐며 지나치죠.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면 1,250만 가족 정도 되려나요? 매일 천만 개가 넘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넘칠 텐데도 불구하고, 설마 무슨 도움이 되냐며 무관심하게 넘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세상은 우리 같은 보통의 가족들이 움직입니다. 아내 사랑, 아빠가 자녀에게 주는 아낌없는 내리사랑, 저의 깨달음이라고 할까요?
 

기회가 된다면 세 번째 책은 ‘자기수업’으로 써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부모 품을 떠납니다. 인생의 절반이 훌쩍 지나고 허무감이 밀려옵니다. 가족을 지켜내려고 살아온 아빠가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자기계발로 극복해온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고요. ‘자녀수업’은 아이가 주인공이고 ‘자기수업’에서는 남편과 아빠의 삶이 중심이 되는 거죠.

 

 

Q. . 좋네요. 나중에 출간하시면 그때 또 책 소개 인터뷰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나, 이 기사를 읽는 독자분들한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면 한 말씀 해주시죠.

 

저는 가족이, 행복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회사와 학교와 집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보통의 가족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뭘 좋아할까? 우리 아이가 꿈이 뭔지 한번 들어보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뭘 도와줄 수 있을까? 물어보는 거예요. 대답할 힘도 없을 때는 말 없이 꼭 안아주세요. 제 이야기가 독자님의 가족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지금 가족 때문에 어려운 상황인 독자님에게 힘이 되면 좋겠고요. 멀리 있는 가족에게는 편지 한 장 써보세요. 그리고, 저희보다 더 재미있고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파랑새를 집 밖에서 찾지 마세요. 파랑새가 찾아오는 집을 만들어보세요. 고맙습니다.

 

 

<기자의 나가는 말...>


절대 과장이 아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양념이 심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생의 방향을 바꿀만한 큰 경험으로, 오직 아내와 아이들 그러니까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시는 분이다.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없는 요즘,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가족 모두와 함께 식사하라는 캠페인도 있다. 그런데 매일 가족이 함께,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다니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냥 대화도 아니다. 그날 있었던 일과 읽은 책 등 삶에 전반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그렇게 각자의 삶의 조각으로 매일 퍼즐을 맞춘다. 작가님은 당신이 경험한 큰 어려움으로, 우리에게 호소한다. 항상 옆에 있는 가족과 함께 사랑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모든 가족이 재미난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를 써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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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객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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